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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2) K골프의 주인공 ‘명랑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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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성인'으로 불리는 바비 존스는 스포츠 골프와 레크리에이션 골프를 전현 다른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골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스포츠로 플레이하는 골프와 부담 없이 재미로 즐기는 골프이다. 중계방송에 나오는 골프는 스포츠이고,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시간을 내 즐기는 라운드는 레크레이션 골프이다. 일반골퍼들은 자기도 프로선수와 동일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스포츠가 아니라 레크레이션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골프영웅 바비 존스는 이렇게 말했다. “골프대회에서 4라운드의 플레이를 하고 나면 체중이 5킬로 이상 줄어든다. 그러나 재미로 치는 골프라면 하루에 두 라운드씩 열흘을 치더라도 체중감소가 없다. 이 두 가지의 골프는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골프가 되려면 우선 골프장의 세팅이 골프룰에 맞도록 준비되어야 하고, 골퍼가 룰을 철저히 지키며 플레이 해야 한다. 코스 세팅과 로컬룰이 경기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하여 준비된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정확하게 룰을 지켜서 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거의 모든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을 레크레이션 골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골퍼들이 플레이 하는 골프코스가 룰에 맞게, 즉 스포츠로 세팅된 경우는 드물다. 또 설사 세팅이 잘 되었더라도 해도 그 골프장의 로컬룰에 따라 플레이하면 룰위반이 된다. 국내 골프장에서는 OB가 나면 OB티로 나가서 쳐야 하고, 볼이 물을 못 건너도 물 건너 그린 가까이에서 칠 수 있도록 친절한 배려가 있다. 소위 ‘해저드티’가 그렇다. 골퍼들이 룰을 몰라서 잘못된 로컬룰에 따르는 것이 아니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된다.

골프 레프리라면 일반 골퍼들이 지난 라운드에서 쳤다는 점수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플레이 한 골프장의 세팅과 로컬룰에 따라서 5타 또는 10타 정도를 더해야 룰에 적합한 스포츠 골프와 비교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90타라고 칭찬을 받든 100타라고 깎아 내리든 본인의 골프실력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의 골프실력을 본인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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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골프의 진짜 주인공은 수도 없이 많은 한국의 명랑골퍼들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외국에서는 일반 골퍼들을 레크레이션 골퍼 또는 위크엔드 골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어로는 어떤 게 좋을까? 주말골퍼는 주말에만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이 대번에 나오고, 아마추어는 진짜 아마추어 선수와 구별이 되지 않아 무겁게 들린다.

개인적으로 ‘명랑골퍼’라는 단어가 좋아 보인다.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라운드를 하는 골퍼는 스트레스 없이 골프를 즐긴다. 라운드에서 자기가 원했던 샷을 한 번이라도 칠 수 있었다면 이미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 심지어 만족할 만한 샷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아도 라운드 자체를 즐기는 마음, 이 정도만 있어도 명랑골퍼로 충분하다.

‘K골프’는 우리나라 골프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을 상징하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그 의미를 축소하지 말고, 한국의 명랑골퍼들이 치는 일반골프를 ‘K골프’로 불렀으면 좋겠다.

K골프의 주인공은 유명 프로선수가 아니고 평범한 레크레이션 골프를 치는 명랑골퍼들이다. 우리나라 명랑골퍼들의 골프문화는 미국이나 유럽의 일반골퍼들이 상상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골프룰을 지킬 수 없어도, 골프장의 세팅이 어떻든, 페어웨이와 그린이 아무리 열악한 상태이고, 벙커 속은 무수한 발자국들로 폭탄 맞은 것 같고, 시간에 쫓기면서 토끼처럼 뛰어다니더라도 웃고 즐긴다.

‘한국사람들은 골프 스타일도 좋고, 매너도 좋다. 골프를 정말 좋아하고, 제대로 즐길 줄 안다’는 평을 듣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수많은 명랑골퍼들이 있기에 많은 이들이 골프로 밥을 먹고 살고, 또 이런 토대에서 우수한 선수가 나오는 법이다. 명랑골퍼 여러분, 자부심을 갖고 골프를 더 명랑하게 즐깁시다.

*박노승: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교수,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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