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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가장 창조적인 골퍼’ 버바 왓슨

# 1978년 생, 191센티, 82킬로, 왼손잡이
# 2006년 PGA 루키
# 2006년, 07년, 12년, 14년 PGA 장타부문 1위(2018년 9위)
# PGA 통산 12승(메이저 2승: 마스터스 20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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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이런 괴짜도 없다. 왼손잡이 골퍼, 버바 왓슨.


별명은 울보


버바 왓슨의 별명은 울보이다. 2010년 PGA 투어 첫 우승을 한 후 인터뷰에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께 우승을 바친다며 울면서 인터뷰를 끝내지 못했는데 그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이후 마스터스 우승 등 큰 대회 우승때 마다 마이크를 대면 울었다.

아마추어 골퍼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고, 특별히 강한 훈련이나 레슨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클럽을 잡고 무조건 강하게 스윙하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버바는 집의 정원에서 플라스틱 볼을 치며 혼자 연습했는데 이 때에 볼을 원하는 방향으로 휘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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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바 왓슨의 스윙. 그립이 특이하다.


이상한 스윙

대학 때까지 무명이었던 버바가 2006년에 PGA 투어에 데뷔했을 때 그의 플레이를 처음 본 동료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스윙으로 친 볼이 어떤 모습으로 그린을 향해 날아갈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립도 아래 손 위로 윗쪽손의 검지를 오버래핑 하는 모양이다. 쉽게 말해서 퍼터의 전통적인 리버스 오버래핑 그립과 같은 모습이다. 골프에는 ‘이상한 스윙과 그립을 가진 선수를 만나면,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버바가 바로 그런 선수였다.

그의 드라이브 샷은 30야드가 넘게 슬라이스가 나면서 날아갔지만 드라이브 거리 1위였다. 필요하면 30야드 이상 휘어지는 드로우 샷도 자유롭게 구사했다. 평균 310야드의 드라이브 거리를 내는 버바의 인내심은 대단한 것이다. 힘껏 치면 350야드 근처의 장타를 칠 수 있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스윙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버바는 다른 선수들이 치는 일반적인 구질의 샷을 치는 경우가 결코 없었다. 왼쪽으로 휘든 오른쪽으로 휘든 언제나 휘어지면서 목표로 날아갔다. 임팩트 순간에는 191cm의 거구가 두발을 거의 점프하면서 몸을 회전한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배운 그의 스윙이 통제 불가능한 것이며, 기복이 많아서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버바가 PGA 투어 12승을 달성하면서 이제는 가장 창조적인 샷을 치는 선수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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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바는 임팩트 순간에 양쪽 발꿈치를 들어 올린다.


역사상 최고의 샷


2012년 마스터스의 연장전에서 버바가 친 훅 샷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샷들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연장 두 번째 홀인 10번홀의 티샷을 오른쪽 소나무 숲으로 보낸 왓슨의 볼은 그린 쪽으로 시야가 완벽하게 막혀 있었다. 다행히 페어웨이 쪽으로는 뚫려 있었고 스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나무로 막힌 그린까지의 직선거리는 160야드였는데 52도 웨지를 친 버바의 볼은 일단 페어웨이 쪽으로 빠져나가더니 40야드 이상의 훅이 걸리면서 오른쪽으로 휘더니 그린에 떨어졌고 깃발 옆 4야드에 멈췄다.

TV 중계팀이나 갤러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샷으로 우승을 하게 된 버바의 상상력과 창조성은 레슨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본능적인 것이었다. “스윙을 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떤 샷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없는 샷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의 골프가 버바의 골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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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훅 샷을 치고 있는 버바.


멋진 스윙은 관심 없다


버바는 자기 스윙의 동영상을 찍어서 기술적인 분석을 하거나 트랙맨의 데이터를 검토하는 일이 결코 없다. 스윙 코치도 없고, 체육관에 가서 스윙에 필요한 근육을 훈련하지도 않는다. 연습을 하고 싶으면 골프코스에 가서 캐디와 함께 9홀을 도는 정도이다. 연습라운드 때에는 모든 샷을 페이드로 치거나 드로우로 치는 등의 목표가 있다.

그는 자기의 ‘홈메이드 스윙’이 어떤 모습인지 관심이 없으며 동료나 코치들이 어떻게 말하든 개의치 않는다. 버바의 목표는 오직 좋은 점수를 내는 것뿐인데, 사실 이는 모든 골퍼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최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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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바의 볼이 날아간 궤적. 골프 역사상 최고의 샷 중 하나이다.


버바의 인기


버바는 처음 만난 동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아버지가 처음 만난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고 가르쳤고, 버바의 성격이 내성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아주 싫어하거나, 아주 좋아한다.

2015년 PGA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다. “주차장에서 동료 선수가 낯선 사람과 주먹싸움을 하고 있을 때 가장 도와주기 싫은 선수는 누구인가?” 버바 왓슨은 103표 중에서 23표를 얻어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없는 선수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버바와 가까이 지내는 선수들은 앞장서서 그를 변호하고 응원해 준다. 또한 버바는 소셜미디어의 킹이다. 그의 트위터 팔로우어는 140만 명이나 된다.

섬세한 버바는 무엇이든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2004년부터 G사의 똑같은 분홍색 드라이버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12년 동안 같은 캐디인 테드 스코트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자선 단체에 기부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버바가 앞으로 성공의 크기를 얼마나 더 키울지, 아니면 스스로 자주 하는 농담처럼 조기에 은퇴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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