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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메모] 최종 예선전 18번 홀 이글로 기사회생한 최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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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도중 17번홀에서 티샷을 준비중인 최호성. [사진=코오롱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이강래 기자] 우승자는 하늘에서 점지해 준다는 말이 있다. 골프대회가 열리는 30만평의 넓은 골프장 부지중 어느 곳에 공이 떨어질 지는 신(神) 만이 알기 때문이다. 잘 친 샷이 바운스가 나빠 OB가 나기도 하고 미스샷이 나무를 맞고 들어와 버디로 연결되기도 한다.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세영은 여고생 시절 제주도 라헨느 골프장에서 열린 김영주여자오픈에서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잘 친 티샷이 페어웨이 중앙의 맨홀 뚜껑을 맞고 OB가 나는 바람에 우승을 날렸다. 반면 서희경은 제주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 마지막날 아일랜드 그린에 떨어진 볼이 강하게 굴러 물로 향했으나 작은 돌에 맞고 그린으로 튀어 들어와 우승을 하기도 했다.

22일 열린 남자골프 내셔널타이틀인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 4타차 선두에 오른 최호성(46)도 하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엄지 손가락이 없는 장애를 안고 있으나 골프에 대한 열정 만큼은 1등인 그를 어여삐 여겨 음으로 양으로 도아주는 모양새다. 최호성은 포항 수산고 졸업반 때 부산의 참치해체공장에 실습을 나갔다 전기톱에 엄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으나 본인 의지로 골프에 입문해 한국투어에서 2승, 일본투어에서 1승을 거둔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호성은 자칫 이번 한국오픈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치러진 최종 예선전에서 마지막 홀의 이글로 기사회생했기 때문. 파5홀인 18번 홀에서 이글이 아닌 버디를 잡았다면 1타차로 본선 티켓을 놓칠 수 있었으나 샷 이글이 나와 턱걸이로 살아남았다.

최호성은 18번 홀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OB가 난 줄 알고 잠정구를 쳐야 했다. 그러나 가보니 운이 좋게도 원구가 카트도로에 있어 구제를 받고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리고 홀까지 30야드가 남은 지점에서 웨지로 가볍게 세 번째 샷을 했는데 그린에 떨어진 볼이 굴러 홀 속으로 사라졌다. 회심의 이글 한방으로 최호성은 1타 차로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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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도중 16번 홀 어프로치샷 후 독특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호성.[사진=코오롱그룹]


최호성은 22일 열린 2라운드에서도 행운을 만끽했다. 파4 홀인 6번 홀에서 또 샷 이글을 잡았다. 핀까지 95야드를 남겨두고 58도 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홀로 빨려 들어가 이글로 연결된 것. 최호성은 기세를 이어 파5홀인 8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4타차 선두로 달아날 수 있었다.

최호성은 지난 11일 최종 예선전을 12위로 통과한 뒤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준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최호성은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엘리트코스를 거친 박상현 같은 우아한 스윙을 하지 못한다. 피니시 자세에서 무너지는 일명 낚시 스윙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번 한국오픈에선 2라운드까지 가장 잘 치고 있다.

시가를 물고 다니는 등 코스 안에서의 기행으로 주목받는 스페인의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처럼 최호성은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무살 이상 차이가 나는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놓지 않고 있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최호성은 버디를 잡으면 마치 택견을 하듯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다. 그런 최호성이 예선전을 통과한 첫 우승자가 될지 흥미롭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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