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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골프장의발견] 스카이72오션코스 - ‘한국대표 토너먼트코스’
<스카이72>는 우리나라 골프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온 골프장입니다. 지난 주 ‘하늘코스’를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오션코스’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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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 골프장 터 옛 폐염전 모습.


이곳은 버림받은 폐염전과 파헤쳐진 돌산이 있던 자리입니다.
인천공항이 개발되면서 활주로 공사로 헤집어진 땅이었지요. 거칠게 방치된 바위산을 다듬어 흙을 다지고 폐염전 땅에는 돌산의 토석들을 차곡차곡 메워 잔디 길을 냈습니다. 돌산이 있던 자리가 ‘오션코스’, 폐염전과 개펄이 있던 자리는 ‘클래식코스’, ‘레이크코스’가 되었습니다.
푸른 잔디가 반짝이는 구릉 사이 풀숲에 바람을 따라 야생화와 텃새들이 찾아오고, 바위산은 금빛으로 빛나게 되었지요. 이 ‘오션코스’의 파란 양잔디와 황금빛 큰 바위들은 우리나라 골퍼들의 눈에 가장 익숙한 골프장 풍경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갤러리가 많고 중계 시청률이 높은 여자 프로대회인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11년 동안 열린 곳이라서, 한국의 골퍼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어온 골프장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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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스의 특성

1)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
오션코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토너먼트 코스’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는, ‘코오롱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CC>와 ‘프레지던츠컵’ 등 국제 이벤트 대회가 열린 <잭니클라우스GC>가 꼽힙니다. 최근에는 제주 <클럽나인브릿지>가 PGA대회를 열면서 토너먼트 리노베이션을 선보이기도 했지요. KLPGA 대회가 열리는 <롯데스카이힐제주CC>와 <블루헤런GC>, ‘매경오픈’이 열리는 <남서울CC>, 그리고 과거에 많은 대회가 열렸던 <일동레이크CC> 및 최근에 활발히 대회를 유치하고 있는 몇몇 골프장 들을 토너먼트 코스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코스 자체로는 토너먼트 급으로 조성되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소수 회원들을 위한 폐쇄적인 멤버십 클럽인데다가, 공간 구성에서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들어와 머무르고 움직일 수 있는 편의시설과 동선, 방송 중계 화면을 잘 구성할 수 있는 장비 설치 편의성, 천연잔디 연습장, 교통 편의성과 주차장, 보도 지원 시설과 배후 숙박시설 등 국제적인 대회 운영을 위한 여러 필수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들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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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확하고 정의로운 코스’
스카이72 오션코스는 인천국제공항에 바로 붙은 곳이라 교통이 좋으며, 여러 지원 시설을 직접 보유하거나 연계되어 있어서 토너먼트를 치르기에 부족함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와 함께 국제 규모 토너먼트 코스를 치르기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골프장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코스 자체가 국제 규모 토너먼트를 치르기 위한 여러 필수요건들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프로 토너먼트를 여는 코스는 정상급 선수들의 종이 한 장 차이 실력 우열을 가려낼 수 있을 만큼 까다롭고 변별력 높은 시험지 같은 것이지요. 18홀 내내 선수들의 신체 능력, 기술 능력, 정신 능력 등을 골고루 측정하면서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가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도록 정확히 가려내는 코스여야 합니다.
당연히 충분한 길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강력한 샷과 다양한 기술 샷을 다 구사해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으며, 사려 깊은 전략과 정확한 기술에 바탕한 용맹한 도전에 기꺼이 보상하는 한편, 우연을 바라는 만용을 응징하는, ‘정확하고 정의로운 코스’여야 합니다.
오션코스는 LPGA 대회와 KPGA 대회 등을 통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우승하도록 가려냄으로써, ‘정의로운 판별력’을 가진 토너먼트 코스로 입증되었다고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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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코스 6번 홀(스카이72 사진).


3) 대회로 입증된 ‘변별력’
이 코스는 잭니클라우스 디자인 팀에서 설계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캔디쿵, 최나연, 청야니, 수잔 페테르센, 양희영, 백규정, 렉시톰슨, 전인지 선수 등 그 해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우승하였고, KPGA의 대회에서는 박상현, 배상문, 이상희 선수 등 스타 급 실력자들이 우승하여 코스의 뚜렷한 변별력을 입증하여 왔습니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라는 좋은 스폰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토너먼트들이기도 했지만, ‘오션코스’ 자체의 토너먼트 코스로서의 우수함이 이 대회들의 빛나는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점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것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코스였고, 지금도 국내 으뜸 급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습니다.

4) 한국골프 변화를 이끈 골프장
이 골프장은 더구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입니다. 이 코스와 견줄 수 있는 토너먼트 코스 또는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들은 거의 모두가 ‘명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거나 ‘회원제’ 골프장 들입니다. 최근 들어 “회원제 보다 더 좋은 퍼블릭” 소리를 듣는 몇 개 골프장들에서 일부 골프대회들이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 대회를 치를 만한 지원 시설 등의 제반 환경에서 이 골프장과 견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명문 퍼블릭’이라는 흐름이 비롯된 것도 사실은 스카이72 오션코스와 하늘코스에서 발원한 뒤였다고 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폐염전에서 푸른 잔디가 나고 버려진 바위가 예술 조경처럼 변신하는…… 버려진 땅에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모여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상대적으로 천(賤)하게 여겨지던 퍼블릭 코스에 ‘명문 코스’라는 이름이 붙어 칭송되는…… 그리고 그것들이 골프 문화 전반의 변화 흐름으로 이어지는 - 한국 골프 문화에서 의미 있는 역사적 변화들이 이 코스에서 이루어지거나 시작되었습니다.

2. 인상적인 홀들
이 골프장은 토너먼트 코스라는 특성을 존중하여, 코스 구성 자체에 중점을 두어 살펴보아야 합니다.
스카이72 골프장 코스들 중에서 이 ‘오션코스’보다 ‘하늘코스’를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국내외 전문 기관들이 선정하는 ‘코스 랭킹’ 에서는 언제나 ‘오션코스’가 최상위 급의 평가를 받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골프산업 발전을 위해 1998년 창설된 아시아태평양골프그룹이 매년 시상하는 <아시안 골프어워즈>에서, 오션코스는 2009년부터 3년 연속으로, 그리고 2014년 2015년 2017년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골프다이제스트 코리아가 선정하는 2019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평가’와 ‘선정’은 이 밖에도 많으나 굳이 더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러한 랭킹 선정은 역사와 회원 가치보다는 골프 코스 자체의 품질에 주요 지표를 두어 평가한다지요. ‘오션코스’는 18홀 전체가 하나의 드라마로 완결성이 있으나, 그 가운데 게임의 변곡점이 되기도 하거나 인상적인 몇 개 홀들을 살펴 봅니다.

1) 5번 홀 - 8개 벙커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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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홀.


가장 쉬운 4번 홀을 거쳐 자신감이 들기 시작할 즈음 만나게 되는 첫 번째 파5홀입니다. 이 홀에서 설계자는 도전적인 티샷을 유혹합니다. 연못 정면으로 보이는 여덟 개의 벙커를 넘기면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바로 공략하기 쉽습니다. 챔피언 티 기준으로 최소한 오르막 250미터를 넘겨야 하고, 레귤러 티 기준으로는 오르막 비행 거리 220미터(레이디 티에서는 180미터) 이상 보내야 벙커를 넘겨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릴 수 있지요. 오른 쪽으로 돌아가면 대개 ‘3 온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데, 너무 오른 쪽으로 보내면 두 번째 샷에서 그린 앞 120미터 지점의 실개천을 넘길 것인지 잘라 갈 것인지 다시 선택해야 합니다.
전형적으로 티잉 구역에서 홀의 전체 모양을 보면서 전략을 세워 플레이 할 수 있는 ‘전략형 홀’입니다. 저는 이 홀의 전략적인 구성과 풍치를 좋아합니다만, 코스 설계 전문가 가운데 한 분은 8개 벙커의 위치가 애매하다고 하시더군요. 이 오션코스를 좋아하는 분인데 말입니다.(이 홀에 뭔가 아픈 기억을 갖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들께서는 어떠신지요?

2) 6번 홀, 바람 맞이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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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홀.


6번 홀은 이 코스에서 가장 ‘영감 넘치는’ 홀이라고 저는 느낍니다. 오른 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 형 홀이며 크게 돌아 오른 쪽 끝 바람 부는 언덕 위에 그린이 있습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두번 째 샷 위치에서 보는 그린 언덕 위에 <폭풍의 언덕> 소설 속 히스클리프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홀이지요.
길지 않은 홀이지만 오른 쪽 페어웨이 벙커를 넘길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두 번째 샷 할 위치를 선택한 뒤 티 샷 해야 하고, 페이드 샷으로 어프로치 하는 것을 유도하는 홀로 보입니다. 특히 ‘뒷 핀’일 경우 홀을 지나치면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가기에 공을 세울 수 있는 샷을 해야 한다고 설계자가 말하는 것 같군요.
저는 그런 ‘기술 샷’을 할 능력이 부족하지만, 언덕 너머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도전을 부추겨 번번히 시도하게 됩니다.
오른편 깊은 벌칙구역에 샛노란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습니다. 거칠고 아름답습니다.

3) 리드미컬한 7,8,9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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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홀 두번째 샷 지점.


7번 홀은 장타자에게 ‘투 온’을 유도하는 짧은 파5 홀입니다. 연못 너머 반도 모양으로 그린이 있기에, 투 온을 해서 그린에 공을 세우려면 티 샷을 멀리 보낸 뒤 짧은 거리의 두번 째 샷을 해야 합니다. LPGA 대회 때 보니 제시카 코다 등 장타자들은 대개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해서 그린에 올리더군요. 아마추어들은 이 홀에서 ‘뜻 밖의 참사’를 많이 겪는다고 캐디가 말해줍니다.
8번 홀은 그린의 굴곡이 심해서 퍼팅과 쇼트 게임을 잘 해야 하는 파3 홀이고 9번 홀은 그린 왼쪽의 연못과 오른편의 벙커를 피해 아이언 샷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 민감한 홀입니다. 쉬운 듯 어렵다가 까다롭게 마감되는 전반 마지막 3홀의 리듬이 프로 대회 선수들에게는 물론 아마추어 플레이어들에게도 ‘쫄깃한’ 긴장감을 줍니다.

4) 폴라 크리머의 12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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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홀.


긴 오르막으로 어려운 10번 홀과, 바람과 그린 굴곡만 감안하면 어려움이 적은 11번 홀을 지나면, 이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12번 홀에 이릅니다. 핸디캡 순위가 아홉 번째이니 중간 정도 난이도의 홀이지만 의외의 변수가 아주 많은 홀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형적 특성이 있고 굴곡이 많은 솟은 그린이라 프로들도 정확한 공략이 쉽지 않다고 하는군요. 그린 너머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 때문에 착시가 빚어져 거리 가늠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에 처음 보는 분들과 ‘조인골프’를 하면서 ‘블루 티’에서 라운드 하였는데, 그날 따라 블루 티가 뒤쪽에 놓여 있어서 핀까지 220미터에 맞바람이 불더군요. (레귤러 티도 185미터로 긴 편이고, 레이디 티는 160미터에서 100미터 이내까지 변동 폭이 큽니다) 동반자 중에 드라이버 샷을 250미터 가까이 치는 장타자가 있었는데 그분도 드라이버를 잡아서 간신히 그린 에이프런에 떨어뜨렸고, 저도 역시 드라이버로 쳐서 그린에 한참 못 미친 벙커에 공을 빠뜨렸습니다. 그린이 솟아 있기에 벙커가 깊고, 벙커샷을 해서 공을 떨어뜨릴 그린 위 자리도 예민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우면서도 까다로운 이 홀은 미국의 미녀 프로골퍼 폴라 크리머에게 헌정된 홀이라 합니다. LPGA 대회 등 여러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참가한 국내외의 유명 프로골퍼 들에게 이 코스의 몇 개 홀들을 헌정하여 그 이름으로 부른다는 군요.

5) 13번 홀 ‘청야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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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홀 그린에서 본 모습.


13번 파5홀은 페어웨이 중간의 실개천 바로 앞 페어웨이 끝까지 티샷을 보내라고 설계자가 권하는 구성입니다. 챔피언티 기준으로 티잉 구역에서 실개천까지의 거리가 315미터 정도 되고 레귤러티 기준으로도 270미터에 이르니, 장타자라도 티샷으로 이 실개천을 넘길 수는 없지요. ‘2 온’을 시도하려면 실개천 바로 앞까지 공을 최대한 보내서 210~220미터 정도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하라는 설계 의도 같군요. 남자 프로 선수들은 ‘2 온’을 시도하지만 여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거리라 대개는 두 번째 샷을 핀에서 100미터 이내 거리에 보내 놓고 세 번째 샷을 정확하게 치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2011년 LPGA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대만의 청야니 선수는 다른 방법으로 쳤습니다. 바로 오른 쪽 옆의 14번 홀 페어웨이로 티샷을 보내놓고 거기서 2온을 시도하여 성공한 것이지요. 이 코스에는 오비가 없어서 공이 다른 홀로 가도 놓인 대로 플레이 할 수 있었으니 청야니 선수는 기발한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공략은 그 이후로 금지되었다 합니다) 이 홀에 딱 한번 새겨져 있으며 앞으로는 다시 나올 수 없는 기록입니다.

6) 16,17,18… 짜릿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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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홀 최경주 프로 헌정 표식.


16번 홀은 오르막인데다가 가장 길어서 멀리 치려다가 왼쪽 연못의 부담이 가중되기도 하는 ‘핸디캡 1번’ 홀입니다. 최경주 선수에게 헌정된 홀이기도 하지요. 보통 이 16번 홀은 ‘지키는 전략’으로 넘어갑니다.
17번 홀은 12번 홀 못지 않게 인상적인 파3홀입니다. 잭 니클라우스에게 헌정된 홀이며, 그린이 웨이스트 벙커 가운데 섬처럼 떠 있어서 이색적인 홀이지요. 위협적으로 보이는 벙커가 아름답지만 어렵지는 않아서 핀 위치를 쉽게 하면 버디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바람이 불거나 티잉 구역을 뒤로 세팅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난이도의 조정으로 승부의 변수를 만들 수 있는 홀이라 하겠습니다.
18번 파5홀은 대회 마지막 날에 TV 화면에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지요. 장타자들은 ‘2 온’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연못 너머 그린이 가로로 긴 모양이고 대회 마지막 날의 핀 위치는 대개 연못 바로 너머에 있어서 그린 위에 공을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홀에서는, 핀을 향해 ‘2 온’을 시도하는 전략, 왼쪽 벙커 앞까지 공을 보내서 러닝 어프로치로 핀에 붙이는 전략, 핀에서 100미터 이내 지점까지 두 번째 샷을 쳐 보내서 세 번째 샷으로 정확하게 핀을 노리는 전략의 세가지가 구사됩니다. (2016년 연장전에서 전인지 선수가 세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서 많은 팬들이 안타까워 했었지요)
16, 17, 18로 이어지는 이 세 홀은 쉽고 어려움의 강약 리듬과 전략에 따른 승부 변수가 매 홀마다 짜릿하게 전개되는 드라마틱한 토너먼트 구성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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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스카이72 사진).


7) 대개 5타 정도 더 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션코스는 아마추어 플레이어의 경우 5타 정도 더 치게 되는 코스라 합니다. 코스 전장도 길고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가 홀마다의 변별력과 난도가 높아서 까딱하면 많은 타수를 잃게 될 위협 요소들이 곳곳에 있지요. 특히 그린을 놓치면 보기 이상을 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정교한 아이언 샷 그린 공략이 필요한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프도 거칠고 바람 부는 곳이 많아 남성적인 느낌인데 남자 프로 대회가 다시 열리면 더욱 진가가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코스에서 열리던 SK텔레콤오픈이 3년 전부터 ‘하늘코스’에서 열리고 있다 합니다)

3. 관리의 특징

1) 웨이스트 벙커, 수많은 벙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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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홀(스카이72 사진).


오션코스에는 벙커가 119개 있습니다. (이 가운데 1번, 4번, 17번 홀 페어웨이를 따라 위치한3개는 골프채를 땅에 댈 수 있는 ‘웨이스트 벙커’입니다. 모래가 있는 벙커이지만 그냥 땅이라 여겨서 관리를 하지 않는 ‘비관리지역’입니다. 벙커 속에 풀이 난 곳은 웨이스트 벙커라고 보면 됩니다) 벙커가 많다고 소문난 사우스스프링스CC 등 난도 높은 코스들보다 벙커가 많은 코스이지요.
벙커들은 강에서 채취한 모래로 채워져 있으며 모래의 굵기는 0.5~1.5mm로 균질합니다.

2) ‘토너먼트 관리’의 까다로움
보통 때도 그렇지만 특히 토너먼트가 열릴 때면 러프는 세미러프, 러프, 헤비러프의 3단계로 명확히 나뉘어 관리됩니다. 세미러프는 페어웨이와 러프의 경계가 되는 지역으로 아쉽게 페어웨이를 놓친 것에 대한 기분 좋은 보상을 제공하는 1.5미터 폭의 공간입니다. 잔디 길이를 30밀리미터 정도로 관리하며, 러프는 대회 기간 동안 60~100밀리미터 길이로 관리한다는 군요. 골프 공이 빠지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길이지요. 헤비러프는 100밀리미터 이상 길이로 관리합니다.
그린 빠르기는 대회 기간 동안 스팀프 미터 계측 기준 3.6~3.8미터 정도로 맞춘다 합니다. (보통 때는 3.0미터 스피드를 목표로 관리한다는데 계절과 관리 시점에 따라 더 느릴 때도 있는 듯합니다) 대회 기간에는 아이언 샷과 웨지 샷의 스핀에도 그린에 공이 멈추지 않고 바운드 되도록 그린을 딱딱하게 만듭니다. 장기간에 걸쳐 잔디의 밀도를 높이고 수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경도를 높이는데, 수분이 적으면 그린 손상이 많이 되기에 대회를 한 번 치르고 나면 그린을 되살려 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회 기간에는 페어웨이 잔디 길이도 더욱 짧게(10~12mm) 관리합니다. 잔디에 물을 주는 것도 최소화 하여 땅의 표면을 단단하게 유지한다는 군요. 강하게 티샷 한 공이 땅 속에 박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대회 관리 기준이라 합니다.

3) OB는 없음, 생태 보전 구역
이 코스에는 오비(아웃오브바운즈) 지역이 없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전 홀 벌칙구역으로 처리합니다. 다만 녹색 띠가 박힌 구역은 생태보전구역이라 하여 벌칙 구역과는 다르게 처리됩니다. 벌칙구역에서는 놓인 그대로 상태에서 공을 칠 수 있으나, 생태보전구역은 들어가지 말라는 지역이므로 공을 찾지도 말아야 하며 굳이 찾았다고 해도 칠 수 없으므로 ‘1벌타 후 드롭’ 하고 쳐야 합니다. (캐디의 말로는 아마추어 손님들 가운데는 ‘그런 게 어딨냐’며 들어가서 치는 분들도 있다는 군요)

4. 특별한 마케팅 이야기
<스카이72>를 일러 ‘재미가 넘치는 골프장’이라고들 합니다. 이 골프장이 생기지 전까지 한국 골프장들의 분위기는 근엄하고 딱딱한 느낌이었지요. 예약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적었던 시절이라 소수의 선택 받은 회원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프장이 ‘갑’이고 손님은 ‘을’인 형편이었으므로 별다른 마케팅이 없어도 골프장 운영은 걱정이 없었습니다. 회원권 보증금 반환 요청을 걱정하는 골프장도 없었지요. 분양 영업은 있어도 운영 마케팅을 펼치는 골프장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카이72는 일정 기간 임대한 땅에 자기 돈으로 투자해서 골프장을 짓고 운영하다가 반환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빠른 시간 안에 이익을 내야 하는 운명이었지요. 생존을 위한 절실한 마케팅이 전개되었고 그 방향은 ‘재미’와 ‘동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케팅이 우리나라 골프장 문화를 알게 모르게 바꾸어 오고 있습니다.
스카이72 경영과 마케팅은 많은 골프장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FUN경영’과 ‘동심경영’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지요.
[한국골프장의발견] 시리즈는 골프장의 마케팅을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표적인 것 세가지만 요약해 적습니다.

1) ‘FUN’ - 유머 코드와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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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유머 넘치는 사진.


클럽하우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소변기 위에 서양미녀가 훔쳐보는 사진이 있고 거기에 이런 말들이 적혀 있습니다.
“한 걸음 가까이 오시면 제가 본 것을 비밀로 해드릴게요”
코스에 나가면 티잉 구역에 있는 홀 공략법 안내 판에 이런 골프 우스개도 적혀 있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훅, 오른 쪽으로 가면 슬라이스, 그럼 가운데로 가면? 기적.”
라운드를 마치고 사우나에 가면 ‘백돌이 전용’ 샤워 부스, ‘한번도 못 먹은 분 전용’ 부스도 있지요.
이런 유머들은 내용 자체로는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닐 수 있지만 골프장에서의 시도로는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품위 있는 손님’을 고집하는 기존의 골프장 관념에 ‘허를 찌르는 한 수’ 였다 할까요.
그리고 이 골프장에는 마치 소풍을 나온 듯 즐거운 분위기가 곳곳에 넘칩니다. 캐디들도 다른 골프장들과는 달리 손님과 함께 놀러 나온 것처럼 즐거운 안내자 같은 느낌이지요. '골프는 어른들의 소풍'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동심'을 어루만지는 것을 '동심경영'이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소풍 나온 것처럼 18홀 푸른 잔디를 즐기다 왔습니다.

2) “골프는 스포츠 경기다”
한국에서의 골프는(이 골프장 이전에는) ‘접대’와 ‘의전’ 성격이 강했습니다. 골프라는 운동에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덧씌워진 까닭도 ‘접대’에 이은 ‘비리’의 사건들이 골프장과 연계되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골프장 경영진은 “골프는 스포츠 경기다” 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합니다. 스포츠로서의 운동하는 골프, 경기로서의 게임 하는 골프에 중점을 둔 것이지요. 음습한 접대와 의전의 분위기를 벗어나서, 활발하게 운동하고 경쟁하는 젊은 느낌으로 골프를 정의하고 손님의 느낌, 골프장의 느낌을 바꾼 것입니다.

3) 고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오션코스 12번 파3홀은 구조적으로 진행이 지연되어 손님이 한 두 팀 밀릴 수 밖에 없는 장소입니다. 그 홀 티잉 구역 옆에 겨울엔 붕어빵을, 여름엔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는 천막집이 있어 유명합니다. 오래 밀리더라도 사람들은 붕어빵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옛날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누며 대화합니다.
또한 이 골프장 그늘집 화장실에는 헤어스프레이를 비롯한 화장품들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캐디들은 손톱깎이는 물론 생수, 핫팩, 물휴지도 준비하고 있고 카트에는 휴대전화 충전기도 달려있지요. 손님들이 감동할 만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입니다. 홈페이지 회원에게는 할인을 비롯해서 의외의 감동을 주는 이벤트가 수시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지난 주 하늘 코스를 다루면서 스카이72의 이러한 동심경영, 펀(FUN) 마케팅에 대해서 이번 편에 좀더 이야기 하겠다고 했지만, 이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골프장의 마케팅을 중점으로 보는 탐사기가 아니므로 더 깊이 살피거나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5. 덧붙이는 이야기

그런 한편 스카이72가 이천 년대 들어 변혁기를 맞은 한국 골프의 역사와 문화 혁신에 가장 큰 역할을 해온 골프장이고 앞으로도 더 큰 역할이 기대된다는 마음에서 사족(蛇足) 하나 덧붙입니다. (골프장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여기부터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1) “벼락 같은 축복”
이 골프장 경영진이 통찰하는 대로 골프는 스포츠 경기입니다. 스포츠의 본질은 운동을 통한 심신의 수양이고 그 정신적인 바탕은 ‘정의의 실현’ 아닐까 합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나 그렇지 않은 이나 같은 조건에서 경기하고 실현한다는 것이지요. 현실 세계에서는 서로 불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도 인류는 스포츠에서 정의로운 룰(rule)을 끝없이 모색해 왔습니다. 그 룰의 가장 높은 경지는 정신적인 가치의 적용입니다. 이를테면 속임수를 엄벌하는 조항 같은 것 들이지요. 그런 점에서 골프는 가장 정의로운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룰이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플레이어 스스로의 의도에도 룰을 적용하는 자기 성찰적 스포츠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특히 더 정의롭지 못한 스포츠로 인식되어 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본질 바탕과 다른 불의의 수단이나 배경으로 자주 활용되었던 전력 때문이지요. 그런 음습한 느낌에서 벗어나 그 대척점에서 발랄하고 즐거운 스포츠 경기로서의 골프를 일깨워 준 <스카이72>는 한국 골프 문화에 내린 ‘벼락 같은 축복’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 ‘재미(FUN)’ 너머의 ‘세계관’
그런 한편 모든 새로운 것은 곧 구태의연한 것이 되어갑니다. ‘펀(FUN)경영’이라는 말을 듣는 재미 요소들은 처음엔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지금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롭지만, 두세 번 보면 무감동하게 되기도 하지요. 자극은 늘 더 강한 자극을 부르게 마련인데 농담도 같은 방법으로 반복되면 ‘아재 개그’로 내몰리게 되는 것처럼, 표피적인 아이디어는 매번 새로운 자극과 더불지 않으면 속된 말로 ‘구린’ 것이 됩니다.
‘FUN’은 좋은 것이지만 그 바탕과 젖줄이 되는 ‘세계관’을 이 골프장이 구축하고 전개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과 문화에서 이제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상품들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영국에서 비롯되어 미국에서 꽃피운 ‘젠틀맨’ 세계관으로서의 골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우리는 요즘 ‘마블’의 세계관 속에서 활약하는 캡틴 아메리카 등에 열광하고 있기도 하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합니다)
골프는 아직 앵글로색슨의 세계관 속에 있습니다. 골프대회를 예로 들자면 ‘디오픈’은 그들의 '관용과 봉사'라는 보수적 젠틀맨의 열린 세계관을 짐짓 표방하는 것이고 ‘마스터즈’는 극단의 차별적 엘리티즘 세계관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지성적인 골퍼들도 그것을 숭배하고 열광합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세계관의 힘’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스크린골프 게임의 종주국이 되기도 할 만큼 창조적인 사람들인데, 실제 골프에서는 여전히 앵글로색슨이 만든 신화를 더 받들어 숭고하게 보고 LPGA에 휘둘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한국 골프가 강해지고 골프 시장이 커진다 해도 독자적인 골프 문화의 세계관을 세우지 못하면 진정으로 강한 골프 문화와 시장을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3) 새로운 시대의 기대
이 코스에서 LPGA대회를 갈음하는 새로운 형태의 아시안LPGA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 대회는 어떤 문화적 정신 가치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여자프로 투어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자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고 한국 여자 골퍼들이 입는 옷가지 패션은 세계에서 가장 진취적이고 화려합니다. 세계 골프역사에 유례없이 두드러진 문화 특성이 발현되고 있는 독특한 나라인데 매주 치러지는 대회들은 겉모습은 좀더 세련되어 보여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평범한 가치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들에서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통찰과 비전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남자 프로대회가 인기 없는 이유도 본질적으로는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가치의 세계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관의 공감이 없으면 골프는 특정한 계층의 놀이에 머물 뿐이며, 새로운 스타도 나오기 어렵습니다. 세계의 골프 팬들이 타이거우즈에 열광하는 것은 그의 실력뿐 아니라 앵글로색슨 골프문화 속에서 하나하나 기록을 깨어 나가는 ‘정의로운 도전’ 구도에 우리가 몰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영웅은 더 강해지고 새로운 영웅이 꿈꾸며 태어나는 것이지요.
‘스카이72오션코스’는 우리나라가 세계 골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는 과정과 함께 한 골프장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골퍼들과 골프장 문화의 진화를 이끌어온 변화의 진원지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동심’이라는 초기의 '조그만 마을의 이야기'를 넘어 더 정교하고 진취적인 '세계관'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곳에서 치러진다는 아시안LPGA대회도 미국 LPGA 비슷한 투어를 아시아에서 한국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차원을 넘어 진정으로 새로운 문화 영역을 만들어 나가기 바랍니다.

이 골프장 터는 본디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 부지였다고 하는데 이 땅이 어떻게 쓰이는 것이 더 이로울 지는 감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골프장은 이미 대한민국 21세기 골프 역사의 문화유적이 되어버린 곳입니다. 이런 문화적 자산이 다시 새로 만들어지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이 골프장이 이끌어 온 골프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비추어 볼 때, 어쩌면 세계의 골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해 갈 문화적 진원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이 아름다운 코스가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깊어집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 골프 스토리라이터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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