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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아들의 스윙코치가 된 위대한 골프대디
많은 선수들이 아버지로부터 스윙을 배웠다. 직업이 티칭프로인 아버지도 있고, 혼자서 독학으로 자식의 스윙코치가 된 아버지도 있다.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이고, 코치와 선수이기도 하며, 때로는 친구 사이가 되기도 한다. 선수가 위대해지면 아버지도 성공하게 되는 것인데, 위기의 순간에 아들을 구해내는 골프대디의 스토리가 있다. 두 말이 필요없는 생생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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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코치인 아버지 마이크(왼쪽),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저스틴 토마스(가운데).


저스틴 토마스의 스윙코치 마이크 토마스

저스틴 토마스는 2018년 2월 25일에 끝난 PGA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하여 PGA 투어 8승을 올렸다. 이어 바로 다음 주에 열리는 WGC 멕시코 챔피언십 대회장소에 도착했다. 전주의 우승으로 인해 큰 자신감을 가지고 1라운드에 나갔지만 챔피언의 샷은 사라지고, 볼은 계속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1오버파 72타를 치고 들어온 토마스는 “내 생애 볼 앞에서 오늘처럼 자신감을 잃어보기는 처음이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2라운드에서도 그의 샷은 돌아오지 않았다. 70타를 쳐서 142타가 된 토마스는 선두와 11타 차이가 나는 공동 38위였다. 라운드가 끝난 토마스는 연습장으로 가서 샷이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이것 저것 해보고 스윙의 동영상을 찍어서 분석해 보았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마지막 희망은 스윙코치인 아버지에게 동영상을 보내는 방법뿐이었다.

아들로부터 “연습 중”이라는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대회 기간에 몸을 푸는 정도의 워밍업은 하지만 연습은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동영상을 살펴본 아버지 코치는 다운스윙 때 왼팔이 몸에서 일찍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알려주었다. 이 간단한 문제를 선수는 자신의 스윙을 촬영한 동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면서 관찰했어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코치를 받은 토마스는 다운스윙 때 왼팔이 몸을 감싸는 느낌으로 연습하여 짧은 시간에 챔피언의 샷을 회복했고, 자신감에 차서 3라운드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세계랭킹 2위다운 샷을 선보이며 9언더파 62타로 데일리베스트를 쳤다. 선두와 4타 차 10위로 우승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4라운드. 7언더파 64타를 쳐서(72-70-62-64) 합계 16언더파로 미켈슨과 공동선두가 된 토마스는 연장전에 나갔지만 아쉽게 패하며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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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왼쪽)과 아버지 마이크 퓨릭.


‘Mr. 58’ 짐 퓨릭의 스윙코치 마이크 퓨릭


2016년 8월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있었던 일이다. 73-66타(1언더파)를 쳐서 꼴찌로 컷을 통과한 짐 퓨릭은 2라운드 마지막에 3개의 버디를 잡았기에 샷이 좋아진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72타를 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윙에 자신이 없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종 잡을 수 없었다.

퓨릭은 자신의 스윙 동영상을 코치인 아버지에게 보내고 도움을 요청했다. 오래지 않아 아버지가 전화를 해 왔는데 그의 주문은 간단했다. “백스윙을 조이면서 짧게 하라.” 아버지는 백스윙 때 몸은 회전을 멈췄는데 팔과 클럽은 계속 뒤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코스가 젖어서 길게 플레이 되자 원래 거리가 짧은 짐 퓨릭은 더 장타를 치려고 자기도 모르게 백스윙을 길게 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주문은 몸통의 회전이 끝나면 팔의 움직임을 멈추고 다운 스윙을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해답을 들은 아들이 백스윙을 교정하여 다시 동영상을 찍어 보았는데 이번에는 스윙이 너무 짧아진 것 같았다. 그 동영상을 아버지에게 보냈더니 이제 백스윙이 완벽해졌으므로 내일이 기대된다는 전화가 왔다.

다음날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마지막 라운드에 나간 짐 퓨릭은 첫 티샷부터 완벽한 샷을 날리더니 18개의 그린을 모두 때리며 PGA 투어 역사상 최초이고 단 한번뿐인 58타를 쳤다 (73-66-72-58). 결국 최하위권에서 공동 5위까지 수직 상승하며 대회를 마쳤다. 퓨릭은 PGA 투어 역사상 59타를 쳤던 8명 중 한 명이기도 했는데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완벽한 스윙은 가까운 곳에 있다

위의 두 이야기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다. 골프 선수는 아무리 컨디션이 나쁘고, 스윙에 자신이 없어도 완벽한 스윙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다. 저스틴 토마스와 짐 퓨릭은 스윙을 바꾼 것이 아니고 아주 미세한 조정으로 최고의 스윙을 찾아냈다. 어릴 때부터 같은 선수의 스윙을 보아 온 코치는 작은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선수가 혼자서 해답을 찾는 경우도 많다.

위대한 골퍼들의 역사를 보면 잭 니클라우스가 나타나기 전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윙코치 없이 혼자서 스윙을 배웠다. 니클라우스는 잭 그라우트라는 코치로부터 평생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톰 왓슨, 베른하르트 랑거, 그리고 많은 PGA 투어의 유명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한 명의 코치에게 배웠거나 스윙코치가 없었다. 현재 PGA 투어에 진출해 있는 노승열, 김민휘, 김시우 선수는 아버지가 스윙코치인 선수들이다.

자기만의 완벽한 스윙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비결은 생각보다 심플할 수 있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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