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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이 만난 골프인] 김진우 아시아 최초 R&A 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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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R&A아시아태평양 지사의 룰매니저가 한국오픈에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남화영 기자] 미국, 멕시코 등 북아메리카를 제외하고 전 세계 골프 규칙을 관할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직원 250명 중에 유일한 한국인이 김진우(33) 룰매니저(부장)이다. 그는 심지어 R&A에서 일하게 된 최초의 아시아인 직원이기도 하다.

올해 1월에 싱가포르 R&A지사에 부임해 반년여를 보낸 김부장은 21일부터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에 참관인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오픈이 R&A가 주관하는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 퀄리파잉 공식 시리즈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오픈 우승자와 2위에게 부여했던 디오픈 초청 티켓 2장이 올해는 퀄리파잉에 포함되면서 고정적으로 2명의 선수가 확보되었다.

김 매니저는 지난해 가을 도미닉 월 R&A 아시아태평양 디렉터의 헤드헌팅을 통해 R&A에서 일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본사를 둔 R&A아태 지부는 설립 10년째를 맞아 도미닉 월, 중국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닉 샤니와 함께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R&A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전 세계 골프 기구들과 연계돼 있다. USGA가 미국, 멕시코등 북중미를 관할한다면 R&A는 전세계 143개국 157개의 기구와 협력(어필리에이츠) 관계에 있다.

미국에서 9년간 청소년기를 보내고 스노보드 선수를 꿈꿨던 그는 대한골프협회(KGA)를 거쳐 지금은 세계 골프 규칙을 정하는 최고 권위를 가진 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R&A직원으로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R&A유니폼을 입고서 코스를 점검중인 그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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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매니저가 한국오픈에 R&A 소속으로 와서 코스를 둘러보고 있다.


스노보드에서 어떻게 골프로 갈아타게 됐나?
- 스노보드를 그만둔 뒤에 경희대 체대를 졸업했고 의류사업도 했다. 미국에서도 골프는 하지 않았지만 스무살 넘어서 시작했다. 실력은 보기 플레이어 정도다. 스노보드는 몇 초 안에 끝나는 운동이지만, 골프는 스토리가 있는 스포츠여서 매력을 느꼈다. 그러다 KGA에 근무하게 되면서 골프 관련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됐다.

KGA에서 R&A로 채용된 과정이 궁금한데?
- KGA에서 6년 반을 근무하는데 내 분야가 규칙이었다. 그래서 R&A와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등 담당자들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었다. 해외 대회 레프리도 하고, 국제대회에 많이 참여해 경험을 쌓았다. 작년 가을 뉴질랜드 출장길에 도미닉이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2019년부터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함께 대대적인 룰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 계몽해야 할 전담 직원이 필요했다. 그 기회가 마침 내게 주어졌다.

R&A에서 첫 번째 아시아인 직원이라는 게 놀라운데?
- 이전까지 골프는 유럽과 북미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가 가장 골프 인구도 늘고 활발하다. R&A 본사에서 영국과 유럽을 담당하고, 아르헨티나 지부에서 남미 아프리카, 싱가포르에서 중동과 아시아 태평양을 담당한다.

언제부터 부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지난 1~2월은 R&A 헤드오피스가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교육을 받았다. 2월초 유럽,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적용되는 골프룰 세미나가 있었는데 거기에 참석했다. 이후 호주, 뉴질랜드, 중동, 싱가포르를 거쳤다. 우리 지부의 담당 지역은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호주, 중동까지 이르기 때문에 가장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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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디오픈 퀄리파잉시리즈로 되면서 클라렛저그가1번홀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싱가포르에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가?
- 3월에 이사해서 3살 된 아들과 3명이 함께 살고 있다. 물가가 엄청 비싸지만 대중 교통편은 의외로 저렴한 편이다. 출장이 많은 건 예전 KGA에 근무할 때와 똑같다. 다만 여기서는 해외 아시아 지역의 출장이 많은 편이다.

R&A에서 어떤 일을 주로 담당하나?
- 도미닉과 샤니는 아시아 태평양의 골프 대회 및 개발과 관련된 이른바 코스 밖의 일을 하고 나는 인사이드 로프, 즉 대회장 안에서 일어나는 룰, 마킹, 대회 진행 속도 등 내용에 관한 것을 권고하고 협의한다. R&A 권역 중에 가장 활발하게 골프 인구가 증가하는 곳이 아시아여서 우리의 임무가 막중하면서도 보람 있다.

규칙 현대화라는 게 할 일이 많은가?
- 단지 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골프 전반의 미래 모습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 일도 많고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도 높다. 예컨대 분실구를 찾는 시간이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들고, 준비된 사람부터 샷을 하는 레디(ready) 골프는 골프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통용되던 로컬룰인 아웃오브바운즈(O.B.) 지역에서 2벌타 규정이 반영되는 등 이번 룰 개정이 한국 골프의 방식이 많이 반영된 것 같은데?
-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쓰이고 있었다. R&A는 물론 알고 있었다. 원래 룰대로 하면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서 쳐야 하지만 골프룰 역시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는 방식대로 편하고 쉽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 원칙에 따라 그런 식의 간편화가 도입되는 것이다. 골프규칙이란 간단히 말하면 플레이어들이 공정한(fair) 컨디션에서 빠르게 경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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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매니저는 6년반 가량 KGA에서 근무하고 지금은 R&A 소속으로 일한다.


한국오픈에 온 R&A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나?
- 코오롱 한국오픈이 올해 처음으로 R&A의 퀄리파잉 시리즈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이 대회는 61년의 전통을 가진 권위 있는 대회다. 앞으로도 계속 R&A와의 협의를 통해 대회를 발전시켜야 하는 만큼 전반적인 대회 진행과 운영에서 서로의 방식을 맞춰나가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의 로컬 룰이 있고 나는 KGA에 근무했기 때문에 우리와의 업무 협조가 순조롭다. 일종의 서포트를 하러 온 것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 내가 뭘 하고 싶다는 것이 없다. 그보다는 R&A의 직원으로 내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내 일이 결국 아시아 태평양 권역에서 골프가 국제적인 스탠더드에 맞춰지도록 보급하고 전파하는 것이다.

반 년만에 다시 한국에 온 소감은?
- 원래 일하던 곳과 매년 일하러 온 한국오픈에 와서 너무 좋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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