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함바집 경찰비리는 모두 강희락 탓?
조현오 청장 경찰 자정 의지 의심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 수사가 엉뚱하게 경찰 지휘부를 정조준하자 조현오 경찰청장이 단단히 뿔이 났다. 취임 후 야심차게 준비한 ‘경찰 7대 개혁과제’ 중 조 청장이 가장 강조해 온 것이 바로 ‘비리 척결’이었던 탓이다. 특히 언론에서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간부 뿐아니라 현직 간부들의 실명이 거론되자 매우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이 경찰에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제시한 것은 바로 ‘자진 신고’다. 지난 9일 조 청장은 총경 이상 경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함바집 비리의 핵심 인물인 유상봉(65)씨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친전(親展)을 통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조사와는 별도로 경찰 자체적으로 비리의 싹을 잘라내 자정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청장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진신고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발표 내용은 41명의 간부가 유씨와 만났다고 신고했지만 사법처리나 징계를 할만한 사항이 하나도 없다는 것. 유씨와 만난 경찰 간부가 41명이나 되는 것도 놀라운데, 이들이 모두가 뇌물이나 향응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즉 경찰이 나서서 경찰 비리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운 셈이다.

조 청장은 자진신고한 41명에 대해 강 전 청장 부임지에 소속된 경찰서장이 많았으며, 대부분 강 전 청장이나 전직 간부의 소개로 유씨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현직 간부가 주선해 유씨를 만난 경우는 이미 언론에서 거론된 김병철 울산청장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즉 언론이 확인한 것 외에 현직 간부가 연루된 사례는 함구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강 전 청장과 같은 전직 간부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진 신고를 통해 유씨와 접촉한 간부들이 많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에 대한 조 청장의 ‘자비로운’ 태도에 더 놀랍다는게 경찰내 분위기다. 조 청장이 서울지방청장 시절 하위직 경찰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업주와 전화통화만 해도 징계했는데, 전화 통화는 물론 직접 만나기도 한 간부들에게 징계나 사법처리를 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응이다.

조 청장은 13만 경찰의 수장으로서 검찰발 외풍이 경찰 조직을 흔드는 것을 막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설픈 자진 조사 실시와 납득하기 힘든 조사결과 발표로 인해 경찰 조직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좀더 강력한 자정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