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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는 간 때문이야? 아니야, 잠 때문이야!
최근 한 제약회사에서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을 유행시켰다. 물론, 간은 온몸의 해독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로, 간이 나빠지면 피로가 몰려오기 쉽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인들의 피로에는 또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 바로 ‘수면무호흡증’이다. 대한수면학회와 함께 온 국민을 피로하게 만드는 ‘수면무호흡증’과 그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졸음, 피로감, 두통, 졸음운전, ‘잠 때문이야’=‘수면무호흡증후군(Obstructive Sleep Apnea SyndromeㆍOSAS)’이란 좁아진 기도 때문에 호흡기류가 원만하게 통과하지 못할 때 생기는 체내 산소 부족으로, 수면 중 코와 입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가 빈번해지면서 각종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뜻한다. 우리나라 국민 중 남성 4%, 여성 2%가 수면무호흡증후군 환자로 추산되며, 진단과 치료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데서 비롯된 사고나 합병증이 점차 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기도 상부의 공간이 매우 좁아지면서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만으로 인해 기도 부위에 지방이 쌓이거나 목 안의 기관인 편도나 혀가 비대해져 기도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 때, 기도를 확장시키는 근육이 흉곽 압력을 이기지 못할 때 주로 발생하며, 목이 굵거나 턱이 작은 것과 같은 신체 구조상의 특징에서도 비롯된다.

수면무호흡증의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면 중 빈번한 무호흡, 코골이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체내 산소 부족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잠에서 자주 깨는 각성이나 불면증, 잠꼬대, 몽유병, 야뇨증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숨 쉬기가 힘들어 방 안을 돌아다니며 자기도 한다. 이러한 수면무호흡증의 야간 증상은 주간의 신체 건강 상태와 직결되기 때문에 낮의 활동시간 동안 졸음, 피로감, 무기력증, 우울증, 두통, 졸음운전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경우 졸음운전 등으로 말미암아 교통사고가 일반인의 5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피로감이 심각하다.

소아 환자 역시 학업 부진이나 신체발달 지연과 같은 전반적 건강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 녹내장 등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만과 수면무호흡증은 상생관계?=비만과 수면무호흡증은 서로 재미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비만이 있는 사람은 기도가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찾아오며,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비만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서로를 부르는 비만과 수면무호흡증의 관계 때문에 환자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악화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비만이 심해지는 이유는 피로가 식욕을 부르기 때문이다. 몸이 고단하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더 많은 에너지원이 필요하게 되며, 이에 따라 단맛이 풍부한 군것질거리들을 찾게 된다. 이에 따른 열량 섭취 증가로 살이 찌게 되는 것.

호르몬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들은 식욕을 제어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떨어지는 동시에 위장에서 분비, 식욕을 증진시키는 그렐린의 분비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식욕이 늘어나고, 늘어난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열량 섭취가 늘면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비만도가 더 올라가고, 이에 따라 기도가 더 좁아지면서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또한 비만과 함께 찾아오기 쉬운 당뇨, 고혈압, 뇌졸중, 심장마비 등 혈액순환계 질환으로 고생하게 된다.

▶양압호흡기 치료가 대표적 치료법, 금연ㆍ금주에 옆으로 누워 자야=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의 치료법은 초기에 체중 감소,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등의 수면위생, 금연ㆍ금주, 옆으로 누워 자기 등의 생활요법을 사용한다.


마스크에 연결된 기계의 관이 일정 압력의 공기를 밀어 넣어 수면 중 닫힌 기도를 계속해서 열어주는 양압호흡기 치료법.

그러나 중증으로 가게 되면 가장 효과적이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은 ‘지속적 양압호흡기 치료’다. 쉽게 말하면 산소마스크처럼 생긴 양압호흡기를 얼굴에 쓰고 잠을 자는 것. 이 치료를 받을 경우 마스크에 연결된 기계의 관이 일정 압력의 공기를 밀어 넣어 수면 중 닫힌 기도를 계속해서 열어준다.

지속적 양압호흡기 치료는 예후가 매우 좋아, 꾸준히 장비를 사용할 경우 90% 이상 치료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 10년 동안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보면 양압호흡기 치료를 받은 군은 정상인과 비슷한 2~3%인 데 비해 양압호흡기 치료를 받지 않은 군은 17%에 달한다.

문제는 비용. 양압호흡기는 구입하면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임대하면 한 달에 20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 부담이 높은 편이다.

수면학회 홍승봉 회장은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약 29개국에서는 양압호흡기 비용을 국가가 보조해주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양압호흡기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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