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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세시봉 열풍의 이유
40년도 넘은 그들의 노래

젊은세대에도 의외 반향

공산품 아닌 진솔한 음악

다양성 향한 구조조정 기대




요즘 대중음악과 관련한 얘깃거리는 크게 세 가지다. 해외시장을 석권한 아이돌 가수의 한류 현상,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와 같은 오디션 방송프로의 부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격이 판이한 ‘세시봉 열풍’이다. 이 가운데 세시봉 바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 과거 서울 무교동 소재의 음악감상실을 가리키는 이곳에서 노래했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그리고 이장희는 모두 나이 60대인 왕년의 가수들이다. 

지난해 한 TV 예능프로가 마련해서 의외의 반향을 일으키자 올 설에 다시 특집으로 편성된 이들의 ‘세시봉 콘서트’는 심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시청자들을 붙잡았다. 그들이 세시봉에서 노래하던 때가 1960년대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음악은 40년도 더 된 그야말로 케케묵은 시절의 소리다.

세시봉 콘서트가 나이 든 세대에게 어필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켜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른들 음악은 ‘구리다’며 여간해서 관심을 드러내지 않던 젊은 세대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인데도 가슴에 와 닿았다”며 호감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시봉 열풍의 특기할 측면이다.

어찌해서 젊은이들이 반응한 걸까. 말할 필요도 없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 주는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10대, 20대들은 아이돌 음악에 열광하지만 그것이 공산품이요, 소비를 겨냥한 음악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아이돌 음악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접하지 못했을 뿐이다. 어찌 보면 그들도 음악으로부터 소외돼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막상 TV에서 세시봉 콘서트를 봤을 때는 비록 흘러간 것이라도 그 음악이 순수하고 진솔하며 마음속 깊은 것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 것이다.

대중가요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은 달리 말해 새로운 콘텐츠요, 새로움은 관심을 불러모은다. 세시봉의 포크송은 후크송에 감염된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였고 그래서 눈과 귀가 쏠리게 된 것이다. 조영남은 “젊은이들에게 우리들의 노래는 모두가 신곡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세시봉 세대의 음악은 또한 대부분 가수 자신의 사고와 심정을 표현한 ‘자기음악’이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소비 대중을 상대로 반응치를 기획해 찍어낸,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노랫말로 질펀한 요즘의 상업음악과는 전혀 다르다.

크게 보면 이러한 기성세대 문화의 부활은 대중문화의 기초이자 토대라고 하는 다양성을 향한 구조조정의 흐름일 것이다.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그리하여 일부 세대만 반응하는 왜곡된 음악 현실에 대한 일종의 반격 심리가 가동돼 여러 음악 스타일이 함께 대우받는 쪽으로 가려는 움직임이다. 어른들은 소외돼 있고, 어른들이 들었던 음악도 미디어에서 홀대를 당해온 것은 사실 아닌가.

세시봉 열풍은 참으로 단순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일깨운다. 여러 세대가 있고 기호가 다양하다면 당연히 음악도 갖가지여야 하고 젊은이들의 음악과 어른의 음악이 시장에 고루 포진돼야 한다는 사실! 그래야 마땅하다. 너무도 평범하고 당연한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다. 세시봉의 이례적 열기는 그에 대한 반성이요, 자각이다. 우리 음악계는 정신 차려야 할 게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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