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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번째 우승을 부른 미켈슨의 은전(銀錢) 볼 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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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 페블비치 프로암 중계 도중 화면에 잡힌 필 미켈슨의 은전 볼 마커. [사진=방송화면 캡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필 미켈슨(미국)은 ‘페블비치의 왕자’로 불린다. 잔여 경기 끝에 12일 막을 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또 우승했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이로써 마크 오미라(미국)와 함께 토너먼트사상 최다우승자(5회)가 됐다.

미켈슨은 이번 우승으로 오는 6월 같은 코스에서 열릴 메이저 대회인 제119회 US오픈에서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진 사라센과 게리 플레이어, 벤 호건, 잭 니클러스, 타이거 우즈 등 5명만이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미켈슨은 US오픈에서 준우승만 6차례 기록중이다.

흥미롭게도 미켈슨에겐 행운을 부르는 은전(銀錢) 볼 마커가 있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캐디로 일한 외할아버지 알 산토스(2004년 작고)가 물려준 유품이다. 미켈슨은 페블비치에서만 외할아버지의 볼 마커를 사용하고 다른 대회에선 복제품을 쓴다. 이에 얽힌 에피소드가 이번 대회기간중 CBS의 스포츠캐스터인 짐 낸츠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알 산토스는 1906년 포르투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기잡이로 연명하는 집안의 어려운 형편 탓에 알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페블비치 골프장의 캐디로 취직했다. 골프백 하나당 25센트를 받는 고된 일이었다. 알은 그 때부터 자신과 가족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캐디 일을 하면서 남몰래 은전을 문지르며 기도하는 버릇이 생겼다.

외할아버지의 유품은 프로골퍼가 된 외손자 미켈슨에게 전달됐다. 1992년부터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하고 있는 미켈슨은 이 대회에 나올 때만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은전을 볼 마커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미켈슨은 페블비치에서 누구보다 많이 우승했다. 미켈슨은 이와 관련해 “페블비치에 오면 외할아버지와의 유대감이 느껴진다”며 “은전 볼 마커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항상 즐겁게 플레이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오른손잡이인 미켈슨은 파일럿인 부친의 스윙을 반대편에서 따라하다가 왼손잡이 골퍼가 됐다. 그 정도로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페블비치의 캐디 출신인 외조부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외조부가 오래 전 돌아가신 후에도 여전히 은전을 볼 마커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미켈슨은 PGA투어에서 우승할 때마다 18번 홀의 깃발을 챙겨 외할아버지에게 선물로 가져다 줬다. 하지만 한쪽 벽면이 외손자의 우승 깃발로 가득차자 외할아버지는 "앞으로는 메이저 우승 깃발 외엔 가져오지 말라"고 선언했다. 더 노력해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라는 외할아버지의 자극이었다.

미켈슨은 이후 5번이나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외할아버지에겐 한번도 메이저 우승 깃발을 선물하지 못했다. 미켈슨이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거둔 2004년 그린재킷을 차지하기 한달 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외할아버지의 은전 한닢이 오는 6월 미켈슨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도울 지...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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