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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준 KPGA경기위원의 ‘새 골프룰 체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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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KPGA경기위원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골프룰을 설명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김용준 한국프로골프(KPGA) 경기위원이 2019년부터 적용되는 새 골프규칙 관련 기고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편집자주>.

내가 직접 새 골프 규칙을 미리 적용해 플레이 해 봤다. 지난 12월5일 태국 방콕 가까운 로터스밸리골프&리조트에서였다. 그날 나와 함께 플레이 한 세 사람은 모두 아마추어였다. 상급자 한 사람과 중급자 한 사람 그리고 초급자 한 사람이었다.

새 규칙은 프로골퍼이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인 나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했다.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실력에 따라 가끔 관대하게 적용했다. 1인 1캐디로 경기했다. 향후 프로 대회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인코스부터 출발했다. 첫 홀(10번홀)부터 바뀐 규칙을 적용할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플레이어의 캐디가 퍼팅 그린에서 클럽을 거꾸로 잡고 그립 부분으로 퍼팅 그린을 접촉한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퍼팅 라인을 알려주려고 한 일이다. 나는 순간 ‘앗’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다 ‘아! 벌타 없지’ 하고 바로 잡았다. 새 규칙으로는 아무 상관 없다. 캐디나 플레이어가 우연히 퍼팅 그린을 손이나 클럽으로 접촉해도. 물론 새 규칙으로도 물병 따위를 내려 놓아서 퍼트 선을 표시하면 벌타다. 그린 상태를 테스트 하려고 일부러 그린을 접촉해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손에 든 클럽이나 깃대로 퍼트 선을 접촉하는 행동은 이제 벌타가 아니다. 옛 규칙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는 2벌타를 받을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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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골프룰에 따르면 무릎높이에서 드롭해야 한다.


파5인 두번째 홀(11번홀)에서는 볼을 구제구역(relief area)에 드롭할 일이 처음 생겼다. 내가 친 세컨드 샷이 밀려서 오른쪽 카트 도로에 멈췄다. 나는 새 규칙을 잘 기억해 내서 구제구역을 정하고 드롭 했다.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지점(nearest point of complete relief)’을 잡은 다음 한 클럽(내 드라이버 길이 기준) 이내 드롭한 것이다.

그 전에는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이라고 불렀다. 새 규칙에서 ‘완전한’이란 말이 들어간다. 나는 무릎 높이에서 드롭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기억했다. 새 규칙에 맞춰 드롭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옛 규칙으로는 볼이 드롭지점에 떨어진 뒤에 두 클럽 이상만 굴러가지 않으면 괜찮다. 멈춘 자리에서 치면 된다. 새 규칙은 그렇지 않다. 드롭한 볼이 구제 구역 밖으로 벗어나면 무조건 다시 드롭을 해야 한다. 옛 규칙만 생각하고 구제구역 밖으로 벗어났는데도 두 클럽 이상 굴러가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판단해 그냥 치면 벌타를 받는다. 2벌타다. 다시 드롭할 상황을 ‘재드롭(redrop)’이라 하지 않고 ‘두번째 드롭(second drop)이라고 바꾼 것도 기억하면 좋겠다.

이 홀에서는 다른 상황도 벌어져 바뀐 룰 효과를 절감했다. 바로 퍼팅 할 때 깃대를 뽑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 홀은 그린이 제법 컸다. 내가 한 어프로치는 홀에서 열세 발짝 떨어져 멈췄다. 나는 깃대를 꽂은 채 퍼팅을 했다. 옛 규칙이라면 어리석은 짓이다. 퍼팅 그린에서 친 볼이 홀에 꽂혀 있는 깃대에 맞으면 벌타를 받았던 것이다. 새 규칙은 온 그린 했든 안 했든 깃대를 맞혀도 벌타가 없다. 캐디가 홀 쪽으로 걸어가더니 무심코 깃대를 뽑으려 했지만 내가 말렸다.

깃대를 꽂아 두니 홀 위치가 한 눈에 들어와 퍼팅 하기에 편했다. 버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내 볼은 홀 가까이 멈췄다. 걸어가는 동안 캐디가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릴 때 또 한 번 ‘앗’ 했다. 새 규칙에서는 괜찮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캐디가 플레이어 승인 없이도 퍼팅 그린 위에 있는 볼은 마크하고 집어들 수 있는 것. 이것 너무 편했다. 내 뒤를 이어 다른 플레이어가 바로 퍼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뀐 규칙에서 가장 좋은 점이라는 생각이 확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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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경기위원이 그린에서 깃대를 꽂은 채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세번째 홀(12번홀)은 175미터짜리 파3였다. 내가 친 볼은 크게 밀려 홀 오른쪽으로 날았다. 거기서 기가 막힌 컷 로브 샷을 했다. 새 규칙 얘기하는 중에 어느 틈에 자기 자랑을 하는 뱁새 김프로를 누가 말리랴! 볼은 홀에서 두세 뼘 되는 자리에 멈췄다. 물론 어프로치 할 때 꽂아놓은 깃대는 그대로 홀에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새 규칙에 따라 핀을 뽑지 않고 바로 마무리 퍼팅을 했다. 그런데 새 규칙 얘기를 써야 하는 것을 골프의 신이 알았을까?

볼이 홀과 깃대 사이에 끼었다. 새 규칙으로는 볼이 일부라도 홀 속 지면 아래에 있으면 홀인한 것이다. 내 볼은 새 규칙에 따르면 ‘홀인’이다. 옛 규칙이라면 깃대를 조심해서 움직여 홀 바닥에 볼을 떨어뜨려만 홀인이었다. 그냥 집어들면 벌타를 받고 홀 가장자리에 리플레이스해야 했다. 새 규칙에서는 그럴 필요 없이 그 상태에서 그대로 집어 들어도 홀인이다. 물론 집어들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가 확인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세 홀 지났는데 새 규칙 때문에 달라지는 일이 벌써 여러 가지 일어났다. 내년이면 더 이상 얘깃거리도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다음 회에 계속>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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