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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리에A] ‘로맨틱 이태리’가 당한 실연의 상처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이탈리아는 낭만의 나라로 유명하다. 미남들이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는 곳이다. 축구계의 이탈리아도 다르지 않다. 다른 팀 이적이 확실시되는 선수를 달콤한 말로 가로채는, 소위 ‘치정’ 스캔들의 주인공이 종종 나온다. 문제는 이탈리아가 ‘바람 맞은’ 피해자 역할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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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로마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던 말콤이 로마가 아닌 바르셀로나로 이적한다. [사진=바르셀로나 홈페이지]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 소속의 말콤이 바르셀로나로 간다. 지난 17/18시즌, 리그앙에서 35경기 12골 7도움을 기록한 97년생의 어린 윙어다.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유망주의 빅클럽 입성이지만, 그 내막에는 이탈리아 구단이 끼어 있다.

사실 바르셀로나가 말콤에게 접근하기 전까지는 이탈리아의 AS로마가 말콤 영입에 매우 근접했다. AS로마는 보르도 구단 측과 말콤 양쪽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24일 AS로마는 공식 홈페이지에 말콤과의 이적 합의 완료를 발표했다.

상황은 몇 시간 만에 급변했다. 첼시의 윌리안을 노리던 바르셀로나가 진척이 없자, 말콤으로 타깃을 선회했다. AS로마와의 계약서에 사인만 남겨두고 있던 보르도는 협상 테이블을 뒤집었다. 그렇게 말콤은 AS로마가 아닌 바르셀로나로 갔다. 이렇게 세리에A가 바람 맞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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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베르바토프는 이탈리아에선 ‘백작’이 아니라 ‘배신자’로 불린다. [사진=풀럼 홈페이지]


#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 피오렌티나 이적→유벤투스 이적→풀럼 이적

베르바토프는 토트넘과 맨유 시절 우아한 플레이로 ‘백작’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11/12시즌을 끝으로 맨유에서 떠난 이후 이적 과정에서 일으킨 사건은 결코 백작답지 못했다.

베르바토프는 세리에A의 피오렌티나 이적이 확정적이었다. 사전 합의를 마친 베르바토프는 피오렌티나의 연고지인 피렌체로 날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비행기 티켓도 이미 피오렌티나 측에서 지불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는 출국 직전 세리에A 유벤투스의 제의를 문자로 받고 마음을 바꿨다. 유벤투스가 베르바토프에게 새로운 비행기 티켓을 보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

탑승 직전에 프리미어리그의 풀럼도 이적 제의를 보냈다. 베르바토프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바꿔 풀럼이 위치한 런던으로 향했고 결국 계약에 합의했다. 아직도 세리에A에서는 베르바토프의 이름은 금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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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영표의 AS로마행은 확정적이었지만, 이적 직전 이영표의 변심으로 무산되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이영표 ; AS로마 이적→토트넘 잔류


‘초롱이’ 이영표도 개운치 못한 선례를 남긴 적이 있다. 2005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첫 시즌을 보낸 이영표는 한 시즌 만에 AS로마로의 이적설이 돌았다.

AS로마의 공격수 미도와 트레이드한다는 구체적인 협상안이 두 구단 간에 오고 갔고, 이영표도 개인 협상을 마치고 출국만을 앞둔 상태였다. 로마 측이 보낸 비행기 티켓도 도착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적이 성사되진 못했다.

2009년 5월 축구전문매체 <포포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독실한 개신교도인 이영표는 출국 전날 밤까지 마음이 불편해 기도를 했다. 기도 중 ‘로마에 가지 않는다면’이라는 생각을 하자 마음속에 내적 평화가 밀려들었다고 한다. 이영표는 결국 출국 당일 아침에 모든 이적 협상을 없던 일로 하고 토트넘에 잔류했다.

# 카를로스 테베즈 ; AC밀란 이적→맨체스터시티 잔류

테베즈는 선수 생활 내내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던 선수다. 세리에A도 이 탕아의 화려한 이력에 한몫했다.

11/12시즌 테베즈는 당시 소속팀인 맨체스터시티를 무단으로 이탈해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골프 대회에 참가하는 등 기행을 벌였다. 자연스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설이 나돌았다.

인터 밀란, 파리 생제르망 등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들이 손길을 내밀었지만 영입에 가장 근접한 것은 AC밀란이었다. 협상의 귀재로 알려진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AC밀란 부회장이 테베즈와 따로 점심 식사를 하며 계약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모두가 테베즈의 밀란행을 확신했다.

하지만 테베즈는 갑부구단 맨시티 선수단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밀란이 제시한 연봉은 끝내 테베즈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테베즈는 AC밀란으로 이적하는 대신 맨시티에 사과하고 복귀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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