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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운일까 실력일까? 시애틀의 놀라운 초반 질주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메이저리그의 한 구단이 있다. 이 팀은 2001년 이후 무려 16년 연속으로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미국의 4대 스포츠를 통틀어 최장 기간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이다. 오프시즌에는 총력전을 선언하고도 오타니 쇼헤이 영입에 실패했으며, 같은 지구에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버티고 있었다. 이 우울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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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 에르난데스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방어율이 5점대로 치솟는 등 부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사진=MLB.com]


약팀에 악재가 겹쳤다

시즌이 시작된 뒤 연이은 악재가 찾아왔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부동의 에이스로 군림해온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구위 저하가 더욱 심각해졌다. 에르난데스의 올 시즌 성적은 6승 4패 ERA 5.33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사이영 상을 수상했던 에르난데스의 올 시즌 모습은 ‘킹’의 호칭과는 거리가 멀다.

5월에는 팀 타선의 핵심인 로빈슨 카노가 약물 복용으로 인해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4년 시애틀에 합류한 뒤 4년간 97개의 홈런을 때려낸 카노는 단연 시애틀 내 최고 타자로 꼽힌다.

그런데 선두질주

하지만 놀랍게도 시애틀은 8일 현재 38승 23패를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2위 휴스턴보다 1경기 앞서 있다. 특히 카노가 이탈한 5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치른 18경기에서 14승 4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팀의 에이스와 핵심 타자를 모두 잃은 상황에서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시애틀이 마침내 불명예 기록을 깨고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애틀의 성적은 여러모로 미스터리다. 현재까지 61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시애틀의 팀 득실 마진은 +21점에 불과하다. 38승 25패로 지구 2위에 위치한 휴스턴의 팀 득실 마진은 +118점에 달한다. 팀 득점(267점)은 리그 전체 14위, 팀 방어율(3.82)은 리그 전체 13위에 자리하며 평범한 중위권 팀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애틀의 질주에 운이 크게 작용했으며, 현재의 상승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에는 팀의 기대 승률을 추정하는 지표인 피타고리안 승률이라는 게 있다. 야구는 단순하게 득점을 많이 하고 실점을 적게 하면 이긴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피타고리안 승률은 해당 팀의 득실 기록을 바탕으로 기대 승률을 산출한다. 이를 실제 성적과 비교하여 팀이 얼마나 운이 좋거나 불운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된다.

시애틀의 현재까지 팀 득실 기록을 대입하여 얻은 피타고리안 승률은 54.1%이다. 이는 실제 시애틀이 거둔 승률인 62.3%과 비교하여 약 8% 가까이 낮은 수치로, 시애틀의 2018 시즌은 현재까지 운이 상당히 좋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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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풀타임 3년차를 맞고 있는 에드윈 디아즈는 현재까지 21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메이저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진=MLB.com]


운이 좋다고?


그러나 시애틀의 호성적을 단순히 운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접전 상황에서 시애틀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애틀은 올해 치른 2점차 이내의 살얼음판 승부에서 22승 10패를 기록했다. 연장전 기록은 더욱 놀랍다. 올 시즌 치른 6번의 연장 승부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클러치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집중력으로 70%에 가까운 승률을 올리며 승리를 쓸어 담은 것이다.

특히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디아즈는 올 시즌 24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21세이브를 거두며,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팀 승리를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다.

피타고리안 승률에서 나타나듯 시애틀의 무서운 상승세가 시즌 종료까지 이어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구 2위 휴스턴이 계속된 불펜진의 난조로 주춤하고 있지만, 객관적 전력을 비교해보면 투타 양면에서 시애틀보다 나은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의 질주는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면에서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설령 운이 따랐다고 한들, 팀이 거둔 실제 성과를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시즌의 3분의 2 가량이 남은 만큼, 시애틀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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