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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개성 상실한 젊음은 모두 다 유죄”

  • 기사입력 2010-03-2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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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한 세태 비판 ‘군계무학’ 인기

“가사의 메시지 투철한 노래 좋아해”




“어, 이대 나온 여자다!”

얼마 전 길을 가던 오예리(여ㆍ25ㆍ사진) 씨를 가리키며 낯선 중학생이 외친 한 마디. 지난달 25일 열린 ‘2009 MBC 대학가요제’에서 학교 후배 서아현(여ㆍ23) 씨와 대상을 받았던 오씨다.

곡명은 ‘군계무학(群鷄無鶴)’. 획일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노래라고 한다. 가요제 방영 직후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1위로 등장했을 만큼, 반향이 폭발적이었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그룹명도 화제가 됐다.

“그룹명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말도 안 되죠. 편견을 깨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학생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오씨는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에 재학 중. 그룹명과 비슷한 ‘이대 다니는 여자’인 셈. 경직된 사회풍토에 끌려가는 젊은이들의 무력한 삶을 직설법으로 비판한 ‘군계무학’의 가사도 눈에 띄었다.

“실종전단지 실종된 개성을 찾습니다”, “개성을 상실한 젊음은 모두 다 유죄”, “손때 묻은 토익책 움켜쥐고 오늘도 쓴다, 망할 자소서(자기소개서)”, “우리 자본의 노예 세계화의 희생양” 등과 같은 것들이다. “평소 제 지론을 풀어놓은 것뿐이에요. 무대 위에서 보인 것은 ‘100% 나’였어요.”

곡도 독특했지만 맨발에 보헤미안 의상을 하고 나와서 봉고를 두드리는 퍼포먼스가 예사가 아니었다. 튀기 위한 콘셉트는 아니었다며, 오씨가 손사래를 친다.

“아홉 살 때 뉴질랜드의 친척 집에 갔다가 홀딱 반해 눌러앉아 버렸어요. 거기 살면서 자주 맨발로 다녔어요. 가요제 의상은 제가 늘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에요. 호주에 있는 대학에서는 신학을 전공했고요.”

그런 그가 갑자기 음악을 하고 싶다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친척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잘 다니던 학교 그만두고 왔다고 한겨울에 집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었다.

대상 발표 직후 흘린 눈물 속에 그런 설움이 섞여 나왔다. 뜨거웠다. “솔직히 특별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죠.”

오씨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칭했다. 음악은 개성 표출의 창구라고 믿으며, 장기하나 에픽하이처럼 가사가 주는 메시지가 투철한 뮤지션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꿈은 가수일까. “남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직업은 꿈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죠.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요. 누군가 저를 보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해요.”

오씨는 상금 전액을 학교에 기부했다고 했다. ‘이대 나온 여자’는 오는 17일 MBC TV ‘음악중심’에서 공중파 데뷔무대를 선보인다.

임희윤, 김민선 인턴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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