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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볼리비아②] (8) 생활스포츠로 사랑 받는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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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바이아 생활체육 배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칸차후닌(Cancha Junin) 체육관에서 여행 공인구 도키(Doki)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이곳을 신기해하는 나를 이곳 사람들은 더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어 웃음이 나왔다.


취재를 마친 뒤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소사(Sosa, 라파스 배구협회 직원)가 “혹시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생활스포츠라도 구경해보시겠어요? 내일 저녁 경기가 있을 거예요. 필요하시다면 가는 법 설명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배구라면 지구 끝까지도 쫓아가고픈 필자에게는 ‘이게 웬 떡이냐’였다. 소사가 알려준 장소는 칸차후닌(Cancha Junin)이라는 이름의 체육관이었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엔 걸어다니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택시이용을 권했다.

워낙 치안이 좋지 않기로 악명이 높은 라파스였기 때문에 겁도 조금 났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배구하는 걸 못 보고 간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고, 다음날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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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를 펼친 팀은 인글레스 카톨리코(Ingles catolico)와 유시비(UCB)라는 클럽팀이었다. 열정적으로 플레이해 깜짝 놀랐다.


볼리비아의 동네배구

경기는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했다. 필자는 7시쯤 택시를 타고 출발했는데, 가는 골목길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무슨 범죄영화의 배경 같았다. 다행히 기사분에게 부탁해 돈을 더 드리는 대신 취재가 끝날 때까지 대기했다가 다시 숙소로 데려다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시간에 맞춰 체육관에 도착했다. 보통 체육관은 입구가 바로 보이는데 이곳은 평지에서 밑으로 조금 내려가야 입구가 있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여기에 체육관이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꽤 넓은 체육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리고 이곳에는 생각보다 관중이 많았고, 선수들은 아마추어지만 유니폼을 맞춰 입고 정말이지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스페인어를 못하기 때문에 영어가 가능한 관중을 찾았는데, 곧 영어가 능숙한 가브리엘(Gabriel)이라는 한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가브리엘 아주머니는 경기를 하는 두 팀 중 유시비(UCB, Universidad catolica bolivia)라는 팀에서 뛰는 딸의 응원 차 방문했다고 했다. 그는 볼리비아의 배구 인기에 대해 “볼리비아는 축구가 가장 유명해요. 다른 스포츠는 크게 인기가 없는 것 같고요. 대신 배구는 일반사람들이 많이 즐겨요. 라파스만 해도 꽤 많은 배구 클럽팀이 운영되고 있죠. 이러면 인기가 있다고 하나요? 잘 모르겠네요(웃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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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배구경기인데 생각보다 많은 관중이 있었다.


가난해도 배구한다

이어 필자가 “솔직히 직접 와보기 전에는 볼리비아에서도 과연 배구를 할까?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클럽팀 운영이 잘 되고, 시설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라고 의견을 나타내자 열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볼리비아에는 생각보다 많은 (실내)체육관이 있어요. 프로리그가 있는 종목은 많이 없지만, 생활스포츠는 시민들끼리 잘 운영하고 있죠.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종목들도 관람해보세요. 다들 승부욕이 장난이 아닐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볼리비아 취재를 통해 한 가지 자성을 하게 됐다. 과문한 까닭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는 스포츠(배구) 활동이 적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하고 체험을 해보니 가난한 나라에서도 스포츠(배구)에 대한 열정은 높았다. 대단한 프로리그는 아니지만 동네별로 서로 팀을 꾸려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선진국과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스포츠가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은 모든 면에서 경쟁이 심해 운동을 소홀히 하는 한국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활체육 배구까지 볼리비아 취재를 마쳤다.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 직접 부딪히며 하나씩 하나씩 그들의 배구를 알게 돼 감사하다. 다음은 칠레다. 연일 시위가 벌어져 세계적으로도 큰 뉴스가 되고 있는 나라인 까닭에 걱정이 많다. 안전을 우려해 가지 않을까도 고려했지만, 어렵게 나선 배구 세계여행인 까닭에 최대한 안전을 챙기면서 취재에 도전하기로 했다. 부디 큰 탈 없이, 내가 좋아하는 배구로 칠레를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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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취재의 시발점 역할을 해준 로키 호스텔(Loki Hostel)의 매니저, 벤자민 씨에게 이 글을 통해 깊은 감사인사를 전한다.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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