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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가상 스웨덴’에 패한 한국 대표팀의 과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지난 24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윈저 파크에서 열린 한국과 북아일랜드의 친선 경기는 한국의 1-2 역전패로 끝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F조로 배정된 스웨덴과의 경기를 대비한, ‘가상 스웨덴’ 북아일랜드와의 경기는 승패를 떠나 신태용 호에 많은 숙제를 안겨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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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왼쪽)은 대표팀에서 K리그에서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 2선에 비해 아쉬웠던 최전방의 ‘힘’

한국 국가대표팀은 최전방 공격수의 ‘원맨쇼’보다 2선 미드필더와의 협력 플레이에 중점을 둬야하는 팀이다. 특히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확실한 득점 루트로 자리 잡은 ‘에이스’ 손흥민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권창훈(디종)의 영리한 침투 능력 또한 훌륭한 카드다.

‘상대적 약팀’ 한국은 월드컵에서 롱볼 위주의 전술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이번 경기를 통해 기성용(스완지)과 박주호(울산 현대)의 패스 능력이 증명된 만큼, 원톱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를 달고 버텨줄 수 있다면 직선적인 공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김신욱(전북 현대. 이하 전북)의 포스트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롬위치에서도 호흡을 맞추는 센터백 듀오, 조니 에반스(185cm)와 가레스 맥컬리(195cm) 사이에서 고전했다. 김신욱이 196cm의 신장으로 높이는 보다 높았지만, 그만한 힘을 겸비했다고 보기엔 힘들었다.

월드컵에서 만날 스웨덴 대표팀의 수비진도 북아일랜드 대표팀과 유사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빅토르 린델뢰프가 187cm, 파트너 안드레아 크란크비스트가 192cm로 말 그대로 ‘바이킹 전사’들이다. 거구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힘 경합에 실패한다면, 2선 동료들이 침투할 기회를 벌어줄 수 없다.

김신욱이 북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강점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신태용 감독은 다른 카드를 꺼내들 것이다. 황희찬(잘츠부르크)처럼 발빠른 공격수를 투입해 손흥민과 함께 속도전으로 승부를 보려할 것이다. 김신욱이 월드컵 본선에서도 선발 출전하고 싶다면, 보다 힘과 투쟁심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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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울산 현대)는 실전 감각을 회복한다면 기성용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사진=울산 현대]


# 지나친 기성용 의존도, 확실한 수비 파트너 보강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미 강팀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장거리 패스를 뿌려대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표팀에서도 기성용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수비진 보호에 이어, 압박을 벗어나 공격을 조율한다. 거기에 더해 결혼 이후 부쩍 성숙해진 프로 정신으로 대표팀의 ‘군기 반장’을 자처한다.

다만 기성용은 빌드업 능력에 비해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빌드업을 맡는다면, 나머지 한 명은 보다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 중원 구성의 정석이다. 차출된 대표팀 미드필더 중, 정우영(빗셀 고베)은 기성용의 대체재는 될 수 있어도, 보완재는 될 수 없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나 이재성(전북) 또한 공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다.

풀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박주호는 투쟁심 넘치는 몸싸움과 헌신이 장점이다. 다년간의 독일 무대 경험도 도움이 된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가장 적격인 선수다. 다만 울산으로 이적하기 전 장기간 실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무뎌진 실전 감각 탓에 수비 템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월드컵 전까지 리그 경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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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막내 김민재(전북 현대)에게 국제 무대 경험을 전수할 선배가 필요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국제대회 경험 부족’ 수비진에는 멘토가 필요

북아일랜드 전에서 중앙 수비수 장현수(FC도쿄)는 치명적인 실수로 역전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시간 대부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수는 아홉 번 잘 해도 한 번의 실수로 패배의 원흉이 되는 포지션이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늘어났어도, 언제나 제1번 항목은 안정감이다.

때문에 ‘K리그 최강’ 전북의 수비진을 그대로 옮겨오려는 신태용 감독의 발상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개개인의 실력보다 호흡이 중요한 수비진에서, 소속팀에서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과거 이탈리아 대표팀도 지안루이지 부폰-조르조 키엘리니-레오나르도 보누치-안드레아 바르잘리로 이어지는 유벤투스 수비진을 그대로 이식한 바 있다.

문제는 전북과 대표팀의 상황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K리그의 독보적 강팀 전북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임한다. 대표팀에선 훨씬 더 수준 높은 공격을 경기 내내 상대해야 한다. 전북의 수비라인은 호흡이 훌륭할지 몰라도, 강팀을 상대한 경험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1996년생 김민재(전북)는 지금도 대표팀 주전으로 출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보단 미래가 기대되는 어린 선수다. 국제 대회에서 노련함으로 수비 라인을 이끌 ‘형님’의 존재가 필요하다.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진에서 A매치를 50경기 이상 소화한 베테랑이 없다.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 선배들이 더욱 많은 경험을 전수해야 한다.

오는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에 열릴 폴란드와의 경기는 ‘가상 독일’과의 스파링이다. 주어진 과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은 ‘8월의 한겨울’이 될 수밖에 없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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