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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자동차, 그 영원한 로망
국내 들어온 지 110년…자동차를 다시 보다


더 빠르고 멋진 차 원하는 인간심리

모든 학문·기술 녹여낸 ‘최고의 창조물’


하늘나는車·무인자동車·리모컨 조종車…

2020년 미래는 상상하는 것이 현실로






뱃속의 당신을 맨 처음 병원으로 데려갔으며, 형형색색의 장난감으로 늘 곁을 지켰다. 아버지와 함께 그 이름을 외우며 즐거워했고, 때로는 게임 속에서 우리를 흥분시켰다. 언제나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타임머신이었다. 비록 낡았지만 처음으로 장만했을 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줬고, 이제는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한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최고의 동반자, 그 이름은 인류의 자동차다.

자동차가 이 땅에 들어온 지 꼬박 110년이 됐다. 1903년 고종황제 재위 4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들여온 ‘어차(御車)’가 그 출발점이다. 다른 나라까지 따지자면 1886년 벤츠가 처음 자동차를 내놓은 지 127년의 세월이 흘렀다. ‘저절로 움직이는 쇠 당나귀’ ‘쇠귀신’ 등으로 불리며 100여년 전 모두를 혼비백산시켰던 자동차, 3만개의 조각들이 4m 몸체 속에 잔뜩 들어 찬 이 자동차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거치며 우리의 삶을 너무도 많이 바꿔놨다.

당장 자동차만 있으면 한 시간에 수백 ㎞를 달린다. 길만 있다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더 멋있고, 더 빠르고, 이전보다 더 안전한 자동차를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인류의 기술 수준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했다. 기계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생명공학, 인지심리학 등 모든 기술의 경계는 자동차를 만나면서 허물어졌고 그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자동차는 인류의 모든 지혜가 담긴, 인류 최고의 창조물인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자동차가 부(富)를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몇 백만원짜리 자동차부터 수십억원대의 럭셔리카와 슈퍼카까지. 우리 시대의 어두운 구석인 빈부격차까지도 자동차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터라 분명 우리는 자동차 후진국이었다. 1955년 드럼통을 펴고 미군(美軍) 차량의 부품을 집어넣은 자동차 ‘시발(始發)’로 출발, 20년 뒤인 1975년에서야 고유 모델 포니가 나왔다.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지만 선진업체들과의 격차는 컸다. “가격이 햄 샌드위치 정도로 싸다” “냉장고에 바퀴만 달아놓았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영국 BBC가 국산차를 조롱한 것도 9년이 채 안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어느덧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2015년 상반기다. 생산도 작년 말 기준으로 8년 연속 세계 5위를 기록 중이다. 제대로 된 독자 브랜드를 갖고 있고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정도다. 우여곡절 끝에 3곳이 주인이 바뀌었지만 현재 5곳의 완성차업체가 국내에서 버티고 있다. 소득 증가에 힘입어 수입차 역시 매달 1만대 이상 팔린다.

국가 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바도 커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의 2.2배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금액의 13.1%를 차지했다. 직간접적으로 175만여명(2010년 기준)을 고용, 4인 가구로 계산하면 7가구당 1가구가 자동차산업과 연관돼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각국의 보호 대상 1순위도 자동차 산업이다. 한ㆍ미 FTA 체결 당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까지 보호하려고 했던 것도, 최근 일본 정부가 엔저 정책으로 펼치며 결과적으로 살려낸 것도 자동차 산업이다.

미래의 자동차, 아니 미래의 이동 수단은 어떻게 변할까. 이미 화석연료를 대체할 전기, 연료전지 같은 대체에너지가 등장하면서 자동차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로봇으로 바뀌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옛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했던 수륙양용차 등은 이미 현실화됐다. 기술이 좋아지면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 무인자동차,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자동차도 눈앞에 와 있다.

변수는 있다. 기술뿐 아니라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하느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실제 콘셉트카와 미래 이동수단을 연구하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4층 선행디자인팀 사무실 벽면에는 32세 포토그래퍼, 19세 고교생, 11세 초등학교생, 29생 미대 재학생 등 4명이 장차 2020년에 겪게 될 미래 기술변화, 기후ㆍ환경변화, 생활방식 변화 등에 맞춰 그들에게 필요한 이동 수단에 대한 상상의 흔적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영화, 잡지, 뉴스, 레고 장난감, 도자기, 고층빌딩, 이집트 사막, 노르웨이 피요르드해안 등 미래의 차를 추정하기 위한 모든 단서들이 총동원됐다.

백승대 현대차 선행디자인팀장은 “당장은 연비를 위해 차의 크기와 바퀴의 두께가 줄어들고, 좀 더 기술이 허용되는 먼 미래엔 바퀴조차도 사라질 것”이라며 “미래의 차를 모든 각도에서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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