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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골프 매치는 ‘진지함’ 미국은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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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자 골프 1,3위 고진영과 박성현이 시합 전에 하트 표시를 만들어보였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세계 최고의 남녀 선수들이 지난 일요일 한국과 미국에서 매치플레이(스킨스) 게임을 치렀다.

한국에서는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 솔레어)과 3위 박성현(27 솔레어)이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으로 24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 6464야드)에서 18홀 스킨스 게임을 치렀다.

총상금 1억원을 걸고 홀당 200만원에서부터 1천만원까지 걸린 스킨을 쟁취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각각 한 개 홀에서 1천만원의 추가 베팅을 걸 수 있는 방식이었다. 무관중으로 진행되었고, 고진영은 동갑내기 절친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양채린을 캐디로 동반했으며 박성현 역시 KLPGA 선수인 동갑 친구인 최민경이 캐디를 봤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아침은 미국 플로리다 호브사운드 더메달리스트 골프장에서는 일요일 오후였다. 세계 골프랭킹 1위를 가장 오래 지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가 페이튼 매닝(44)과 한 조를 이뤄 골프 랭킹 2위를 오래 지킨 필 미켈슨(50), 톰 브래디(43)조와 매치플레이를 벌였다.

‘더 매치-챔피언스 포 채리티 매치’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자선 대회는 우즈와 미켈슨의 18개월 전 더매치에 이은 후속작이었다. 대회는 미식프로축구(NFL) 스타를 더해 2대2 매치플레이 방식이었다. 우즈는 NF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5차례 뽑힌 핸디캡 6.4의 매닝과 한 팀이었고, 미켈슨은 핸디캡 8에 슈퍼볼 MVP를 4번 받은 브래디와 한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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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원 더매치는 골프와 미식축구 스타들의 향연이 흥미로웠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타이거 우즈, 페이튼 매닝, 톰 브래디, 필 미켈슨.


승부는 한국, 재미는 미국
세계 정상의 선수들답게 샷들은 놀라웠다. 고진영은 버디 4개에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고, 박성현은 역시 후반에만 버디 세 개를 잡아내며 버디 6개에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넓은 코스에서 둘의 매치는 네 번의 상금 역전이 있었다. 첫 홀은 박성현이 버디로 앞서 나갔지만 3번 홀에서 고진영이 상금을 추월했다. 8번 홀에서 박성현이 버디를 잡으면서 재역전을 이뤘다.

후반 들어 10번 홀에서 고진영이 버디를 잡아 전세를 뒤집었다. 13번 홀까지 고진영에게 기울었던 승부의 추는 2600만원의 상금이 걸린 17번 홀에서 박성현의 버디로 인해 네 번째로 뒤집혔다. 그리고 마지막 홀에서 고진영이 5m 버디 퍼트를 넣고 상금은 똑같이 나눠졌다. 경기 내내 대화는 거의 없었으나 승부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우즈의 홈 코스에서 열린 미국 매치는 일방적이었다. 전반에 미켈슨, 브래디조가 헤매는 사이에 우즈, 매닝 조는 3, 4, 6홀에서 이기면서 3업(up)으로 앞서나갔다. 후반 들어 1업까지 만회했으나 우즈는 마지막 홀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첫홀부터 비가 내리는 속에 진행된 대회 방식은 재미났다. 전반에는 각자의 공으로 경기하고 승부를 가린 베스트볼 방식을 썼고, 후반에는 한 개의 볼을 번갈아 치는 포섬의 변형방식인 그린섬을 썼다. 캐디 없이 선수들 모두 개인 카트를 타고 달려서 진행이 빨랐다. 게다가 선수들마다 카트에 카메라가 달렸고, 마이크를 차고 경기하면서 비꼬는 농담(트래시 토크)을 거침없이 했다.

처음 선수들을 소개한 건 할리우드 스타 사무엘 잭슨이었고, 초반에 브래디가 헤맬 때는 골프 스윙이 이상하기로 유명한 미국프로농구(NBA)스타 찰스 바클리가 등장해 브래디를 약올렸다. 코스 중간에 저스틴 토마스가 해설자로 나와서 샷을 설명하기도 했다. 승부와 상관없이도 볼만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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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시상식을 한 한국 선수와 관계자들.


한국은 중계 집중, 미국은 이벤트
현대카드가 후원한 스킨스에서 고진영, 박성현 두 선수는 나란히 5천만원의 스킨(상금)을 획득해 무승부를 이뤘다. 고진영은 밀알복지재단에, 박성현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각각 5천만원씩 상금을 기부했다. 고진영은 “짜고 친 것 같지만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이날 매치에서 각 선수들의 랜선 응원도 색다른 시도였다. 고진영 팬클럽은 핑크색, 박성현 팬클럽은 노란색의 응원 구호와 팸플릿 등을 준비하고 선수들의 멋진 샷이 나올 때마다 온라인 상으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대회장은 두 선수가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 여러 번 출전했던 코스여서 역대 홀 성적을 비교하는 데이터가 인상적이었다. SBS골프는 일반 골프대회를 중계하듯 했다. 같은 소속사에 있지만 두 선수는 올해 처음 만났다. 선수들에게 마이크를 채웠어도 선후배가 엄격해 미국같은 트래시 토크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상식에서는 두 선수와 참여자들이 안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총상금 1억원를 반반씩 나눈 5천만원씩의 상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과 어린이를 돕는 곳에 기부되어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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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카트를 타고 경기를 마친 뒤 모금된 자선금 2천만 달러 보드판을 든 선수들.


CNN인터내셔널 채널로 중계된 우즈-미켈슨 매치는 미국적인 화려함과 모금 방식이 돋보였다. 이 매치를 통해 2천만 달러가 쌓였다. 시청자가 경기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을 택해 중계 내내 코로나19 구제금이 쌓였다.

7번 홀에서 브래디가 어프로치 샷으로 홀인시키자 브룩스 켑카가 10만 달러의 성금을 내기도 했다. 우즈와 미켈슨이 멋진 샷을 할 때도 성금이 쏟아졌다. 트위터로 의견을 올리고 자선금을 내는 스타와 명사들도 즉각 소개됐다.

네 명의 슈퍼스타가 벌이는 하루짜리 대회를 위해 준비도 대단했다. 이들이 타는 카트들은 모두 자신의 브랜드와 로고가 붙어 있었다. 우즈가 타는 카트를 사고 싶다는 트위터가 뜨자 해설자는 경매를 통해 판매될 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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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서 진행된 두 대회를 9홀 매치로 비교해봤다. 결과는 무승부(AS). 노란색은 홀 승리.


한국은 팬덤 확인 미국은 마케팅 과시
한국 경기에서는 골프에서 게임 자체에 집중한다. 챌린지 홀 찬스 이벤트도 박성현과 고진영 모두 파3 홀에서 썼다. 서로가 많은 팬을 가진 선수들이 취한 중립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박성현은 “전 홀에서 샷감이 좋아서”, 고진영은 “언니가 파3 홀에서 써서”라며 균형을 맞췄다.

미국은 승부와 함께 농담하거나 얘기를 나누고 다양한 이벤트를 즐긴다. 원클럽 챌린지를 하거나 전반에 포볼로, 후반에 번갈아 치는 그린섬 방식을 택했다. 경기 중에 브래디의 바지 엉덩이가 갈라지는 다소 민망한 상황을 해설자들은 유쾌한 농담 소재로 삼았다.

둘 다 무관중으로 진행됐지만 한국은 캐디가 있고, 시상식에서 마스크를 쓰는 방식의 거리두기를 한다. 미국은 똑같은 거리두기지만 캐디없이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에 들어가고 스스로 클럽을 닦는 등 셀프 플레이를 한다.

상금액은 한국은 1억원에 미국은 2천만 달러(249억)였던 만큼 장치물에 차이가 많았다. 미국에서는 샷트래커는 물론, 전용카트, 홀당 장식물에 돈을 아낌없이 썼고 한국은 중계를 위한 최소 인원에 게임에 집중했다.

골프가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의식 정도가 대회의 형식과 내용을 결정한다. 한국은 1대1 스킨스 게임과 랜선 팬덤이란 문화를 수확했다. 미국은 스타 마케팅의 위력을 과시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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