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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이 만난 골프人] 이준희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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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대표가 대회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국내 최고 상금액(15억원)이 걸린 제네시스챔피언십이 열리는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JNGCK) 이준희(50) 대표는 이 골프장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16년에는 국내 골프장 대표 중에서는 유일하게 마스터스 기간에 오거스타내셔널에서 2주간 코스 볼런티어(volunteer)로 일하며 코스 세팅을 경험했고, 올해는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직접 라운드도 했다. 팀 핀첨 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커미셔너와 오거스타내셔널의 총지배인으로 37년을 일한 짐 암스트롱과 함께였다. 오래 지켜본 마스터스에서 그는 벤치마킹 요소를 찾는다.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할 때 마스터스 볼런티어를 지원했지만 매번 탈락했습니다.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싶어서 당시에는 기분이 많이 상했지요. 그런데 2년 전에 체험해보니 제 착각이었습니다. 코스 볼런티어를 매년 100명 뽑는데 실제 가보니 저 포함 5명만 루키였습니다. 어떤 이는 30년째 볼런티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볼런티어 역시 이전에 참여한 이에게 1순위 자격을 줍니다. 제가 갔던 해는 마침 5명이나 빠졌기 때문에 신규 인원이 가능했지요.”

이 대표가 체험한 골프장의 투자와 마스터스 코스팀의 전문성과 열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18홀 코스인데 장비는 54홀 규모를 갖췄더군요. 마스터스 그린 스피드만의 비밀이 있더군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8번 그린을 잘라요. 아침에 4번, 라운드 마친 오후에 4번. 한 그린을 왕복으로 자른 뒤에 직각으로 다시 왕복 커팅을 해서 4번씩 자릅니다. 그렇게 그린 자르는 인원만 한 그린에 2명씩 36명이더군요. 그 정도로 관리하니까 그린 스피드는 4미터가 나옵니다. 게다가 자부심을 가진 코스 전문 볼런티어가 100명이나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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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페어웨이를 벗어난 러프는 확실한 핸디캡으로 볼을 잡아챘다.


어려워진 제네시스챔피언십 코스
지난해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김승혁의 우승 스코어는 18언더파였다. 2회째를 맞은 올해 코스 세팅은 난이도를 조금 더 높였다. 우선 그린을 더 빠르게 했다. 그린스피드가 첫날 3.1미터, 2라운드 3.5미터였고, 마지막날에는 3.75미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 그린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최대한 따라가도록 노력합니다. 월요일부터 하루에 오전 오후 2번씩 총 4번을 깎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코스팀은 새벽 4시 반에 출근해야 하지요. 하루 경기를 마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죠. 매일 깎을수록 그린 스피드는 점점 빨라집니다. 그린스피드가 3.5를 넘어서면 선수들이 정말로 어려워합니다.”

러프 잔디 높이도 어렵게 했다. 지난해보다 10밀리미터를 더 길러서 올해는 평균 62밀리가 됐다. 깊은 곳은 70밀리 이상 된다. KPGA에서 좀더 쉽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러프를 쉽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페어웨이 키핑에 확실한 이점을 주도록 변별력을 높여야 기량 테스트가 되지요. 그런 코스에서 경기해야 선수들이 해외 큰 무대에 나가서도 경쟁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해외 명문 대회 코스 수준을 유지하려는 게 저희의 코스 관리 목표입니다.”

회원들이 그걸 받아들일까? 몇 달 전부터 러프가 길어지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 찾기 힘들다면서 불평하는 게 일반적이다. “저희 회원들은 오히려 응원합니다. 3년 전 프레지던츠컵을 마친 뒤에 회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죠. 지난해 이 대회를 개최할 때만 해도 ‘국내 대회인데 과연 잘 할 수 있나’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회를 치른 뒤에는 대회 운영과 출전 선수, 상금 규모에서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걸 안 회원들은 올해 해외 대회처럼 난이도를 높이는 것에 적극 찬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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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앞 베어스덴에서는 이 대회만의 먹거리인 클럽 맥주와 잭스버거를 판매한다.


명문 대회를 위한 아이디어
이 대표의 말처럼 지난해 제네시스챔피언십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경주, 양용은 등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고 마지막날 2만7천여명의 갤러리가 찾으면서 흥행도 성공적이었다. 코스 퀄리티와 선수, 운영의 질을 대폭 높이면 갤러리의 눈높이도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는 토요일 3라운드 대회를 마치고 재즈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갤러리플라자에는 미슐랭가이드에도 오른 진진, 두레유 등의 맛집 브랜드 5곳이 출점했다. 축구장 크기만한 플라자 공간에 인조 잔디가 깔렸고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차도 진열되어 있었다. 관람 시설과 편의 공간은 쾌적했고 심지어 홀 보드까지 철 재질로 제작했다.

이 대표는 골프장만의 개성을 살린 먹거리도 만들어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판매한다. 마스터스의 피멘토 치즈샌드위치처럼 골프 대회에 특징이 된 대표 먹거리를 만든 것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폐쇄적인 회원제 코스입니다. 하지만 마스터스 때는 하루 4만5천명이 찾아 기념품을 사고 코스를 맘대로 활보하지요. 저희 골프장도 엄격한 회원제 운영 원칙을 고수합니다. 웬만한 골퍼들도 찾아오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회를 통해 골퍼들이 와서 코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경험을 제공하려 합니다.”

JNGCK가 내놓은 먹거리는 잭스버거와 클럽 맥주다. 올해부터는 맥주를 골프장 로고를 새긴 플라스틱컵 J텀블러로 판매한다. “마스터스에서 패트론(갤러리)는 마신 플라스틱 맥주컵도 기념품으로 가져갑니다. 저희도 갤러리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잭스버거는 지난해 1천개를 만들어 매진 인기였는데 올해는 2천개를 준비했습니다. 숯불에 굽기 때문에 오가는 갤러리에게 특징 있는 먹거리로 인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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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갤러리플라자에는 인조 잔디에 미슐랭 맛집 등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잔디박사에 골프장 전문가
이준희 JNGCK 대표는 프레지던츠컵을 일년 반 가량 남긴 2014년 6월에 대표로 부임했다. 국제대회가 다가오면서 골프장을 이끌 CEO가 필요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응모했지만 그가 최종 낙점됐다. 글로벌 업무 경력과 경험 때문이었다.

고려대 원예과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95년 삼성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가평베네스트와 안성베네스트에서 조경과 설계를 담당했고 이후 유학을 떠나 미국 캔자스주립대 골프코스 매니지먼트 석사, 플로리다대 잔디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국내에 돌아와서는 전남 함평 다이너스티CC, 순천 파인힐스CC, 남양주의 해비치서울CC 등 국내 골프장 CEO를 역임했다. 이 대표는 잔디 박사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친환경 비료를 개발하기도 했다. 대회를 앞두고 글로벌한 골프장 운영 책임자를 찾던 JNGCK로서는 적임자였다.

그가 국내외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발휘해 대회를 준비한 끝에 프레지던츠컵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이 골프장에서 아시안아마추어챔피언십(AAC)도 국내 최초로 개최했다. 마스터스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국제 대회였다.

지난해는 제네시스챔피언십을 처음 열었고, 오는 10월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국가대항전 격인 인터내셔널크라운을 개최한다. 이 대표가 JNGCK 대표를 맡고나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대형 골프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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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네시스 3라운드가 끝난 뒤에 갤러리플라자에서 재즈온그린 콘서트가 열렸다.


오거스타내셔널 지향하는 골프장
두 해를 맞은 제네시스챔피언십이 종전 국내 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하면서 국제 대회를 많이 개최하는 이 코스와는 점차 좋은 조합을 맞춰가고 있다. 이 대표는 “대회가 매년 좋은 역사를 쌓아갈수록 코스에서도 그에 합당한 기념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조심스럽다. 그는 골프장 대표로서 대회를 잘 치를 뿐만 아니라 회원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그렇기에 대회를 잘 치러 로망을 만들면 결국 골프장의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총 회원수가 300명 미만이고 기존 회원이 사망해야만 신규 회원권이 나온다는 세계 최고의 프라이빗 코스 오거스타내셔널도 마스터스와 함께 성장했다. 그곳의 회원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가질 뿐 아니라 대회 기간에는 직접 볼런티어로 나와 대회 진행도 돕는다. 골프장 대표는 그런 문화를 조성한다. 이 대표가 지난달 오거스타내셔널에서 함께 라운드한 암스트롱 씨가 그런 역할을 잘 해낸 롤 모델이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상징적으로 마스터스의 철학을 잡고 이끈다면, 암스트롱은 그걸 코스에서 구현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은퇴한 암스트롱 씨는 골프장 운영과 코스 세팅을 책임졌던 분입니다. 평소에는 뛰어난 회원제의 원칙을 유지하고, 대회 때는 최고의 대회 코스 세팅을 만들어내면 결국 골프장은 그만큼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 골프장도 운영 면에서는 프라이빗 클럽의 전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동시에 대중에게도 인기 있는 코스이고 싶습니다. 마스터스가 그렇게 하고 있죠. 제 역할도 아마 그 지점에 있으리라 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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