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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27) 캔버스에 그려진 골프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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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골프의 신이 선물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작업이다.


골프의 신이 준 선물

골프의 신은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흰색 캔버스를 한 장씩 선물한다. 프로골퍼와 아마추어골퍼를 가리지 않고 딱 한 장씩만 공평하게 주는데 캔버스를 받은 골퍼는 골프를 배워가면서 거기에 자기의 스윙을 그린다. 처음부터 골프선생에게 배웠다면 구도가 잘 잡힌 보기 좋은 그림이 나오고, 다른 사람의 스윙을 흉내내면서 혼자 배웠다면 균형이 맞지 않는 이상한 그림이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골프를 시작한지 한달 정도면 캔버스 위에 자기 스윙의 스케치를 잡게 되고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연습하면서 그림을 그려나간다. 연습을 많이 한 골퍼는 그림 위에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해서 색칠을 하여 캔버스가 거의 뚫어질 정도로 명확한 선을 그려 놓는다. 그림을 완성한 골퍼는 라운드에 나가서 자기의 그림대로 스윙을 하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운 골퍼는 별로 없다. 멋있어 보이는 그림을 그린 프로 골퍼나 균형이 안 맞아서 추상화가 된 아마추어 골퍼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은 매 한가지이다. 그러나 캔버스에 이미 그려진 그림을 지우고 처음부터 새로 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닉 팔도

골프 역사에서 자기가 그린 스윙을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서 성공한 골퍼가 딱 한 명 있다. 영국의 닉 팔도 인데 1976년에 프로가 된 후 1983년에 유러피언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그는 미국 대회에 출전했다가 우연히 자기의 스윙을 고속 촬영한 사진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자기 스윙의 그림이 스스로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다른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닉 팔도는 상금왕이 되게 해 주었던 스윙을 지우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스윙을 그리기 시작했다. 새 코치인 데이비드 리드베터와 하루 1500개의 연습공을 치면서 2년이 걸려서 완성한 새 스윙으로 닉 팔도는 메이저 6승의 위업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 골프계에서는 닉 팔도의 새로운 그림을 보며 골프스윙의 교과서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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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닉 팔도.


유능한 골프선생

이미 캔버스에 그려진 스윙을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프로 선수에게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아마추어 골퍼가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연습을 많이 해서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 골퍼라면 그 그림을 보존하면서 부분적으로 조금씩 고쳐보는 것이 최선이다. 혹시 어떤 골프선생이 캔버스에 흰색 칠을 해서 새 캔버스로 만든 다음에 완전히 새로운 스윙을 그리자고 제안한다면 빨리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돈과 시간을 끝없이 투자하더라도 원래 그림의 굵은 선이 남아 있어서 전체적인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는 새 스윙의 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믿고 라운드에 나갔는데 치다가 보니 자기도 모르게 지웠다고 생각하는 그림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골퍼들은 무수히 많다.

유능한 골프선생이라면 이미 그려진 그림을 지우고 새것 같은 캔버스로 만드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 있는 그림에 간단한 선을 하나 추가하던지 아니면 굵은 선의 일부를 살짝 지워서 다른 그림 같이 보이게 하는 아이디어를 가진 선생이라야 유능한 선생인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를 초대해서 즉석에서 레슨을 해 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요즈음 한참 인기가 있는 그 골프선생은 단 한번의 붓질로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내는 마술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골프 스윙에는 명작의 기준이 없다. 아름다워 보이는 그림의 스윙이지만 결과가 나쁘면 좋은 스윙이 아니고, 추상화를 그린 것처럼 난해한 그림의 스윙이라도 결과가 좋으면 명작인 것이다. 골퍼들은 자기가 애써서 그린 그림을 보존하면서 간단한 선이나 색깔을 추가함으로써 더 나은 그림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추상화 같던 당신의 그림이 주위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최고의 명작으로 인정 받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도 연습장에 나가서 골프의 신이 주신 캔버스에 새로운 색깔을 덧칠하는 모든 골퍼들을 응원한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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