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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코리안투어를 좀먹는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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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치고 퍼터를 부러뜨리려 한 이수민.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송도)=이강래 기자] 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지난 9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18번 홀. 경기를 마친 이수민은 그린을 빠져 나가자 마자 퍼터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퍼터를 부러뜨리기 위한 이 행동은 생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경기위원회는 그러나 이수민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무관중 경기라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김비오의 ‘손가락 욕’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KPGA 입장에서 쉽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대회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구자철 회장 입에서 장탄식이 나올 일이다. 또 이수민에게 퍼터를 후원한 용품사는 뭔 죄가 있단 말인가!

“중계 화면에 잡히는 줄 몰랐다”는 이수민의 변명은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퍼터는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퍼터 스스로 판단해 공을 비뚜로 보내진 않는다. 퍼팅 스트로크를 잘못한 선수의 책임일 뿐이다. 이수민은 아마도 부러뜨리려 한 그 퍼터로 많은 버디를 낚았으며 우승도 했을 것이다. 공 안맞는다고 캐디 잡는 졸열한 주말 골퍼의 행동과 다른 게 뭐란 말인가?

이수민은 2017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벙커샷 실수후 클럽으로 벙커 턱을 내리쳤으며 이후 드리블하듯 무성의하게 퍼팅을 해 4퍼트로 홀아웃했다. 얼마 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6퍼트를 한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의 예에서 보듯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인격 장애가 아닌 가 우려된다.

이수민은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7월 KPGA오픈 with 솔라고CC에서도 경기중 흡연을 해 벌금을 낸 적이 있다. 그 때도 “무관중 경기라 보는 사람도 없는데...”란 안일한 생각으로 쉽게 담배를 빼물었을 것이다. 이런 불미스런 행동은 이수민 뿐 아니다. 흡연으로 벌금을 낸 또 다른 선수가 있고 클럽으로 티잉 그라운드를 찍어 벌금을 낸 선수도 있다.

코리안투어 규정집엔 에티켓 규정이 있다. 이를 어길 때는 징계가 따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갤러리 입장이 금지돼자 선수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진 면이 있다. 갤러리가 없다고 프로골퍼로서 품위를 잃어서는 안된다. 본인은 물론 동료들의 일터를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동업자 정신은 잔디 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들리는 소리로는 현재 KPGA 경기위원장은 선수들에게 가급적 징계를 내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수민에 대해서도 일부 경기위원은 징계를 주장했으나 "경기 종료후 일어난 일이라 징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KPGA 이우진 운영국장은 이수민에 대해 "경기위원회의 결정과는 별개로 상벌위원회의 심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솜방망이 처벌은 투어의 기강을 무너뜨린다. 기강이 무너진 코리안투어에 재도약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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