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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골프장의 발견] ‘더스타휴’ - 우아한 산책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단순 기사나 후기 형식을 넘어 한국 골프코스들의 속살을 샅샅이 들여다 봅니다. 신문과 인터넷에 연재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이 컨텐츠는 골프장의 협찬 없이 직접 경험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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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코스 1번 파5홀(송호 사진).


<더스타휴 골프앤리조트>는 '휴양형' 골프장입니다. 이름이 말하는 대로 골프코스에 휴양 리조트를 더한 곳입니다. ‘별’을 의미하는 ‘스타(Star)’와 ‘휴식’을 의미하는 한문 글자 ‘휴(休)’를 결합하였으니, ‘별처럼 빛나는 휴식’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니 더스타(The Star)는 ‘한국을 이끌어가는 사회 리더인 회원’을 뜻한다 합니다. 즉 ‘한국 사회 리더 층 인사들의 휴양을 위한 골프장과 리조트’ 라는 의미이겠습니다.

“여자들이 홀딱 넘어갈……”
2014년 경기도 양평 동북쪽 삼각산 기슭에 문을 연 이 골프 리조트는 한동안 회원들에게만 개방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듬해 여름에 처음 왔었는데 그날 함께 라운드 한 초면의 여성 분 얼굴에 가득했던 감탄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한 홀 한 홀이 지날 때마다 ‘너무 예쁘다’를 연발하며 취한 눈빛을 보이더니, 라운드가 끝나고 달빛 가득한 클럽하우스 팽나무 야외가든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쯤엔 연신 환희의 감탄성을 참지 못하시더군요.
그날 그분의 표현에 따르면 “여자들이 홀딱 넘어갈 골프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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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타휴 코스 제원.


최혜진의 ‘원온 이글’ 우승 코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관하는 <보그너MBN여자오픈> 토너먼트 대회가 2015년부터 이곳에서 열리면서 이 골프 리조트는 더 많은 골퍼들에게 알려졌습니다. 2016년 대회에서는 인기 절정의 박성현 선수가 우승했고, 2017년 대회에서는 당시 아마추어이던 최혜진 선수가 11번 파4홀에서 ‘원온 이글’에 성공하는 등의 화제를 뿌리며 우승해서 관심을 모으기도 하면서, 이곳은 전통 깊은 명문클럽 버금가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위치와 코스의 성격 면에서 토너먼트를 치르기 위한 골프장이 아니랄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같은 대회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대회 스폰서인 <보그너>는 이 골프리조트 대주주가 수입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짧은 시간에 오른 골프장 상위 랭킹
2018년, 세계 유력 코스 정보 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 (top100golfcourses.com)’가 게시한 ‘한국 톱40 골프코스2018’에서, 이 골프장은 한국 내 랭킹 19위로 선정되었습니다. ‘독립적인 홀 레이아웃과 친환경적인 설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보다 앞서 서울경제골프매거진이 발표한 ‘2014 한국 10대 뉴 코스’에서 최고 등급의 새로운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즈음에 문을 연 '새로운 코스 가운데 10대 코스'에 선정된 것인데, 워낙 쟁쟁한 골프장들이 많이 새로 문을 연 때였고,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웰링턴CC>와 함께 최고점을 받아 선정되었으니 그만하면 대단한 결과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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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편의시설(더스타휴 홈페이지 사진).


소다, 보그너… 패션 회사 소유
이 골프리조트는 ㈜한창산업개발이 운영합니다. 이 회사는 신발과 의류 등 패션사업을 전개하는 대주주의 소유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그너>, <커터앤벅> 등 골프 의류와 <소다> 등 유명 신발 브랜드가 이 회사의 주력인 것으로 압니다. 최근에는 베이커리 카페와 수입가구 등을 결합한 <나인블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회사 감성의 ‘스타일리시 클래식
감성적 마케팅을 하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회사의 성격이 골프 리조트 조성과 운영에도 반영된 듯합니다. <더스타휴 골프앤리조트>의 클럽하우스 내 시설들은 유명 백화점 판매, 식음, 휴식 시설들 중의 고급 존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입니다.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백화점을 닮아 있군요) 앞에서 어느 여성분이 말한 대로 “여성들이 홀딱 넘어갈 감성”에 맞추어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골프 시장에서도 여성 고객들이 실질적인 결정권자로 떠오르고 있지요. 감성도 높은 여성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면 남성들도 기꺼이 따르게 되는 것이 골프에서도 통하는 마케팅의 흐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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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코스 3번 파5홀.


양평, 깊은 산중 고운 풍광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가 개통되면서 훨씬 가까워진 양평 동북쪽 삼각산(538m) 기슭에 이 골프장은 자리잡았습니다. 양평은 물이 좋고 산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서 서울 근교의 휴양지로 첫 손꼽는 곳이지요.
이 골프장은 양평 산중 특유의 수려한 풍광과 맑은 공기를 가득 품고 있습니다. 이 산에는 가을 단풍이 눈이 멀듯 곱게 드는 활엽수림이 무성합니다. 코스에서는 시야가 넓게 확보되어 북쪽으로 멀리 ‘구락산(326m)’, 남쪽으로는 ‘수리봉’ 등의 산줄기들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먼 곳에 그윽한 겹겹 능선이 펼쳐지는 절경이 라운드 내내 펼쳐지지요. 코스를 걷노라면 눈과 마음이 맑아집니다.

낮은 ‘스타코스’, 높은 ‘휴코스’
산허리인 해발 280미터 높이에 들어선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스타 코스’는 해발 210미터~280미터, ‘휴 코스’는 해발 280미터~390미터 지점에 조성되었습니다. ‘스타 코스’는 낮은 쪽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휴 코스’는 산중턱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지형인데 클럽하우스가 플레이 흐름의 중심에 있어서 진행이 원활하고 시설 이용에 효율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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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코스 8번 파4홀(송호 사진).


원형 클럽하우스, 여성적 실내 장식
클럽하우스는 현관 앞 중정(中庭)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돌아가는 모양으로, 항공사진을 보면 SF영화에 나오는 외계 문명의 사원 같아 보이지요. 하지만 내부는 짙은 색 무늬목과 크림 빛 대리석을 두른 클래식한 실내건축 위에 유럽풍 앤티크 가구와 장식적인 소품들, 그리고 심플한 모던 가구들을 조합하여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되었습니다. 가구와 인테리어 장식이 유럽 고전풍 스타일이면서도, 소품은 모던한 것까지 두루 갖춘 치장입니다.
백화점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처럼 다양하고 아기자기합니다. 여자분들은 물론 남자들도 ‘고급스럽다’고 좋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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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항공사진(더스타휴 홈페이지 사진).


‘프라이빗’ 한 클럽 시설 배치
한정된 회원을 위한 서비스를 지향하기 때문인지 이용객 동선이 개인의 비밀 보장을 위해 안배된 듯합니다. 발렛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는 동선이 멀지 않도록 배치되어 있고, 락커의 배치도 독립적인 편입니다. 대형 행사를 치를 때 사용하는 대식당을 제외하고는 보통 때는 모두 개별 방에서 식사를 하게 되더군요. 회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한 배치이겠습니다.
그 방들마다 테라스가 있어 창 밖 풍경을 잘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창 밖 뜰에는 옹기 장독대도 보여서 독특하고 정겹습니다. 이곳 식당에서 먹는 간장을 저장한다고 합니다.

비밀 보장 동선, '알몸의 추억...'
클럽하우스의 원형으로 돌아가는 ‘호(arc)’ 구조에 맞추어 시설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 원을 따라 돌며 이용하게 됩니다. 원형 구조에 기능을 맞추어 놓은 것이 규모감도 있고 비밀스러운 느낌도 들어서, 소규모 회원들만을 위한 서비스에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적은 수의 회원을 전제로 지은 클럽하우스는 '샷건플레이'로 큰 행사가 치러질 때 의외의 진풍경이 보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사우나는 ‘샷건 플레이’ 후 이용객이 몰리니 더 오래 줄을 서야 하지요. 그래서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하는 행사에서 본의 아니게 그 유명인들과 알몸으로 함께 줄 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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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식당 개별 룸.


‘켄터키블루그래스’의 짜릿한 ‘손맛’
잘 관리된 페어웨이의 ‘켄터키블루그래스(양잔디)’는 이곳의 자랑거리입니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페어웨이와 러프에 사용하는 잔디 중에 ‘양잔디’라고 부르는 것 가운데는 이 ‘켄터키블루그래스’가 많지요. 켄터키블루그래스는 ‘한지형 잔디’라 해서 비교적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잔디 종류입니다. 잘 자라는 최적 온도는 섭씨 15.5도~24도인데 영상 7도 이상이면 호흡을 하고 12도 정도에서도 자라기 때문에 늦은 가을까지 선명한 푸른 색을 유지합니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지’ 잔디에 비해 잎이 좁은데, 자주 깎아주면 밀도가 높아지고 중지에 비해 짧게(약 12~15mm) 깎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딱 달라붙은 느낌으로 공이 놓이게 되니 아이언 샷 하는 ‘손맛’이 좋게 됩니다. (잔디의 건강을 위해서는 2.5~5.0mm 높이로 깎아주는 것이 좋지만 플레이하기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다 보니 짧게 깎는 것이고 그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관리에 소홀하면 이종잔디가 침입하면서 잔디의 균일성이 떨어지는 현상도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양잔디’ 관리의 우수 사례
가을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으니 보기 좋지만, 이 잔디는 원래 추운 지방이 고향이어서 우리나라의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여름에는 밀도가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열대야를 견디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으며, 잔디에 병이 오기도 쉽다 합니다. 여름을 견디게 하려면 예고(깎는 높이)를 높이고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토양 배수가 잘 되게 하는 등의 여러 예민한 관리를 해줘야 하지요.
또한 이 잔디는 물도 더 많이 필요한 편이고 연중 깎아줘야 하는 횟수도 더 많아서 우리나라 ‘중지’잔디를 사용했을 때보다 관리비용이 많게는 20% 정도까지 더 든다 합니다. 시공할 때 ‘떼’ 나 ‘줄’로 입히는 중지와 달리 ‘씨앗 파종’하기 때문에 시공 편의성이 좋고 빨리 자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관리가 까다로운 것이지요. (잔디에 관한 내용은 잔디 관리 현장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으며, 특히 잔디 전문가 '노경식'님이 <골프산업신문>에 연재하는 '코스관리노트'를 참고하였습니다. 잔디는 전문적인 부분이므로 앞으로 다른 골프장을 탐사하면서 찬찬히 살펴 나가게 되기 바랍니다.)
이 <더스타휴> 골프장의 켄터키블루그래스는 잔디 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관리되는 양잔디의 사례’로 평가된다 합니다. ‘좋은 골프장의 기본은 좋은 잔디 관리’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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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코스 6번 파4홀.


가을에 더 예쁜 이국적 풍치
이 골프장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늦가을 단풍 들 때입니다. 삼각산의 낙엽송과 굴참나무 등을 비롯한 활엽수들이 온통 노랗고 붉게 물들어 눈부신 풍경이 펼쳐지는데, 코스의 잔디가 ‘켄터키블루그래스’ 양잔디라 늦가을에도 파랗게 빛나고 있어서 여행 엽서의 한 장면처럼 이국적인 풍치가 넘쳐나게 됩니다.
이 골프장이 들어선 자리는 최고 높이가 해발 538미터인 삼각산의 기슭에서 산 중턱에 이르는 골짜기와 구릉(해발 210m~390m)입니다. 경사가 꽤 급하고 골이 깊어서 삼림욕을 즐길 휴양지로 알맞지만 골프장이 들어서기는 쉽지 않은 자리인데, 막상 골프코스를 앉히고 나니 골프코스 랭킹에서 높은 자리에 든 골프장이 되었습니다.

골프장 앉히기엔 깊은 산중이었으나
업 다운이 심한 경사는 골프카트를 타고 지나는 홀 사이 이동도로에 배분하고, 각 홀에 들어서면 업 다운을 덜 느끼도록 안배한 노력이 보입니다.
물론 몇 개의 홀들은 경사도가 매우 큰 편입니다. 그런 내리막 홀에서는 시원한 전망을 주고 오르막 홀은 난이도의 요소로 활용하는 설계의 묘미를 발휘했네요. 그리고 깊은 골짜기는 건너 치고 넘겨 치는 자연 장애물로 활용하였으니, 결과적으로 깊은 산중의 다이나믹하고 오밀조밀한 코스가 되었습니다. 전체 41만평, 코스면적만 35만여평에 18홀이 들어서서 각 홀 사이가 여유로우며, 구릉과 계곡 지형을 되도록 살려서 앉혔기에 각 홀의 독립성이 높고 개성적입니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낮은 쪽의 ‘스타 코스’와 높은 쪽의 ‘휴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KLPGA <보그너MBN여자오픈> 대회에서는 ‘휴 코스’ 1번 홀부터 시작해서 ‘스타 코스’ 9번 홀이 마지막 18번 홀이 되더군요. 아마 아래 쪽의 ‘스타 코스’가 토너먼트 막판 승부의 드라마틱한 변수 연출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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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코스 2번 파4홀(송호 사진).


'하트그린(Heart Green) 시그니처 홀’
특히 ‘스타 코스’ 2번 홀은 인상적입니다. 대회를 치르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물론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인상적인 홀일 듯합니다.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위치의 고도 차가 50미터 정도 되는 내리막 전망이 호연지기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죠. 이 골프장의 상징적인 ‘시그니처 홀’이라 하겠습니다. 멀리 푯대봉(354m) 능선을 마주보며 시선을 내리면 넓은 페어웨이가 오른편으로 휘어 있고, 그린은 파3처럼 가까워 보여서 티잉 그라운드에서 곧바로 핀을 향해 티샷을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납니다.(게다가 그린의 모양은 사랑스러운 '하트'형입니다!)
이 홀에서 플레이어는 몇 가지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죠. 최대 길이가 404야드인데 <보그너MBN여자오픈> 대회에서는 이 홀을 아주 짧게(299야드) 세팅해서 선수들이 원온을 시도하게 유도하더군요. 실제로 2017년 대회에서 최혜진 선수가 이 홀에서 티샷을 바로 그린에 올려 이글에 성공한 뒤 우승하는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설계자의 말에 따르면, PGA 대회가 열리는 12번홀(358yds)이나 <리비에라컨트리클럽> 10번홀(315yds) 같이 짧은 파4 홀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데, 이 코스 12번 홀도 그 비슷한 역할을 하는 '모험홀'로 조성하였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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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배치도(더스타휴 홈페이지 그림).


구성이 드라마틱한 ‘스타 코스’
단, 3번 파3홀은 카트를 타고 들어갔다가 다시 거꾸로 나와야 할만큼 외딴 곳에 있어서 생뚱맞은 느낌도 듭니다. 원래 구매하기로 했던 땅의 구매계약이 막판에 어그러져서 부득이 그런 동선을 내야 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스타 코스 4, 5, 6번 홀은 구성이 재미 있습니다. 넓은 페어웨이에서 버디를 노릴 수 있는 오르막 파5홀, 연못을 건너 치는 반도 형의 파3홀, 오른 편 숲을 넘겨 치면 그린을 바로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은 파4홀이 어어지는 구성은 언뜻 쉬운 듯 보여 유혹이 넘치고 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여기서 ‘사이클 버디’를 욕심 내다 6번 홀에서 ‘무너지는’ 게임의 변수도 경험했었지요)
또한 오르막 8번 홀은 그린 주변에 변수 요인이 많아서 핀 위치에 따라 승부가 극적으로 뒤집히기도 하는 곳이죠. 다만, 앞의 홀들에 비하면 마지막 파 5홀은 프로 대회의 마지막 홀로서는 극적인 요소가 덜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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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코스 5번 파3홀(송호 사진).


‘휴 코스’ - 구름 위의 산책
‘휴 코스’는 '산중턱에 낸 놀이길'이라 설계자의 고민이 많이 느껴집니다. 이 코스는 ‘송호’ 님이 설계했는데 <남촌CC>, <부산아시아드CC>, <거제드비치GC>, <제주세인트포>, <킹스데일GC> 등 국내외 70여개 골프코스를 설계한 분입니다. 저도 그가 설계한 코스에서 적잖이 라운드 해봤고 몇 주 전에는 이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에서 <킹스데일GC> 탐사기를 내기도 했었지요. 이 설계가는 ‘자연의 원래 지형과 생태를 되도록 살려내면서 골프코스를 조성한다’는 것을 설계 철학의 최우선으로 세워 실천하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휴 코스는 토너먼트 대회를 치를 목적의 코스라기보다는 ‘휴양형’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첫 홀을 짧은 파5로 시작해서 세 번 째 홀도 비교적 짧은 파5인데, 산중턱에 낸 길이면서도 업다운이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걸어가는 산책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시야가 탁 트인 페어웨이 왼편 먼 곳에는 높고 낮은 산들이 아스라히 늘어선 겹능선이 펼쳐져 있군요. 마치 구름 위를 산책하는 듯하고 눈과 마음이 저절로 치료되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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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코스 5번 파3홀.


7,8,9번 홀 - 엇갈린 선호
그런데 2번홀과 4번 홀은 계곡을 건너 티샷하는 느낌이 비슷한 오르막 홀들이고, 5번홀과 7번홀은 거의 비슷한 모양의 내리막 파3홀인데 비슷한 홀이 중첩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8번 홀은 만들 때 고민이 많았던 홀인 듯합니다. 자연 지형을 살리면서 게임의 재미를 높이려 했던 것일까요. 처음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공을 보내야 할 곳이 짐작되지 않습니다. 티잉 그라운드가 낮은 곳에 섬처럼 위치해 있고 페어웨이는 30미터 정도 높은 곳에 가로 대각선 방향으로 펼쳐져 있어서 구름 위의 페어웨이에 공을 올려놓는 기분으로 티샷해야 합니다. 자신의 비거리 능력에 따라 티샷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만 그 선택이 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장타자는 직접 그린을 노려볼 수도 있지요. 챔피언 티는 394야드로 길지만 레귤러 티는 300야드 또는 260야드로 세팅될 정도로 짧아서 여러 변수가 이곳에서 발생되곤 합니다. 재미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뭔가 억지스러운 느낌도 듭니다. (7,8,9번 홀 배치에서, 처음의 설계에서 실제 시공에 이르는 과정에 작지 않은 변화와 조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골프 코스에서 특히 중요한 마지막 3개 홀에 변화가 있었다면, 원래 설계는 어떤 것이었을지도 궁금하군요.)
어쨌든 5번홀과 7번 홀의 느낌이 비슷한 것은 좀 아쉽고, 8번 홀은 사람마다 좋고 싫음이 다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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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코스 8번 파4홀.


“예뻐 좋고 잔디 좋고”
그 다음 9번 홀은 게임의 극적인 엔딩 홀의 느낌은 덜하나, 편안한 마무리를 의도한 설계인듯합니다. 휴 코스는 전반적으로 샷밸류를 높인 설계가 아닌 휴양 코스라는 평가 속에서도 각 홀을 즐기는 재미는 손색이 없습니다. 자연 지형을 살려서 길을 내다 보니 제약이 많았던 것을 절묘하게 풀어낸 코스이지요.
이 골프장은 전체적으로 ‘휴양 골프리조트’의 성격이고, 코스에서 홀 사이를 이동할 때의 높낮이 차이도 커서 골프 토너먼트에 알맞게 만든 곳은 아니겠습니다. 선수들이 몇 라운드를 걸어서 플레이 하기에도, 갤러리가 걸으며 관람하기에도 쉽지는 않은 곳이죠. 그런 한편 경관이 빼어나고 인상적으로 멋진 개별 홀들이 있다 보니, 이곳에 온 분들의 만족도는 남녀를 불문하고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성 분들이 만족해 하는 요소가 많은 듯하고, 양잔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이곳을 높이 평가합니다. (티샷을 건너 쳐야 하는 곳이 많다 보니 여성용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앞으로 전진 배치되어 특히 여성에게 더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변수도 있는 듯합니다)

‘골프+알파’의 문화가 펼쳐지기를.
가을에 특히 더 아름답지만 봄 꽃 필 때와 한여름의 수림이 향기를 뿜어낼 때의 풍광 역시 뛰어납니다. 클럽하우스와 리조트 등 시설에 대한 이용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아 보입니다. 일부 초명문 골프장들에 견주어 ‘럭셔리’하다기 보다는, ‘스타일리시’하고 아기자기한 면이 고급감을 주어서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듯합니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이곳에 도달하는 시간이 단축된 것은 이 골프리조트에 큰 이점이 되는 동시에 또 다른 숙제를 내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가까워지니 오히려, 이곳의 리조트에서 숙박하며 즐겨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만들어 낼 필요가 더욱 커진 것 아닐까요. 이곳 골프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는 즐거운 ‘골프+알파’ 문화가 창안되어 퍼지길 바랍니다. 골프장 측에서도 ‘SNC’라는 스포츠와 문화의 만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아는데 구조적인 ‘휴양생태계’ 차원에서의 창의적 해법과 성공을 기대합니다.)
물론 그런 ‘플러스 알파’가 없더라도 이곳에서 이따금씩 이틀 정도 쉬며 즐길 수 있다면 신선 부럽지 않겠습니다.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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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코스 6번 파4홀(송호 사진).


'원온' 유혹하는 도전적인 홀들
스타코스 2번 홀, 레귤러 티에서 그린까지의 거리는 300야드 남짓입니다. 50미터 정도 높이 차이가 나는 내리막이라 약 250미터 정도 티샷을 보내면 티샷을 그린에 바로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KLPGA <보그너MBN여자오픈> 대회에서는 일부러 티잉 그라운드를 앞으로 내어 선수들이 ‘원 온 시도’를 유도하도록 세팅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의 드라마틱한 재미를 북돋운 거죠. 아마추어 남자 장타자들도 이 홀에서는 욕심을 내곤 합니다. 마치 파3처럼 그린이 가까이 보이기 때문이죠. 티샷을 왼쪽 페어웨이로 200미터 거리 정도만 보내면 100미터 남짓한 거리의 어프로치 샷을 할 수 있습니다만 그린 주변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 코스 6번 홀에서도 장타자들은 거의 그린 근처까지 티샷을 보내더군요. 오른 쪽 숲 능선을 넘겨야 하는데 욕심 내다가 숲에 공이 빠질 수도 있지요. <보그너MBN여자오픈> 대회에서는 원 온이 가능한 곳에 티잉 그라운드를 설치하지 않던데…… 어쨌든 이 홀도 게임 승부의 변수가 많이 발생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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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야외정원(더스타휴 홈페이지 사진).


클럽하우스의 팽나무 야외정원
클럽하우스 대연회장의 창문은 개폐식이어서, 열면 대연회장이 야외 정원으로 확장됩니다. 저는 이 클럽하우스에서 이 부분 한가지는 특히 좋아합니다. 팽나무 향기와 그림자가 넘실대는 정원에 달빛과 별빛이 드리우는 밤 연회의 정취는 무어라 말하기 힘든 감흥을 남깁니다.
다만, 이 감흥에서 깨어나 집으로 빨리 가야 한다면 참 아쉽겠죠. 골프리조트와 결합된 좋은 문화 행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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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빌리지 리조트(더스타휴 홈페이지 사진).


더스타휴의 리조트 <휴빌리지>
‘골프앤리조트’ 라는 이름대로, 이곳에는 <휴빌리지>라는 휴양형 리조트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1번홀 왼편 옆의 숲에 조성된 이 리조트 시설은 클럽하우스의 클래식한 느낌과는 다르게 모던한 스타일로 건축되었습니다. ‘배대용’이라는 건축가의 작품이라 하지요.
단독주택 스타일의 대형 <윈드하우스>, 호텔 형인 <밸리하우스>, 그리고 언덕과 언덕을 잇는 모습의 <브릿지하우스>가 있는데, 이 리조트에는 <휴가든> 식당과 수영장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며칠 묵으며 골프와 삼림 휴양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리조트에서 묵지는 않고 휴가든 식당에서 흑돼지 구이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울창한 숲 속에서의 분위기가 그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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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코스 6번 홀 고송약수(더스타휴 홈페이지 사진).


‘고송약수’와 산책로
휴코스 6번 홀에 ‘고송약수’라는 샘터가 있습니다. 약 100년 전에 발견되어 인근 여주, 원주, 홍천 등에서 이 약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합니다. 피부병과 위장병, 당뇨병 등을 앓는 사람들이 이 약수를 마시고 건강해졌다는 소문도 있었다는데, 공 치는 데 정신집중 하는 것이 골퍼의 본성인지라 번번이 깜박 지나치게 되더군요. 기왕에 들렀으면 라운드 중에 한번 마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리조트에 머무는 분들을 위해서 코스 뒷편 삼각산 골짜기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리조트에 묵을 기회가 닿으면 걸어보고 싶습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글쓴이는 '스토리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하는 일이 골프에도 다소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골프 상식에 밝고, 업무상 골프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좀더 생각과 목적이 있는 골프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도화도주’라는 필명으로 골프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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