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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의미 있는 용무도의 남아시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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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배 교수(가운데)가 용무도 심판 교육을 실시한 후 네팔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지난 4월 초 씨름 금강장사 출신의 학자인 공성배 교수(용인대)는 7박8일 일정으로 네팔을 다녀왔다. 씨름도, 학문적 교류도 아닌, 용무도 때문이었다. 그는 대한용무도협회 전무이사다. 4월 6일 카투만두에서 2018 네팔-인도 용무도챔피언십이 열렸고, 공 교수는 대회 참관 및 심판교육 용무도 보급을 위해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네팔을 찾은 것이다.

나름 성과도 컸다. 먼저 네팔과 인도가 중심이 돼 남아시아용무도 연맹(회장은 모한 네팔 회장)을 창설했다. 이 연맹에 속한 국가는 두 나라를 비롯해 부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몰디부까지 총 7개국이다. 당초 종주국인 한국은 용무도가 국기로 대접받는 인도네시아 등과 한데 묶으려고 했으나, 7개국은 같은 인디언 민족인 반면, 동남아시아는 혈통과 언어를 달리해 따로 ‘인디언 용무도 단체’를 만들게 됐다. 두 번째, 이번이 1회 대회였는데 현장에서 바로 더 큰 규모의 2회 대회가 확정됐다. 인도가 주축이 돼 오는 9월 인도 뭄바이에서 제2회 대회 겸 남아시아용무도 대회를 개최한다.

용무도는 한국사람, 그것도 특정대학이 만든 창시무예다. 용인대학교 무도연구소가 새 천 년을 앞두고 1998년부터 개발해 4년간의 노력 끝에 2001년 용무도를 만들었다. 삼국시대의 화랑도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유도 태권도 합기도 씨름 레슬링 검도 복싱 등 기존 무술 및 호신술의 장점만 취해 탄생한 한국 고유 무예다. 발차기, 메치기, 조르기의 기술이 혼합되어 경호 등 실전에 있어 그 효율성은 상당히 높다. 대한용무도협회의 권순혁 회장(용인대 교수)은 “태권도를 하면 상체가 약하고, 유도를 하면 발차기를 못하는데, 용무도는 양쪽 다 잘 할 수 있다”고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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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네팔-인도 용무도챔피언십의 입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한용무도협회]


이런 용무도는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폭발했다. 2005년 인도네시아 군부의 실력자가 용무도의 장점에 매료됐다. 테러와 분쟁이 빈번한 인도네시아의 군 당국은 백병전 등에 활용 가치가 높은 용무도를 주목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전통무술 '실랏'이 있지만 실용성에서 용무도가 앞선 것이다. 용무도 사범이 인도네시아 특전사 교육을 맞는 등 본격적인 용무도 수출이 이뤄졌고, 2008년부터 2년 연속 인도네시아 창군 기념일(10월 5일)에 용무도는 무도로는 유일하게 시범을 펼쳤다. 공연을 보던 대통령 영부인이 7차례나 일어나 박수를 쳐 '퍼스트레이디 무술'이란 별칭이 붙었다. 대통령 경호실이 용무도를 채택했고, 사관학교는 정식 교과과목으로 도입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용무도를 아느냐"고 물어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용무도는 인도네시아 인근 말레이시아의 육군에도 보급됐고,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채택됐다. 중남미 국가까지 보급됐고,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연맹이 생겨 매년 자체대회를 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2010년 토종무술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며 용무도와 업무협력약정(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용무도연맹 측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50만 명의 수련생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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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무도는 그 실용적 가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련생이 점차 늘고 있다. 사진은 얼마전 구례 남악제에서 시범을 펼치고 있는 용인대학교 동양무예학과 시범단의 모습. [사진=용인대]


국내 언론조차 외면하는 용무도의 남아시아 전파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먼저 무예에도 못된 사대주의가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이다. 무예 하면 전통무예를 떠올리지만 사실 그 안에는 창시무예, 복원무예, 전승무예, 재창무예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한국의 자랑’인 태권도도 엄격한 잣대로 따지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택견이 따로 있다). 푸틴 대통령이 즐기고, 효도르를 통해 국내에서 유명해진 러시아의 삼보도 각종 무예의 장점을 취해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용무도는 삼보보다도 찬밥 신세다. 장점이 많은 용무도의 세계화에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 무예의 메카를 추진하고 있는 충청북도와의 관계다. 이번 남아시아 용무도 전파는 사실 무예마스터십에 기인한다. 2016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 2017 진천 세계청소년무예마스텁십에 참가한 네팔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용우도대회를 열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무예마스터십과 충북의 무예진흥에 대해 정치권, 심지어 같은 정당에서도 “지금이 무신정권이냐? 혈세낭비다”라고 정치공학적 공세를 퍼붇지만 그 열매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무예는 경제, 문화,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의 중요한 미래자산이다. 무예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으면 한다. 또 녹색도복이 상징인 용무도가 태권도에 이어 ‘제2의 무예 한류’를 일으켰으면 좋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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