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 여행] 케냐의 보물 카렌 & 윈저
이미지중앙

케냐 오픈 9번 홀로 변하는 332야드 파4 12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지난 주말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러피언투어 매지컬케냐오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취소되었다.

원래 유러피언 2부 챌린지투어로 열리다 지난해 정규 유러피언투어로 격상된 이 대회는 이색적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남아공이나 모로코도 아닌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열리면서 케냐에 과연 그럴 만한 골프장이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미지중앙

카렌의 클럽하우스.


사실 케냐는 꽤 매력적인 골프 여행지다. 수도 나이로비와 인도양의 항구도시 몸바사에 10여개의 코스가 있다. ‘적도 선상 무더운 곳에서 무슨 골프’냐고 할 지 모르지만,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600미터의 고원 도시로 연중 10~25도의 쾌적한 날씨인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론 해수면에 가까운 몸바사에서는 30도는 넘는 무더위를 각오해야 한다.

나이로비 주변에는 무타이가, 시고나, 카렌, 윈저, 리무루 등 여러 골프장이 있다. 그 대부분은 영국이 아프리카 식민지를 넓히던 20세기에 이 땅을 지배하면서 만들었다. 회원제 코스지만 퍼블릭처럼 부킹에 문제가 없다. 그린피는 3만~10만원, 백을 메고 18홀 걷는 캐디에게 만원 정도 수고비를 주면 감동한다. 잔디 상태는 뛰어나지 않지만, 거대한 수목들 사이로 영국 내륙같은 코스 경험은 특별하다.

이미지중앙

케냐 오픈 1번 홀이 되는 파4 13번 홀.


나이로비 주변 코스 중 꼭 라운드해야 할 코스 두 군데를 꼽는다면 카렌 컨트리클럽과 윈저 골프 호텔&컨트리클럽을 들 수 있다. 케냐오픈 대회가 열리는 카렌은 케냐에서 가장 예쁘고 관리가 잘 된 코스고, 윈저는 도전적이고 다이내믹한 레이아웃에 수많은 원숭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케냐오픈 개최지 카렌
카렌 컨트리클럽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주인공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의 커피 농장에 자리하고 있다. 그 영화는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데, 스웨덴 출신 바론 남작과 결혼하게 된 덴마크 출신 카렌이 1913년 이 곳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카렌으로 분한 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연인 데니스역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배경으로 속삭이던 곳이 바로 여기다.

이미지중앙

카렌의 141야드 파3 14번 홀.


코스는 카렌의 소설이 출간된 해인 1937년에 개장했다. 젊은 현지 은행가 레미 마틴이 카렌이 남겨놓은 커피 농장을 인수해 코스를 만들고 토지를 개발했다. 무엇보다도 당시 케냐의 다른 코스들이 그러했듯 브라운이라 불린 아스팔트 기름 섞은 모래 그린 대신 진짜 잔디 그린을 조성하면서 고급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30여분 거리의 코스에 도착하면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듯 고풍스런 클럽하우스가 골퍼를 맞이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것을 잊게 할 만큼 고급스러운 가구들과 건물은 묘한 아늑함을 준다. 클럽하우스를 나서면 까마득하게 높은 거목들이 방향 감각을 무디어지게 한다.

이미지중앙

2019년 케냐오픈의 최호성 선수.


코스는 6955야드 파72로 그리 길지 않은 전장이다. 그러나 홀 곳곳에 여러 장애물이 교묘하게 놓여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질긴 러프 잔디 때문에 칩샷도 신경 써야 한다. 그린 굴곡도 상당한 데다 그린 주변에 자라는 가시나무 아래로 볼이 가면 더욱 난감해진다.

이곳에서 지난해 3월 케냐오픈이 열렸을 때 마침 대회 현장에 있었다. 2004~2008년, 2013~2016년에 유러피언 2부 대회 챌린지 투어가 열렸는데 지난해 승격됐다고 들었다. 마침 ‘낚시꾼 스윙’으로 인기높은 한국의 최호성 선수가 초청 출전해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국적이고 독특한 코스 분위기에 적응을 못했는지, 최선수는 컷 탈락했지만 대회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미지중앙

윈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케냐오픈 기간 중에는 홀 순서가 바뀐다. 특이하게도 긴 파4 13번 홀이 대회 1번 홀로 사용되고, 18번 홀은 6번 홀이 된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북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 10~12번 홀이 대회 7~9번 홀로 쓰였다. 약간 내리막에 왼쪽으로 휘어가는 파4 1번 홀에서 대회 후반전이 시작되고, 오르막 9번 홀에서 대회가 마무리된다. 홀 흐름을 최적화한 결과다.

윈숭이의 천국 윈저
윈저 골프 호텔&컨트리클럽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북쪽 외곽의 고급 리조트 코스다. 웅장한 클럽하우스와 호텔 건물이 대영제국 시절의 귀족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국 출신 탐 맥콜리 설계로 1992년 개장했다. 카렌보다 좀 거친 느낌이며 전반적인 잔디 상태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긴 전장에 전략적이고 도전적 레이아웃으로 케냐 최고 코스로 평가받는다.

이미지중앙

윈저 파4 6번 홀의 원숭이.


7290야드 파72로 긴 전장의 원저는 넓은 부지에 홀 간 독립성이 뛰어나다. 전후반 모두 첫 홀과 마지막 홀만 사방이 열려 있을 뿐, 나머지 모든 홀이 좌우 빽빽한 숲에 둘러싸여 있다. 호수가 여럿에 벙커도 70개가 넘고 페어웨이 고저차가 상당해 사뭇 도전적이다.

윈저 골프장에서는 수많은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페어웨이 옆 커피나무와 정글에 사는 원숭이들은 페어웨이에 나와 햇볕은 쬐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기도 한다.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 말 그대로 ‘원숭이와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미지중앙

윈저코스 파4 18번 홀의 반도 그린. 그 뒤로는 윈저 호텔.


전반에는 그린 주변이 밀림으로 싸여 원형경기장을 떠오르게 하는 215야드 파3 4번 홀, 핸디캡 2번 파 4 7번 홀과 밀림을 나와 넓은 평지로 나가는 파4 9번 홀이 기억할 만하다. 후반에는 내리막 파4 14번 홀이 인상적이다. 왼쪽 페어웨이로 장타를 보내면 그린 앞까지 볼이 굴러 내릴 수 있지만 슬라이스가 나면 정글 너머 어려운 샷이 기다린다. 물에 둘러싸인 반도 그린을 가진 파4 18번 홀은 뛰어난 마무리 홀이다.

골프 뿐만이 아니다. 기왕 케냐에 왔다면 사파리를 해야 한다. 동물들의 대이동으로 유명한 마사이마라도 좋지만, 일정이 타이트한 골프 여행이라면 제격은 나이로비 국립공원이다. 시내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사자, 코뿔소 등 아프리카 빅5 동물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버팔로와 영양, 기린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사파리와 골프의 완벽한 결합, 나이로비 골프 여행 같은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듯하다.

이미지중앙

나이로비 국립공원의 기린들.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 필자의 홈페이지 ‘세계 100대 골프여행’과 유튜브 채널인 ‘세계 100대 골프여행(top100 golf travel)’에서 케냐 골프 동영상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전 세계 5대륙 900여 곳의 명문 코스들을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국내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