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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 ‘25년 만의 승리’ 여전히 높았던 세계농구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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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대에서 25년 만에 감격적인 1승을 신고한 농구대표팀. 사진은 라건아(오른쪽). [사진=FIB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길었던 세계무대 무승의 한을 풀었다. 대표팀은 지난 9월 8일 광저우에서 펼쳐진 2019 FIBA 농구월드컵 순위결정전 M조 코트디부아르와의 최종전에서 80-71, 승리를 거두었다. 1994년 캐나다 세계선수권(이집트 전) 이후 무려 25년 만에 세계대회에서 거둔 감격적인 승리였다.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가 1승이었던 만큼, 최종전 승리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목표달성과는 별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세계농구의 높은 수준을 온몸으로 체감해야 했다. 대표팀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경기당 득실마진 ?27.3점을 기록하는 등 완패를 당했다. 아르헨티나 전은 3쿼터 종료 시점에서 승부가 갈린 가비지 게임이었으며, 러시아 전은 비교적 잘 싸웠으나 4쿼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내심 1승을 기대했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는 시종일관 압도당한 끝에 무려 42점차의 굴욕적인 패배를 헌납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대 농구의 핵심 트렌드인 2대2 플레이와 이에 대한 수비 대처였다. 현대 농구의 기본 전술은 볼 핸들러와 빅맨의 투맨 게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맨들이 쉴 새 없이 스크린을 걸고, 슈터들은 찬스를 위해 부지런히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볼 핸들러는 돌파와 패스, 슛의 삼지선다를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팀 공격에 방점을 찍는다. 자연스럽게 수비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유기적인 스위칭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대표팀의 공격은 비교적 단조로웠다. 대표팀 내 라건아의 존재감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선수들이 라건아에게 볼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정현과 이대성이 부지런히 2대2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많은 턴오버에 발목을 잡혔다. 경기당 23.0득점(전체 2위) 12.8리바운드(전체 1위)를 올린 라건아의 개인 기록은 빛이 바랬다.

수비 또한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대표팀은 강팀들의 집요한 2대2 플레이에 맥없이 무너졌다. 가드들은 상대 빅맨의 스크린에 걸리기 일쑤였고, 빅맨들은 상대 볼 핸들러에 대한 헷지 수비를 거의 해내지 못했다. 회심의 카드였던 지역 방어를 상대로 세계농구는 소나기 3점슛으로 응답했다. 나이지리아 전 대패는 이 모든 수비 실패의 결과물이었다.

‘KOR든스테이트’라는 별명을 얻었던 3점슛 또한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아쉬웠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치른 5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 31.3%에 그쳤다. 객관적 전력에서 확실한 열세에 놓였던 만큼, 반전을 위해서는 정확한 3점슛이 절실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44.4%의 성공률로 경기당 2.7개의 3점슛을 성공시킨 이대성뿐이었다.

2회 연속 농구월드컵 진출을 이뤄낸 농구대표팀의 성과는 분명했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높이 문제는 라건아의 귀화와 선수단의 장신화로 인해 어느 정도 극복해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농구와의 격차는 단순한 높이 열세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갈 길이 멀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는 궁극적으로 유소년 농구부터 KBL까지 모든 농구인들이 힘을 모아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선수들의 개인기를 장려하며 장기적으로 한국농구의 체질 개선을 추진할 때에야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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