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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부러운 아데코와 부끄러운 한국의 체육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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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아데코 코리아의 'CEO 포 원 먼스' 코리아 부트캠프의 기념사진.


# 14일 서울 강남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행사가 하나 열렸다. 세계 최대의 HR솔루션 기업인 아데코의 ‘CEO 포 원 먼스(CEO for One Month)’의 코리아 부트캠프 이벤트였다. 2014년 시작된 아데코의 이 행사는 매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데코 지사가 있는 전 세계 주요 47개국에서 젊은층의 지원을 받아 최종 1명을 선발해 한달 동안 CEO와 함께 근무한다. 그리고 이 47명 중 10명을 뽑아 다시 글로벌 부트캠프 행사를 통해 최종 한 명을 선발해 알렌 디하즈 아데코그룹 회장과 스위스 본사에서 1개월간 근무한다.

#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에게는 항공비 등 실비는 물론 제공되고, 한 달 근무 시 한국의 경우 200만 원, 본사근무는 회장의 월급과 같은 1만 5,000유로를 받는다. 아데코 코리아의 진성희 대리는 “아직 한국에서는 글로벌 부트캠프 참여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면서 올해는 국내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1,000여 명이 지원했고, 20명이 한국 부트캠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부트캠프를 경험한 젊은이들은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특히 한달 동안 CEO 생활을 경험한 인재들은 대부분 아데코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했다.

#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한체육회의 ‘은퇴선수 취업지원 서비스’와 관련된, 은폐된 비리제보를 받았다. 내용이 충격적이고, 그 심각성에 비해 후속조치가 상식 이하여서 황당했다. 사건은 2017년 발생했고, 2018년 초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그해 3월 2일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내용은 이렇다. 국내 굴지의 HR회사인 A사가 2017 은퇴선수 취업지원 서비스 사업(용역대금 2억 5,180만원)을 수행했다. 그런데 정말이지 엉터리였다. 허위실적이 많았고,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위반했다. 내용을 하나하나 파악하면 기가 찰 정도다. 오죽했으면 문제가 불거지자 A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용역대금을 전액 반환했을까.

#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름 이 문제를 제대로 적발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낸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과 이후 사후조치 과정을 보면 또 한숨이 나온다. 황당한 비리를 인지하고, 밝혀낸 것은 대한체육회 내부(인사 혹은 시스템)가 아니었다. 이 분야 전문가로 대한체육회 고용능력개발분과위원회 멤버였던 한 전문가가 없었다면 이 황당한 비리는 지금까지도 바로잡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제보를 받은 후 이와 관련된 사항을 묻자 이 전문가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운동선수들이 많은 체육계는 더 심각하고요. 그런데 이와 관련된 대한체육회의 사업을 보니 놀랄 정도로 부실투성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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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은퇴선수 진로지원센터의 홈페이지. A용역업체의 부실용역은 이 진로지원센터를 통해 이뤄졌다.


# 비리가 밝혀진 과정도 속이 상하지만 이후 조치도 못마땅하다. 보통 고용노동부 등 다른 국가기관에서 이런 용역업체의 비리가 밝혀지면 대금 전액환수는 물론이고, 손해배상 청구, 해당업체의 공공입찰 참가제한에 필요 시 수사의뢰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이 문제를 조사한 위원회는 위와 같은 ‘상식적인’ 권고안을 대한체육회에 전달했다. 그런데 취해진 조치는 A업체에 대한 대금 전액환수와 대한체육회 담당직원의 경징계(경고)가 전부였다. 쉬쉬하며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비리 내용과 사후조치 등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해당업체는 지금도 공공기관의 용역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고, 체육회 내부 관련자들도 다들 잘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교육복지부의 정성훈 부장은 “수사의뢰와 민사소송은 A업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과오인지를 입증하기 어려운 까닭에 하지 않았다. A업체는 직원 개인의 비리였다며 해당직원을 해고조치한 것으로 안다. A업체에 대한 입찰제한 등의 조치는 대한체육회에 권한이 없고, 문체부가 보고를 받고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 정리하면 이렇다. 국내 HR업체가 황당한 수준으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국고를 부당하게 편취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는 관리감독에 소홀했다. 문제가 밝혀지자 이 사실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면서 해당기업에 대한 정당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형 사회적 비리에서 꼬리짜르기로 사용되는 '개인일탈'이라는 말로 해당업체를 봐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짙다. 여기에 입찰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정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 체육의 ‘은퇴선수 취업지원 서비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서비스를 받아야 할 은퇴선수 취업희망자들은 한 마디 사과는커녕 이런 일이 벌어져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당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취업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우롱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HR기업 아데코의 연례 프로그램에 비교하니, 우리네 HR기업과 체육행정이 마치 ‘막말정치’처럼 그 수준이 무척 떨어지는 것 같기만 해 아주 속이 상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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