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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1부 땅 구하기-(29)‘건강하게 오래사는 터’…난 장수마을로 간다
전원생활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바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사실 산수가 어우러진 시골은 어디나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을 갖추고 있어 건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여기에 하나 더, ‘오래 사는 터’라면 금상첨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터, 즉 장수마을은 이미 상당수 알려져 있다.

지난 200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장수마을 87곳 중에는 전남이 가장 많고,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는 아예 없다. 원광대 김종인 교수가 통계청의 2005년 인구조사를 근거로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를 뜻하는 ‘장수지표’를 산출한 결과에서도 100세 인구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절반이 전남지역이었다. 군 단위로 보면, 전남 함평(27.72명), 구례 (24.29명), 장성(16.79명), 전북 순창(15.24명), 전남 강진(13.68명) 순으로, 전국 평균(2.11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장수마을은 대부분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농사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대동풍수지리학회 고제희 원장은 “풍수적으로 볼때 장수마을은 전원에서 느끼는 여유와 평온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정감같은 정주적 쾌적성이 다른 마을에 비해 월등히 좋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벨트로는 ‘구곡순담’이 꼽힌다. 구곡순담은 지난 2002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100살 이상 인구수와 85살 이상 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선정한 한국의 대표적 장수촌이다. 기후가 온화한 지리산과 섬진강 주변의 전남 구례·곡성, 전북 순창, 전남 담양을 일컫는다.

이들 4개 지자체는 ‘구곡순담 장수벨트행정협의회’를 만들어 조선시대 궁중과 관아에서 장수 어르신들한테 베풀었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양로연의(養老宴儀)’를 재현하는 등 각종 장수사업을 공동으로 펼치고있다.

특히 지난 2003년 타임지에 세계의 장수마을로 소개된 순창군은 150억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4층 규모(4500여㎡)의 건강장수연구소를 준공해 무병장수를 위한 노인들의 생활과 식습관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업에 본격 나섰다. 앞서 순창군은 2001년 ‘장수산업’을 군 육성사업으로 정하고 연구소 일대를 지식경제부로부터 건강장수과학특구로 지정받았다. 오는 2012년까지 444억원을 투자해 건강장수 종합체험관, 아카데미관, 고령친화 산업단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장수의 섬’인 제주도 역시 많은 장수마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말 현재 제주도내 100세 이상 장수노인은 모두 80명이며, 그중 제주시 58명, 서귀포시 22명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75명, 남성이 5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마을별로는 한림읍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구좌읍이 6명, 애월읍과 일도2동, 노형동이 각각 4명으로 뒤를 이었다. 서귀포시에서는 대정읍과 남원읍, 성산읍, 토평동이 각각 3명으로 비교적 장수노인이 많았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과 보은군 속리산면 구명아름마을도 장수마을로 알려져있다.


구병아름마을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자랑하는 아담한 산촌마을이다. 80~90세는 보통이고 100세 이상 장수하는 분들이 많다. 구병산 자락에 아늑하게 파묻힌 이 마을은 지형이 소의 자궁과 흡사하다 해서 우복동(牛福洞)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특히 마을 특산품인 송로주(松露酒) 외에도 각 가정마다 12달의 술을 가양주로 빚어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 즉 1월 솔방울술, 2월 산사술, 3월 마가목술, 4월 다래술, 5월 칡술, 6월 복분자술, 7월 오미자술, 8월 매실술, 9월 오디술, 10월 대추술, 11월 보리뚝술, 12월 살구술 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은 주위가 온통 밭이고 논은 보기 어렵다.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청정마을로 30여 가구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오순도순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공기가 깨끗해 밤이면 머리 위로 별들이 쏟아지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소백산 끝자락인 경북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1,2리)도 장수마을로 이름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90세 시어머니와 칠순 며느리가 함께 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아랫마을(1리)이 잘 단장된 보건소, 아치형 다리와 정자 등 잘 가꿔진 신식 동네라면, 윗마을(2리)은 마을 어귀에 자리한 성황당, 집 뒤편을 초록으로 물들인 대나무, 집집마다 쌓여 있는 장작더미까지 전형적인 70년대 시골 동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성곡리 장수 요인 또한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다. 말이 달리는 모습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진 주마산(544m)이 마을 허파 역할을 하고 있고, 청정수 옥계천과 우곡천 지류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아예 도시민 유치를 위해 장수마을 분양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강원도 양구군은 양구읍 고대리 일원에 2011년 12월까지 전원마을을 조성한다. 고대리 전원마을은 2만9천371㎡ 규모로 분양필지별 면적은 348.5㎡형 10필지, 367㎡형 6필지, 373㎡형 4필지, 378㎡형 3필지, 379㎡형 8필지 등이다. 입주 신청 자격 1순위는 도시 거주자로 용지 조성 후 1년 이내에 집을 짓고 주민등록 이전이 가능한 사람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고대리는 파로호 인공습지와 주위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과 계곡이 자리잡고 있어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예로부터 장수마을로 전해오는 고대리 전원마을에 도시민 등이 경관주택을 건립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장수 건강비결을 묻는 각종 조사들이 반복되지만 메시지는 한결같다.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살자’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전원생활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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