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한국의 언론 자유가 3년째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정부 비판’이라는 언론의 순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12일 국제 언론 감시단체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4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8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57위에 그쳐 지난해보다 7계단이나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한국의 언론 자유도 순위는 3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순위는 지난 2012년 44위로 2011년 42위에서 2계단 떨어진 데 이어, 2013년에도 50위로 밀려난 바 있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역대 최하위인 69위로 주저앉은 것에 비하면 높아진 것이나, 자료가 처음 발표된 지난 2002년 39위로 출발해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RSF는 이처럼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대한 설명에서 “지난해 아태 지역의 일부 정부들은 민주 정부라 할지라도 비판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사법적 절차를 통해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종종 균형이 맞지 않는 판결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 정부의 역할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RSF는 이에 대한 사례로 한국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국에선 독립언론인 김어준, 주진우씨가 팟캐스트 풍자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과 부친에 대해 ‘잘못된 정보’와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내보내 기소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외에 국가로는 미국이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46위로 크게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RSF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추격하고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기밀 자료를 넘긴 브래들리 매닝 전 미군 일병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점 등을 지적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2계단 아래인 59위에 올랐으며, RSF가 ‘검열과 탄압의 모델’이라고 꼬집은 중국은 175위에 그쳤다.

북한은 17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RSF는 북한과 투르크메니스탄(178위), 에리트레아(180위) 등 3개국에 대해 “정보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며 “뉴스와 정보의 블랙홀이자, 그곳에 거주하는 언론인들에게는 생지옥”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안도라 등 유럽권 국가들은 1∼5위를 차지하며 언론 자유도가 높은 국가로 꼽혔다.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33위, 39위에 올랐다.

한편 RSF의 언론자유지수는 18개 비정부기구(NGO)와 RSF의 특파원 150명, 현지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이를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조사 항목은 언론의 다원성, 독립성, 언론 환경과 자기검열 여부, 투명성, 인프라 환경, 입법적 장치 등 6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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