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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실업’ 이정우 코치가 필리핀 탁구를 도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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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탁구대표팀의 유니폼 상의. 농심 영어로 표기돼 있고, 한국 탁구브랜드인 엑시옴이 만들었다.


흔치 않은 일이다. 자신은 예기치 않게 ‘실업’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어려운 나라의 탁구팀을 도왔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보람할렐루야탁구단의 이정우 코치(36). 지난해 12월 결혼했고, 다음 달 아빠가 되는 이 코치는 오는 6월말로 보람 탁구단과의 계약이 끝나는데 이미 팀사정 재계약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름 사정이 있지만, 자신이 창단을 주도한 팀에서 사실상의 방출을 당하는 격이니 처음엔 충격이 컸다. 하지만 이내 팀을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정우 코치는 이런 가운데, 한국인 권미숙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필리핀 탁구대표팀의 사정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선수생활을 했던 농심에 도움을 요청했다. 필리핀 대표팀은 지난해 보람 탁구단, 한남대 탁구부, 금빛나래탁구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한 바 있다. 이 코치도 이때 필리핀 대표팀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

농심탁구단은 2003년 이정우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선수가 될 때 입단했던 팀. 내홍 끝에 팀이 해체(2014년)됐지만, 이정우는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당시 구단주였던 농심의 신동원 부회장(대표이사)과 좋은 인연을 유지해왔다.

신 부회장은 이정우 코치의 후원요청을 흔쾌히 수락했고, 남녀 5명씩인 필리핀 대표팀의 유니폼과 훈련복, 라켓과 라버, 신발 등 탁구용품 일체를 농심이 후원하게 됐다. 권미숙 감독 등 몇몇 탁구인들이 SNS에 고마움을 나타내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신 부회장님이 순수한 마음에서 후원하신 것이기에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어요.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는데, 바로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정우 코치는 감사함에 SNS에 ‘앞으로 농심제품만 쓰겠다’고 말했고, 이를 본 탁구인들이 동참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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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람할렐루야 탁구단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필리핀 대표팀의 모습. 맨 왼쪽이 권미숙 필리핀대표팀 감독, 왼쪽 세 번째가 이정우 코치.


권미숙 감독도 “이정우 코치님 도움으로 필리핀 탁구 국가대표팀이 (주)농심으로부터 모든 탁구 용품 일체를 스폰을 받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의 열약한 탁구환경에 정말 큰 도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농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탁구는 2016 리우 올림픽 때 얀얀이 첫 올림픽 진출의 쾌거를 이루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얀얀은 리우 올림픽에서 필리핀 선수단의 기수를 맡기도 했다. 이런 얀얀은 2017년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았고, 유승민 IOC위원 등 전 세계탁구인들이 성금을 모으며 후원에 나섰지만 2018년 9월 수혈을 잘못 받아 세상을 떠났다.

이런 아픔을 딛고 권미숙은 감독은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선수 잔잔의 출전을 위해 현재 노력하고 있다. “(잔잔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현재 70% 정도예요. 이번에 후원을 받으니 꼭 농심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잔잔이 올림픽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잔잔도 “세계 최강인 중국은 물론이고, 탁구가 강한 한국이나 일본의 대표선수들은 대표팀 차원에서 후원을 받는 것이 늘 부러웠다. 우리도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더 열심히 운동해서 필리핀의 탁구인기가 높아지도록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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