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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이72 골프장 '갑의 횡포' 논란

  • 기사입력 2020-06-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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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 바다코스 54홀과 원형 연습장은 2025년 이후 제5 활주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한국 퍼블릭 골프장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인천 영종도의 72홀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가 계약 연장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땅 임자인 인천공항공사가 오는 2025년으로 미뤄진 제5 활주로 부지 공사를 이유로 신규 사업자 입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땅주인인 공사는 클럽하우스를 등 골프장이 20여 년 쌓은 모든 걸 내놓고 나가라는 일종의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사 잘되는 맛집을 만들어 내자 집주인이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인테리어를 그대로 두고 나가라는 모습과 비슷하다.

스카이72 골프장은 2005년 7월 하늘코스를 개장한 데 이어 9월까지 레이크와 클래식, 오션 코스를 순차적으로 개장해 국내 최대인 72홀 퍼블릭 골프장으로 탄생시켰다. 이후 이 골프장은 골퍼들 사이에 명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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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은 개장과 함께 드림골프레인지를 기네스북에 올리는 등의 마케팅을 펼쳐 주목받았다.


400야드 거리의 원형 골프연습장인 드림골프레인지를 개장하자마자 기네스북에 올린 데 이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오션 코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대회가 열렸고,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도 매년 이곳에서 개최됐다.

수많은 해외 골프 스타들이 이 골프장을 찾았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다양한 마케팅을 발휘해 성공 모델을 쌓았다. 72홀 모두 과감하게 서양 잔디를 심어 퍼블릭 골프장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뒤엎었다. 붕어빵 무료 이벤트나 겨울철 핫팩 제공, 악천후 시 ‘홀별 그린피 정산제’, 과감하게 한국에서 선구적으로 시도했던 ‘반바지’ 라운드, 여름철 혹서기의 올빼미 야간 라운드는 다른 골프장들이 따라하는 히트 아이템이 됐다.

그린피가 국내 퍼블릭 코스중 최고로 비싸서 시샘도 많았지만, 연말이면 러브오픈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골프 대회를 통해 한국의 역동적 골프 문화를 외부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스카이72는 서울에서 가깝다는 접근성의 매력 외에도 장사를 잘하는 골프장이었다.

애초 제5 활주로 건설을 예상하고 2020년까지 20년간 맺은 골프장 계약은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토지 임대차 계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활주로 건설 계획은 연기됐다. 올해 밝혀진 공항공사의 계획에 따르면 제4 활주로(4단계 사업)는 오는 2024년 준공을 예정하고 공사하고, 제5 활주로 건설은 2025년 이후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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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야간 골프 문화, 붕어빵 공짜 서비스, 우천시 시간대별 그린피 계산 등은 스카이72가 시도해 전국 골프장들에 퍼저나갔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골프장 운영권에 관한 공개 입찰을 열기로 하고 스카이72골프장의 운영 권한을 올해 말까지로 한정했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 관련 시설물은 공항공사 측에 무상으로 넘길 것을 요구했다. 공사 홍보실에 확인한 결과 그들의 근거는 2001년 말에 올렸던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의 ‘시설물 무상 기부채납 혹은 철거’였다. 정작 양사간 계약서에는 ‘무상 기부채납’이란 단어가 없다. 추후 홍보실은 2007년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시기부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쳤다고 알려왔다.

골프장 측은 공항공사와의 계약은 정부와 맺은 민간투자사업이 아니라 민법을 적용받는 ‘토지 임대차 계약’이어서 민법이 우선이고 임차인(스카이72)은 계약 갱신 연장 요구 권리를 먼저 갖게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신들을 배제한 입찰이라 해도 애초 계약이 토지 사용 계약이라 클럽하우스 등의 건물에 대한 지상권, 토지 가치 상승에 대한 유익비를 포함하면 잠정적으로 1천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상환한 뒤 입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항공사 측은 ‘기존 사업자가 계약을 이어가면 수의 계약에 따른 특혜 시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새 사업자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전에 공사는 골프장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을 얻어야 한다. 그 경우 공사의 자산이 증가하면서 법인세와 취득세 약 600억 원(골프장 추산)을 내야 한다. 5년 후 제5 활주로 공사가 시작되면 시설 철거비 200억 원도 공항공사 몫이 된다. 애초 계약에 따르면 활주로 건설을 위한 건물 철거비는 스카이72가 부담하기로 했는데 소유권이 이전되면 그 비용도 옮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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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는 LPGA대회 하나은행챔피언십을 2018년까지 개최했다. 2009년 챔피언 최나연(왼쪽)을 꽃장식 카트에 태우고 시상식장으로 안내하는 김영재 스카이72 대표.


공항공사가 스카이72골프장으로부터 14년간 받은 누적 임대료는 1600억 원 정도다. 임대료는 매출액에 따라 매년 소폭 인상되었고 지난해 180억 원 정도였다. 그들이 새로운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다 해도 시설물 비용을 떠안기는 쉽지 않다. 5년 정도의 한시적인 임대 계약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6년 공항공사는 제2터미널 공사 중에 생긴 소송에서 골프장 측에 지기도 했다. 당시 공사측은 터미널 도로를 위해 골프장의 드림듄스 부지 일부를 이용했고 골프장이 반발해 소송으로 간 적이 있다. 당시 공사는 임대 계약중인 토지여서 무상 토지반환소송을 했으나 고법까지 가는 2심 소송 결과 골프장에 80억원을 낸 바 있다.

공사가 이번 입찰로 인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면 골프장이 지난 20년간 쌓은 성과와 인지도를 무상으로 얻는다.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스카이72가 해온 다양한 마케팅이 성공적이었고 높은 그린피에도 골퍼들이 꽉꽉 차는 성공 스토리를 쌓았기 때문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애초 계약을 할 때 골프장이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을 것이고, 영업이 안 됐다면 연장 계약이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잘 나가는 사업인데 자기 입맛대로 골프장이 움직이지 않고, 2년 전 소송에서 진 적이 있으니 미운털 박힌 세입자라서 바꾸려는 것일 수 있다. 공사라는 관의 후광을 믿고 우격다짐하는 ‘갑의 횡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