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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WC 전술 리뷰]이집트-우루과이'방패 맞대결', 방패로 득점한 우루과이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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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고딘' 히메네즈(등번호 2번)가 후반 추가시간, 조국 우루과이의 결승골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우루과이 축구협회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89분 동안 이집트의 수비는 견고했다. 하지만 축구는 90분 경기였다. 15일 오후 9시(한국시간) 러시아 예카틴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이집트와 우루과이의 경기가 우루과이의 1-0 승리로 끝이 났다. 우루과이의 중앙 수비수 호세 히메네즈(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터트렸다.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는 부상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고,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즈(바르셀로나)와 에딘슨 카바니(파리 생제르망)는 선발 출전했으나 부진했다.
대신 경기를 빛낸 건 양팀의 명품 수비였다.

#살라 없는 이집트, 대안은 빽빽한 밀집 수비

이집트로서는 에이스 살라의 부재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살라는 17-18 시즌 내내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소속팀 리버풀에서 44골이나 터트렸을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최고 수준이었다. 작년 10월 콩고와의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살라는 후반 추가시간에 터트린 결승골로 조국 이집트의 본선행을 확정했다. 28년 만의 본선 진출을 살라가 이뤄낸 것이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시즌 최종전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당한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오늘 경기에 선발 출전하지 못한 살라는 벤치에서 조국의 극적인 패배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집트가 기대 이상으로 우루과이와 호각세를 펼쳤기에 공격을 마무리해 줄 살라의 빈 자리가 더 컸다. 우루과이에 비해 열세로 점쳐졌던 이집트는 경기 내내 우루과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름값은 부족하지만, 이집트의 수비 조직력은 훌륭했다. 네 명의 수비수 뿐만 아니라, 모하메드 엘 네니(아스날)와 타렉 하메드(자말렉) 두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패널티 박스 앞에서 진을 쳤다. 우루과이의 투톱 수아레즈와 카바니는 이집트의 밀집 수비에 막혀 볼 소유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르 와르다(아트로미토스), 마누 트레제게(카심파사)의 양 날개가 헌신적인 활동량도 돋보였다. 양쪽 터치라인을 위아래로 끊임없이 오가며 풀백이나 다름 없는 활약을 펼쳤다. 두 선수 덕분에 이집트는 수비 상황에서 순식간에 패널티 박스 안에 9명의 선수가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떨어져도, 호흡이 맞는 선수들이 인해전술을 펼치니 우루과이의 기술적인 선수들도 파훼법을 찾지 못했다.


# 득점까지 성공한 우루과이의 'AT 수비 듀오'

우루과이가 자랑하는 수아레즈-카바니 투톱은 이름값에 비해 부진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난전에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집트의 그것을 능가하는 수비력이었다. 이집트가 머릿수로 승부했다면, 우루과이는 수비 듀오의 기량에 판을 걸었다.

우루과이의 두 중앙 수비수, 디에고 고딘과 히메네즈는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에서도 호흡을 맞추는 듀오다. 고딘은 몇 년 째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특히 올 시즌 퍼포먼스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더 나은 선수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번 이집트 전에서도 고딘은 수비 라인을 완벽하게 통솔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 기량도 최고였다. 이집트가 몇 차례 역습에서 우루과이의 뒷공간으로 패스를 부단히 보냈지만, 대부분이 고딘의 빠른 위치 선정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파트너로 출전한 히메네즈도 훌륭했다. 95년생의 어린 나이지만, 대선배 고딘(86년생) 옆에서 배워온 경험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 심지어 소속팀 AT마드리드의 감독은 수비 조련의 달인으로 정평이 난 디에고 시메오네다. 재능을 만개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에서 히메네즈는 성장해 왔다.

고딘이 지휘하는 수비 라인을 정확히 따랐을 뿐만 아니라, 기어이 후반 추가시간에 우루과이가 잡은 코너킥 찬스에서 헤더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우루과이의 새로운 수비 에이스가 국제 무대에 이름을 떨치는 순간이었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5-0으로 대승하면서, 우루과이는 이번 이집트 전을 무승부로 끝낼 수 없었다. 경기 내내 간신히 찾아온 찬스마저 무산시킨 공격진을 대신해, 수비진이 승점 3점을 따냈다. '공격이 강한 팀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수비가 강한 팀은 대회에서 우승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고딘-히메네즈 듀오가 오늘 같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우루과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자격이 충분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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