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러시아 WC 리뷰] '폭풍우' 호날두, 감독 바뀐 무적함대 흔들었다
이미지중앙

호날두가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조국 포르투갈의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었다. [사진=포르투갈 축구협회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천하의 무적함대가 호날두라는 폭풍우를 만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16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의 소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1차전 경기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득점왕 경쟁에서 빠르게 치고 나갔다.

훌렌 로페테기가 이날 경기를 하루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스페인 대표팀은 혼란에 빠졌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급하게 스페인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페르난도 이에로를 신임 감독으로 투입, 데뷔전을 치르게 했다. 아무리 '무적함대' 스페인이라지만, 월드컵 본선을 하루 앞두고 감독이 떠났으니 어수선한 분위기는 당연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초반에 잠깐 흔들렸을 뿐, 이내 그들만의 시스템을 되찾았다. 호날두에게 선제골을 포함해 역습을 몇 차례 허용한 이후, 끊임없이 주고 받는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살려냈다. 유로 2008-2010 월드컵-유로 2012로 이어지는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달성했던 스페인은 감독이 바뀌어도 그들만의 성공 방정식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팀의 전설 이에로 감독은 그저 국제 무대의 경험과 기합만 불어넣어 주면 충분했다.

호날두의 공격 파트너로 나선 곤잘로 게데스(파리 생제르망, 발렌시아 임대 중)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 등이 이끄는 스페인의 중원은 포르투갈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을 자랑했다. 전반전 막판과 후반전 대부분을 스페인 선수들이 템포를 쥐락펴락했다.

다른 팀을 상대하는 스페인이었으면, 그대로 기세를 끌어올려 대승을 거뒀을 것이다. 다비드 비야(뉴욕 시티)의 대표팀 은퇴 이후, 아쉬웠던 골잡이의 자리도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해결한 상황이었다. 17-18 시즌 하반기부터 폼을 빠르게 끌어올린 코스타는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야수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두 골을 터트렸다. 문제는 그런 스페인의 시스템이 인간 한정이라는 점이었다. 포르투갈엔 '축구의 신'이 있었다.

호날두는 그야말로 홀로 포르투갈을 이끌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포르투갈은 그저 호날두가 가는 길을 따랐다. 전반 3분 만에 스스로 얻어낸 패널티킥을 깔끔하게 득점에 성공한 호날두는, 전반 종료 직전 다시 한 번 득점에 성공했다. 스페인의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책 덕분이긴 했지만, 전반전 중반부터 흐름을 잡아오던 스페인에게 찬물을 끼얹는 골이었다.

후반전을 완전히 스페인이 장악하고, 코스타의 두 번째 골에 이어 나초 페르난데스(레알 마드리드)가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자 분위기는 스페인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제아무리 호날두라도 팀의 열세를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스페인은 완벽하게 중원에서 주도권을 잡고 흔들었다.

후반 43분, 종료 직전 스페인의 센터백 제라르 피케(바르셀로나)의 무리한 파울로 포르투갈이 패널티 박스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다. 호날두의 전매특허, '다섯 발짝 물러선 후 심호흡 두 번, 그리고 슛'을 시도하기 최적의 위치였다.

호날두가 성큼성큼 도움닫기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포르투갈 응원석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린 후, 호날두의 슛은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데 헤아는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 되었고, 스페인은 패배 같은 무승부를, 포르투갈은 승리 같은 무승부를 따냈다.

제독이 바뀐 무적함대는 침착하게 그들의 항로대로 항해했다. 하지만 호날두라는 천재지변은 계산 불가능한 존재였다. 스페인은 호날두에게 네 번째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위안을 삼고 2차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