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PL 28R]'퍼펙트 펄스 나인' 피르미누, 리버풀 대승 이끌다
이미지중앙

리버풀의 '가짜 9번'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팀의 세번째 득점을 기록한 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리버풀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인간계 최고의 펄스 나인(가짜 9번. 9번은 정통 공격수를 의미)'으로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뽑아도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25일 오전 12시(한국시간)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웨스트햄과의 맞대결에서, 리버풀은 피르미누가 맹활약하며 4-1로 승리했다.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피르미누는 경기 내내 리버풀의 공격을 이끌었다. 웨스트햄 수비수들에게 끊임없이 혼란을 주었던 피르미누는 후반 12분 직접 득점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후반 22분 마네의 득점에도 결정적인 패스를 제공하며 공을 세웠다.

최초의 펄스 나인은 아니지만, 역대 최고의 펄스 나인은 단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다. 현재 맨체스터시티를 이끄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던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측 윙포워드로 뛰던 메시를 스리톱의 중앙으로 배치하는 묘책을 세웠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가짜 공격수 자리에서 메시는 당대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메시 외에 유럽 무대에서 펄스 나인 역할로 각광받는 선수는 드물었다. 메시가 워낙 뛰어나기도 했지만, 펄스 나인 자체가 쉽게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다. 최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2선, 때로는 3선까지 내려와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내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을 모두 해내야 한다. 메시 아래 그 역할을 가장 잘 하는 선수가 피르미누다.

이번 웨스트햄 전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올 시즌 내내 피르미누는 가짜 9번의 정석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영입된 살라가 초반부터 빠르게 득점포를 가동하자, 득점 부담을 덜고 조율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피르미누의 역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중원에서 볼 배급을 담당하던 필리페 쿠티뉴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바르셀로나로 떠나자, 리버풀의 미드필더 중 창조적인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실종되었다. 유일하게 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아담 랄라나는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였다.

그러자 이미 아래까지 내려와 공격 작업에 가담했던 피르미누가 더욱 적극적으로 위아래를 오가기 시작했다. 압박 능력은 준수하나 창조성이 떨어지는 지오르지오 바이날둠, 엠레 찬 같은 선수들의 패스를 받아 공격의 키를 쥐었다. 양 날개의 마네나 살라는 물론, 좌우에서 오버래핑하는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등 측면 선수들이 모두 피르미누의 발을 거쳐 공격을 시작했다.

브라질 출신답게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하는 피르미누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상대 수비수들에게 골칫거리다. 내버려두자니 피르미누에게 드리블이나 패스를 선택할 여유를 제공하는 셈이고, 피르미누를 따라가자니 공간의 균열을 초래한다. 양쪽 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에 수비수들은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그 망설이는 사이를 살라가 재빠른 발을 이용해 공략하는 방식이다.

현재 리버풀의 전 포지션은 어느 정도 대체자가 존재한다. 심지어 이번 웨스트햄 전에서도 골을 터트리며 리그 23호골을 기록한 살라마저 마네,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등이 어느 정도 역할을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피르미누처럼 펄스 나인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경기장 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선수는 전무하다. 피르미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경기력 차이가 극명하다.

리버풀에겐 다행스럽게도 피르미누는 기복이 심한 선수도 아니고, 부상이 잦은 선수도 아니다. 피르미누를 중심으로 지금의 공격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막바지로 치닫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은 희망적인 순위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