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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WC] <미생>이 주는 교훈, ‘이대로 신태용을 포기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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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인기를 끌며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쉽게 사람을 포기했을 때, 데미지는 오히려 자신에게 온다. 회한과 한탄이 뒤섞여 스스로를 괴롭힌다. 누군가를 포기하고자 한다면,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에 책임질 수 있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

인기 웹툰 <미생>의 한 대사다. 온길 인터내셔널의 오 부장은 마구잡이식 일처리 습관을 좀처럼 개선하지 않는 김 전무와의 동행을 우려했다. 오 부장이 김 전무와의 관계를 포기하려던 시점에서, 오 부장은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사람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터득한 신념이었다. 결국 최후통첩격으로 김 전무에게 장그래 사원을 보냈고 김 전무의 간절한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의 1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1승 2패로 마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9일 귀국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공식 일정이 종료되면서, 7월 이후 계약이 만료되는 신태용 감독(48)의 거취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태용호의 지난 1년은 ‘우여곡절(迂餘曲折)’ 그 자체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고전하며 시작된 비판은 히딩크 감독(72) 부임 논란과 함께 비난으로 변했고, 해외파로만 구성된 대표팀이 유럽 원정 평가전(러시아, 모로코)에서 전패하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신 감독은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한 두 차례의 국내 평가전에서 반전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여론을 뒤집었다. 이후 EAFF E-1 챔피언십에서는 일본을 4-1로 크게 꺾고 우승하며 상승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국내 평가전이었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에서 1-3으로 완패하며 신태용호의 러시아 출국길은 밝지 않았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대표팀은 5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마지막 독일전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며 웃으며 귀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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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신'의 단점


분명 만족할 수 없는, 아쉬운 1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1년간 대표팀을 이끌면서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미흡한 일정 관리였다. 독일과의 3차전 이후 구자철(29 아우크스부르크)이 “관리가 필요했다. 운동량과 이동이 특히 많았지만, 그에 비해 휴식이 없었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번 대표팀의 일정 관리는 허술함이 많았다.

또한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백 스리(back-three)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 중앙 수비수를 5명이나 선발했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세 경기 내내 백 포 전술을 사용했다. 그 선택은 결국 공격 자원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한 패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월드컵 내내 비웃음거리가 된 ‘트릭’ 발언으로 대표되는 아쉬운 인터뷰 능력까지 더해지며 신 감독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신'의 장점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은 신태용 감독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선수에게나, 감독에게나 월드컵 경험은 앞으로의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다. 리우 올림픽, 20세 이하(U-20) 월드컵,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고 세 번의 큰 대회를 치른 신 감독의 경험은 향후 대표팀을 이끄는 데에 있어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큰 대회 경험이 성장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기도 했다. 원래 ‘신태용 축구’는 공격적인 색깔이 훨씬 강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수비에 중점을 두고 역습으로 방점을 찍는 새로운 전술을 체득했다. 그리고 그 전술로 세계 최강 독일을 무너트렸다. 주전 수비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실점한 필드골은 단 한 골에 불과했을 정도로 ‘신태용 표 수비축구’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지난 U-20 월드컵 16강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공격 앞으로!’를 외치다 완패했던 걸 상기하면, 분명 성장한 모습이었다.

김승규(28 빗셀고베)와 경쟁하던 조현우(27 대구FC)를 선발 기용해 최고의 활약을 유도하고, 대표팀 경험이 없던 문선민(26 인천UTD)과 이승우(20 헬라스베로나)를 깜짝 발탁해 자신의 축구에 녹여낸 것. 그리고 윤영선(30 성남FC)을 최초 발탁해 독일전 호수비를 끌어낸 것까지. 도전적인 선수선발 능력은 신태용 감독이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한 자신만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올림픽과 U-20 월드컵을 소화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층을 지도한 신 감독의 경험은 앞으로 대표팀의 원활한 세대교체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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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의 경험은 향후 한국축구의 미래를 한층 밝힐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대로 신태용 감독을 포기하기 전에, 우리가 그에게 후회 없는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줬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신 감독은 필요 이상으로 과한 질타를 받았다. 생산적인 비판보다, 도를 넘은 비난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늘 자신만만하던 신 감독마저 위축시켰다.

장점만 있는 감독은 없다. 설사 있더라도, 그런 감독이 한국에 온다는 보장은 없다. 신태용 감독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그의 단점은 스웨덴 전의 눈물로 이어졌지만, 장점은 독일전의 감동을 탄생시켰다. 신 감독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다른 감독에게는 없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이렇게 신 감독을 포기한다면, 후에 큰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조금 더 믿어줘야 한다. 적어도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신 감독을 잃기에는, 그가 가진 장점이 아직 눈에 선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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