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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L] 외국선수 신장 제한 ‘사이먼은 울고, 로드는 웃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수경 기자]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인 요즘, 챔프전만큼 외국선수 신장제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3월 6일 2018-2019시즌부터 시행하는 외국선수 2명의 신장 기준을 각각 2m 이하와 186cm이하로 낮추기로 발표했다. 현대 농구의 트랜드인 빠른 농구를 지향한다는 취지지만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대다수다.

기존에도 외국선수 신장 제한은 있었다. 다만 단신선수만 193cm로 상한이 있었을 뿐 장신선수는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관중수에 KBL은 칼을 뽑아 들었다. KBL은 스몰라인업을 앞세운 빠른 공격전개로 고득점 농구를 통해 프로농구 인기를 되살리고자 개정을 단행했다. 이를 위해선 포스트업을 통한 공격이 아닌 돌파와 외곽에서 슛을 쏘는 선수가 많아져야 했다. 빠른 농구가 유행인 것은 확실하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제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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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외국선수 신장제한으로 뛸 수 없게 된 선수는 고양 오리온의 버논 맥클린(202.7), 원주 DB의 로드 벤슨(206.7), 안양 KGC의 데이비드 사이먼(203), 전주 KCC의 찰스 로드(200.1) 총 4명의 선수였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재측정이 가능하지만 맥클린은 이미 시즌종료 전에 일찌감치 필리핀리그로 갈 것을 밝혔고 벤슨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은퇴를 결정했다. 따라서 사이먼과 로드만 재측정할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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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시즌 득점왕 사이먼(왼쪽)은 지난 시즌 안양KGC를 챔피언으로 이끌며 계속해서 한국에서 뛰길 원했으나 신장 제한에 걸려 복귀가 불발됐다. [사진=KBL]


사이먼은 지난 2일 플레이오프 4강 진출이 좌절되자마자 신장을 다시 측정했다. 사이먼은 측정에 앞서 KBL센터 주변을 계속해서 걷고 뛰었다. 키를 측정하기 전에 많이 걸으면 일시적으로 키가 줄어든다는 말을 믿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뛰었을 것. 하지만 측정결과는 202.1cm로 약 1cm가량 줄었지만 개정된 제한에는 부합하지 않아 한국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사이먼은 5년간 KBL에서 몸담으며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무대에서 다시 사이먼을 만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로드는 신장 재측정에서 199.2cm가 나오며 신장 제한에서 풀려났다. 로드 역시 챔프전 진출에 실패하자마자 신장을 다시 측정하기 위해 KBL센터를 찾았다. 로드는 지난 시즌 필리핀에서 한 차례 2m이하로 특정돼 자신 있었던 상태라고 했지만 약 10분간 진행된 측정에 로드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말까지 벗고 올라선 로드는 199.2cm가 나오자 행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고 기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기쁨을 표했다. 한국프로농구에서 7시즌을 뛴 로드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차기 시즌 계약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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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드는 지난 6일 신장 재측정결과 199.2cm로 KBL 복귀가 가능해졌다. [사진=KBL]


한편 장신선수뿐 아니라 단신선수 역시 개정 전 보다 7cm나 줄어든 186cm로 외국선수 지각변동이 어느 때 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KCC의 경우 찰스 로드와 안드레 에밋 모두 잡을 수는 없게 됐다. 로드는 199.2cm로 장신선수로 통과했지만, 에밋이 191cm로 단신선수 기준보다 5cm나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밋을 장신선수로 분류하고 로드를 내보내면 골밑은 발이 느린 하승진이 홀로 지켜야 한다.

또한 원주 DB의 이상범 감독 역시 디온테 버튼과 재계약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원주DB 공격의 핵심인 버튼은 192.6cm로 차기 시즌 재계약에 성공하면 장신선수로 분류된다. 김주성, 벤슨, 서민수가 없는 다음 시즌에 186cm 이하에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외국선수를 찾아내기 어려울 것. 버튼을 잡는 다면 원주DB의 팀컬러 또한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규정에 KBL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TV프로그램의 이름을 따 ‘코미디 빅 리그’의 약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KBL은 아직까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로 이대로 차기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신장 제한으로 떨어진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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