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리그1] 경남FC의 승격 돌풍을 이끄는 세 명의 외인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2018 시즌 K리그1으로 돌아온 경남FC(이하 경남)의 초반 돌풍이 매섭다. 지난 3월 4일 상주 상무와의 개막전을 3-1 승리로 열어젖힌 경남은 이어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라운드에서 2-0 , 전남 드래곤즈와의 3라운드 3-1 승리로 개막 후 3연승을 내달렸다. 이러한 경남의 돌풍에는 세 명의 용병이 중심에 있다. 셋 모두 K리그1 무대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이미지중앙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를 ‘폭격’한 공격수 말컹. [사진=경남FC]


# 예고된 대형 스트라이커, 말컹

말컹은 이미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경남을 승격으로 이끌었다. 196cm의 거구를 활용한 플레이와 브라질 선수다운 탄력 넘치는 결정력으로 챌린지에서 22골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의 맹활약으로 중국 슈퍼리그에서 연봉 10억 원 이상의 ‘메가 오퍼’를 받았지만, 말컹은 브라질 4부 리그 출신인 자신을 믿고 한국으로 불러준 김종부 경남 감독과의 의리를 선택했다. 2017시즌은 임대생 신분이었지만, 김종부 감독이 사비까지 털어가며 이적료를 보탰고, 경남으로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아무리 리그를 정복했다지만, 1부와 수준 차이가 확연히 나는 챌린지에서의 활약이었기에 팬들도 말컹이 K리그1에서 보여줄 활약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김종부 감독도 큰 덩치 때문에 다소 둔한 말컹이 고전할 것을 염려, 개막 전까지 말컹에게 체중 감량을 주문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런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체중을 감량한 말컹은 예열 과정마저 생략했다. 상주와의 개막전부터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남다른 클래스를 증명했다. 챌린지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제공권, 장신답지 않은 유연함, 그리고 파워풀한 슈팅은 K리그1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상주전에서 퇴장 징계로 2라운드 제주전에는 결장했지만, 전남과의 경기에서 복귀, 곧장 골을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흔히들 겪는 ‘2년차 징크스’는커녕 팀에 더욱 녹아든 모습으로 연계 플레이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미 K리그1의 강력한 득점왕 후보다.

이미지중앙

‘악마의 재능’에서 ‘신의 왼발’이 되고자 하는 쿠니모토(오른쪽). [사진=경남FC]


# 일본판 ‘악마의 재능’, 쿠니모토

1997년생의 어린 선수지만 이미 J리그에서 1,000분 이상을 소화했다. 일본 연령별 대표팀에서 월반을 거듭했고, 환상적인 테크닉으로 향후 일본 국가대표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 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흡연을 포함해 부적절한 몸 관리, 프로답지 않은 태도 문제로 일본에서 말썽을 일으켰고, 도망치듯 이번 시즌 경남으로 건너왔다. 경남으로 넘어오기 전 결혼해 2세를 얻은 쿠니모토는 재기 의사를 확실히 밝히며 프리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일본 선수다운 아기자기하고 테크니컬한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면서도, 일본 선수답지 않게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미드필더다. 기존의 권용현과 더불어 처진 공격수 혹은 윙어로 뛰며 말컹을 지원사격한다.

탁월한 왼발 킥력까지 갖춘 쿠니모토는 이미 제주전에서 말컹 없는 경남을 이끌고 데뷔골을 기록,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본인이 밝힌 각오를 지켜나갈 수 있다면 못다피운 재능을 경남에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중앙

U-20 월드컵 우승멤버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네게바(왼쪽)의 경남 입단식 장면. [사진=경남FC]


# U-20 월드컵 우승멤버, 네게바

네게바는 세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브라질 대표로 참가, 전 경기 출장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다. 브라질 4부 리그 출신인 말컹과 달리, 1부 리그인 브라질 세리에A에서 199경기나 출전했다.

전형적인 브라질리언 테크니션으로, 측면을 뒤흔드는 발재간과 발군의 크로스 실력을 보유했다. 장신 말컹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충분한 재능이다. 다만 무리한 드리블로 템포를 잡아먹는 일이 잦고, 쿠니모토와 달리 몸싸움을 피하는 성향 탓에 팀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는 우려가 많았다.

게다가 동계 훈련 기간에 합류, 한국의 추운 날씨와 낯선 식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여름까지 컨디션을 되찾기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득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부 감독의 조련 하에 혹독한 체력 훈련을 소화한 네게바는 개막전부터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더니, 제주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뽑아내며 빠르게 페이스를 찾았다.

큰 기대를 모은 3라운드, 말컹과의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시작부터 전남의 측면을 뒤흔든 네게바는 전반 22분 만에 상대 선수 네 명을 제치고 말컹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말컹이 다시 내준 패스를 네게바가 왼발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도민구단의 태생적 한계 탓에 경남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특히 용병들은 좋은 활약을 펼칠 때마다 이적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경남과 외인들이 쏘아올린 불꽃은 이미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환상적인 플레이가 경기장을 향하는 팬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