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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GTO 10년차 김형성의 일본투어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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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은 올해로 일본JGTO투어 10년째를 지내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스마일 킹’ 김형성(38)이 일본남자프로골프투어(JGTO) 생활 10년에 이르렀다.

13일 끝난 일본프로골프(JPGA)선수권에서 우승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SK텔레콤오픈과 다음주 제네시스챔피언십을 앞두고 한국에 들어온 김형성은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신인의 마음으로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간 일본 투어를 뛰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풀어놨다.

김형성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에서 3년간 활동하며 3승을 올리고 KPGA대상까지 받고 2009년 일본 JGTO에 진출해 4승을 추가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간 첫해에 상금 32위에 그쳤으나 이듬해부터는 일본 무대에 전념했다. 2011년에는 국내 대회는 5개에 그치고 일본서 톱10 3번 기록하며 상금 43위로 시드를 확보했다.

일본투어 진출 4년만인 2012년에 바나H컵KBC오거스타에서 첫 승을 거두었다. 이듬해부터 4년간 매년 1승씩 거두었다. 2013년 일본투어 메이저 대회인 컵누들컵JPGA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시즌 상금 2위로 마쳤을 때가 가장 성적이 좋았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더크라운스에서 우승했고, 2015년에는 톱컵도카이클래식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2년 동안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 탓이었을까? 혹은 피로감을 느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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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은 지난 2015년 톱컵도카이클래식에서 일본 통산 4승을 쌓았다.


2012년부터 매년 4승 달성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톱컵도카이클래식에서 3위로 마친 김형성은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파나소닉오픈에서도 마지막날 한 타차 선두로 출발해 황중곤과 공동 2위로 마쳤다. 최근 샷도 좋고 항상 우승할 것 같은데 턱밑에서 좌절했다. 일본 생활 10년에 접어들면서 신인의 마음으로 투어 생활을 하는 건 오랜만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김형성은 오사카 가쓰라기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파나소닉오픈 마지막날 버디 3개에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선두로 출발했지만 간지 라힐(인도)이 후반에 타수를 줄이다가 마지막 홀 버디를 잡으면서 우승컵을 차지했고, 김형성은 결국 2위로 마쳤다.

“파나소닉오픈 17번 홀까지 공동 선두였는데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프레셔였다. 원래 그런 압박감을 좋아했다. 지난해 9월 톱컵도카이클래식에서는 16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바로 앞에서 경기하던 한승수가 그 홀에서만 11개를 치는 바람에 10여분 이상을 기다렸다가 치느라 리듬을 놓친 것 같다. 샷에 훅이 걸리면서 간발의 차로 그린 왼쪽 언덕 밑 벙커로 굴러 내려갔다. 미요시 골프장은 우승도 해봤지만 그 홀 그린 옆 벙커는 재앙 수준으로 높고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런 홀에 걸리면 바로 타수를 잃는다. 지난 하반기부터는 예전처럼 우승권에서 경쟁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단지 우승 운이 없었던 거다. 올해 샷 감은 확실히 좋아진 데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깨달음이 있었다. 내 정도 나이에 이르면 선수 생활 이후의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골프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 뒤로는 본래 궤도로 올라섰다. 마치 막 투어 선수가 돼서 연습하듯이 트레이너 지시대로 힘든 체력 운동도 군소리없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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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은 지난달 파나소닉오픈에서 2위로 우승을 놓쳤다.


현대 모자 쓴 홍보 대사
김형성은 현대하이스코에서 3년 후원받은 뒤 현대자동차에서도 5년째 후원받고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만큼 스폰서에 고마움을 잘 느끼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골프 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현대 자동차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기회 있을 때마다 설명해준다. 대회 선두권에 있으면 인터뷰 룸에 올라가는 데 기회 있을 때마다 후원사를 얘기한다. 일요일에 대회가 끝나면 모자에 사인해서 갤러리에게 선물한다. 사소할지라도 그게 후원 기업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014년 더크라운스(주니치크라운스)에서 우승할 때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이치현의 나고야골프클럽 와코 코스에서 열리는 그 대회는 인근에 공장을 둔 도요타가 스폰서가 되어 우승 부상품으로 세단 차량을 준다. 첫 회부터 한 코스에서만, 한 개의 스폰서가 열기로는 일본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말못할 해프닝은 그 경기가 끝나고 일어났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도요타 자동차와 함께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런데 대회 담당자가 현대 로고가 박힌 모자를 자꾸 벗으라고 했다. “스폰서 모자라서 벗을 수 없다”고 세 번 정도 버텼더니 그냥 촬영은 했지만 뒤끝이 실망스러웠다. 도요타와 현대가 자동차 경쟁사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승 부상 차량은 못 받았다.

후원사 외에 일본에서 10년을 뛴 김형성의 팬이 많다. ‘스마일킹’이란 별명처럼 코스에서 항상 웃고 밝은 자세를 취하는 게 여느 선수와는 구별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중에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곧잘 인사를 한다. 대다수 선수들은 시합에 집중하기 위해서 아는 사람이 있어도 모른 체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런 친화력 덕인지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일본 사람에게서 여러 편의를 받았다.

파리게이츠 의류와 11년간 후원 계약을 이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 직영점 대표로 왔던 센자 씨와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선수들은 성적 등락에 따라 단기 계약을 하지만 김형성은 이례적인 장기 계약 선수다.

물류회사인 후쿠즈미운송창고의 간조 히로시 대표도 지인 소개로 만나 10년 세월의 끈끈한 인연을 쌓았다. 사업적으로 연관이 없는 순수한 골프팬으로 김형성이 초창기 일본 투어에 적응할 무렵 숙박, 식사 등을 도왔다.

5년 전 JPGA선수권에서 우승하고 부상품으로 받았던 컵라면 3650개를 일본 전국에 발송하는 데 히로시 대표의 회사를 이용한 게 전부다. “JPGA선수권에서 우승하고 라면 상자를 전국에 보내려고 쌓아두었다. 당시 일본서 남녀 동반 우승을 했는데 혐한(嫌韓) 단체에서 열 몇 명이 후쿠즈미 운송사에 찾아가 데모까지 했었다. 하지만 히로시 대표는 미동도 없이 ‘나는 한국인이다’라면서 맞섰다. 그는 100% 일본인인데도 말이다. 그런 점이 감동적이어서 언젠가 ‘왜 그렇게 잘 대해주는가’물어본 적이 있다. ‘옛날 자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사업을 키우고 자수성가한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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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은 이번 주와 다음주에 국내 투어에 출전한다.


일본은 신뢰가 처음과 끝
지난해 겨울 시즌이 끝나고 김형성은 바빴다. 형제처럼 지내는 요미우리TV 오자와 아키히로 아나운서에게서 배운 대로 후원사나 지인들을 찾아가 인사했다. “일본에서 프로들은 시즌을 마친 12월에 가장 바쁘다. 작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해 후원사 관계자를 일일이 찾아가서 감사의 뜻을 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는 후원사와 20~30년씩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와 후원사는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게 일본 스폰서십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그점에 비춰보면 선수-후원사의 관계에서 한국은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사례는 적은 편이다. 일본에서는 처음 관계를 맺기가 어렵지만 신뢰가 쌓이면 오랜 동안 유지되는 점은 사업뿐만 아니라 스프츠 전반에도 유지되는 특징이다.

김형성이 일본 생활과 일본어에도 익숙해지면서 최근 골프채널에서는 송영한과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둘이서 9홀 매치를 하면서 레슨 방송하는 형식인데 지난달 3일부터 골프네트워크에서 매일 나온다. 홀마다 매치 게임을 하고 골프 퀴즈도 푸는 식으로 진행된다. 나중에는 허석호 선배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슨 방송을 해보고 싶은 꿈도 있다. 일본에서 이름을 단 프로그램을 하기는 쉽지 않다. 김형성이 10년간 일본 투어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형성은 지난해 셋째를 낳아 벌써 3남매를 두었다. 집은 교통이 편한 고베에 있다. 두 딸인 무진(10살), 아진(7살)은 국제학교를 다니고 도진(아들)이는 이제 8개월 됐다. 식구가 늘면서 우승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습하고, 결과도 좋다. 우승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도 더 간절해진다. 김형성은 이번 주 개최되는 2018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하고 이어서 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제네시스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김형성 투어 프로파일
* 국내 투어
KPGA 3승
2006 LIG제49회한국프로골프선수권, 2008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에이스저축은행몽베르오픈
* 해외 투어 JGTO 4승
2012 바나H컵KBC오거스타, 2013 일본PGA선수권, 2014 더크라운스, 2015 톱컵도카이클래식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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