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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 여행] 콜롬비아의 숨은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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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홀로 꼽히는 파3 16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콜롬비아에서의 골프라고 하면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반군 게릴라, 내전, 마약 거래, 외국인 납치 등 악명을 떨치던 나라에서의 골프 여행이라니. 그러나 이는 오해일 뿐이다. 내전 종식으로 2016 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 리더십 하에 콜롬비아는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남미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는 50 여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남미 국가 중 세번째로 많은 골프장을 갖고 있다. 그 중 상위 코스들은 수도 보고타와 카리브해 연안 카르타헤나에 몰려 있다. 품격 있고 쾌적한 골프를 원한다면 보고타가 제격이다. 보고타는 위도상 적도에 가깝지만 해발 2600 미터 고지대에 자리해 연중 최저 7-8 도에서 최고 19-20 도의 날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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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보고타 시내.


보고타 골프의 진수는 클럽 엘 링콘 데 카히카(Club El Rincon de Cajica)다. 도심 북쪽 30 여킬로미터에 자리한 이 곳은 콜롬비아 최고의 골프 코스로 꼽힌다. 엄격한 회원제지만 외국 방문객들에게는 제한적으로 티타임을 개방한다. 코스명은 ‘카히카 마을의 링콘 클럽’이라는 뜻인데, 스페인어로 링콘이 ‘외진 장소’를 의미하므로 클럽 엘 링콘은 ‘한적한 곳에 자리한 고즈넉한 클럽’으로 이해된다.

클럽에 도착하면 유난히 낮게 떠가는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듯하다. 덕분에 10% 이상 더 나가는 비거리는 물론 남미 적도에서 기대하지 않은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상쾌하게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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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 구시가 볼리바르 광장.


카히카 마을 동쪽에 자리한 코스는 1957년에 9홀로 개장했다. 그로부터 6년 후 엘 링콘이란 이름의 새로운 클럽을 결성하면서 당대 최고 설계가 중 한명인 미국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시니어(Robert Trent Jones Senior)에게 새롭게 18홀 설계를 맡겼다.

코스는 전통과 현대적 디자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전장 7464야드의 챔피언십 코스로 마름모꼴 부지 남쪽과 북쪽에 각각 9 홀이 배치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평탄한 편이지만 완만한 언덕을 오르내리며 고저 변화를 주기도 한다. 페어웨이 좌우로 열 지어 선 키 큰 나무들과 함께 10여개가 넘는 연못들은 다양한 도전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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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4 9번 홀과 클럽하우스 전경.


엘 링콘에서는 지난 1980년에 월드컵 골프 대회가 열렸다. 남미 유수의 명문 코스였음을 증명한다. 월드컵 대회는 1953 년 캐나다컵으로 시작된 남자 대회로 각국 2 명이 한 조로 참가해 세계 각지를 순회하며 열린 권위 있던 대회다. 캐나다 팀이 우승한 그 해 대회에는 북쪽 9 홀이 전반, 남쪽이 후반 홀이었는데 지금은 전후반을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

내리막 파4 첫 홀부터 워터해저드를 넘어가는 파4 5번 홀까지 코스 초반부터 전략적이고 난도 높은 홀들이 이어진다. 625야드에 달하는 더블 도그렉 파 5 7 번 홀은 왼쪽에 연못을 끼고 휘어들어간 그린 공략이 관건이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긴 파4 9 번 홀에서는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벙커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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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끼고 휘어지는 파4 17번 홀.


후반 첫 세 홀도 뛰어나다. 좁은 페어웨이가 만만찮은 티샷을 요구하는 파4 10 번 홀과 티잉구역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좌 도그렉 파 4 11 번 홀을 마치면 페어웨이 벙커들이 좌우 전략적으로 배치된 파5 12 번 홀이 기다린다.

엘 링콘의 시그니처 홀은 183야드 파3 16 번 홀이다. 1980년 월드컵 대회 때 7번 홀로 플레이되면서 많은 스토리를 만들었다. 티잉 구역과 비스듬하게 놓인 돌 축대 위 그린 사이는 온통 연못이어서 샷이 조금만 짧아도 물에 빠지고, 여유 있게 긴 샷을 하면 그린 뒤 벙커 3 개가 볼을 빨아들이는 난도 높은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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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우도그렉 파4 18번 홀.


커다란 연못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마지막 두 홀은 뛰어난 마무리다. 파4 17 번 홀은 왼쪽에 물을 끼고 있어 티샷이 조그만 감겨도 페어웨이를 파고 든 연못을 피하기 어렵다. 468야드로 긴 파4 18 번 홀은 급격한 우 도그렉 홀로 거리 욕심을 부리다간 볼을 물에 빠뜨리기 쉽다. 언덕 위 포대그린으로의 긴 어프로치는 멋진 샷으로 기억된다.

라운드 후 보고타 시내 관광으로는 근대 역사 유적이 모인 라 칸델라리아(La Candelaria) 지역의 볼리바르 광장과 황금박물관(El Mudeo del Oro)을 추천할 만하다. 특히 황금박물관에는 16 세기 스페인의 남미 정복 이전 원주민들이 만든 황금 유물들이 엄청난 규모로 전시되어 있어 엘도라도(El Dorado) 전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상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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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데 레이바의 남미 최대 마요르 광장.


비야 데 레이바 (Villa de Leyva)는 보고타에 왔다면 한번은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북쪽으로 세 시간 거리에 자리한 이 스페인 식민 시대 마을은 400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14,000 제곱미터 넓이의 남미 최대 자갈길 광장 플라자 마요르와 10 미터 길이의 1 억년전 중생대 바다 괴물 크로노사우루스 화석은 이 곳의 핵심 구경거리다.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필자의 홈페이지 ‘세계 100대 골프여행(top100golftravel.com)’과 유튜브 채널 ‘세계 100대 골프여행’에서 동영상과 함께 이 골프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5대륙 950여 곳의 명문 코스들을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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