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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98] 골프대회에서의 진귀한 연장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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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우들랜드가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에서 연장 첫번째 홀에서 우승했다. [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연장전(play off)이 벌써 4번이나 연속되었다. 지난주 애리조나주 스콧데일에서 열린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에서 게리 우들랜드가 체즈 레비(이상 미국)를 만나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올 PGA투어 시즌은 유독 연장전 승부가 많았다. 지난해 10월 중순 제주도에서 열린 더CJ컵@나인브릿지를 시작으로 14번의 대회를 치른 현재까지 6번째다. 더CJ컵에서 저스틴 토마스가 마크 레시먼(호주)을 두 번째 연장 홀 끝에 버디를 잡아 승부를 종결지었다. 2주 뒤에 열린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에서 패트릭 캔틀리(미국)가 김민휘(25)와 알렉스 체카(독일)를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제쳤다.

올 들어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레이 골프장에서 열린 소니오픈하와이부터는 4번 연속이다. 패튼 키자이어가 제임스 한(이상 미국)과 연장 6번째 홀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승컵을 들었고, 한 주 뒤 캘리포니아 라퀸타의 PGA웨스트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커리어빌더챌린지에서 존 람(스페인)이 앤드루 랜드리(미국)와 연장 4번째 홀 끝에 버디를 잡으면서 승부를 가렸다.

지난달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는 제이슨 데이(호주)가 알렉스 노렌(스웨덴)과 라이언 파머(미국)를 연장 6홀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물리쳤다. 특히 이 대회는 연장 5번째 홀에서도 승부가 가려지지 못했고 다음날 아침까지 1박2일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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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미들코프와 로이드 맹그럼의 1949년 모터시티오픈.


모터시티오픈서 11홀 추가
서든 데스 연장전은 한 홀 한 홀 매치에서 승부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유독 박진감이 넘치고 짜릿짜릿하다. 프로골프 역사상 가장 오랜 연장전은 PGA투어에서 나온 11홀 승부인데 놀라운 건 그러고서도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캐리 미들코프와 로이드 맹그럼은 1949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PGA투어 모터시티오픈에서 정규 대회를 11언더파 273타로 마친 뒤에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서든데스임에도 플레이오프에 들어간 두 선수는 매홀 비겼다. 날이 어두워져서 더 이상의 승부를 내지 못할 때까지 경기는 이어졌다. 결국 대회 주최측은 공동 우승으로 결정지었다. 두 선수는 4500달러의 우승 상금과 2등 상금을 합쳐서 나눠가졌다.

국내에도 11번째 홀 연장전이 있었다. 지난 1997년 수도권인 중부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동일레나운레이디스클래식에서 서아람이 강수연, 박현순과 11번째 홀까지 가는 연장 승부를 벌였다. 박현순은 연장 첫 홀에 탈락했으나 강수연은 11번 째 홀에서 서아람에 무릎을 꿇었다.

10번 홀까지 가는 연장전은 단 한 번 나왔다. 197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퍼스크리스티시비탄오픈에서 나왔다. 조앤 프렌티스가 연장 10번째 홀에서 샌드라 파머, 케이시 위트워스를 꺾고 우승했다.

9번째 홀까지 간 연장전은 각 투어에서 총 세 번 나왔다. 2012년 10월에 열린 LPGA투어 킹스밀챔피언십은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리던 신지애가 2년여 만에 우승을 추가한 대회다. ‘핑크팬더’란 별명의 폴라 크리머와 18번 홀에서 열린 여덟 번째 연장 홀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일몰로 인해 경기는 중단되었고 다음날 시작된 아홉 번째 연장 홀에서 신지애는 파를 잡으면서 LPGA 통산 9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여자 대회에서의 이른바 ‘1박2일’ 연장전은 이 해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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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골프 대회의 연장전 기록. 노란색은 한국 대회.


유러피언투어에서는 1989년 네덜란드 켄네메르G&CC에서 열린 KLM더치오픈에서 스페인의 베테랑 골퍼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이 로난 라퍼티, 로저 채프먼을 9홀 연장에서 제치고 우승했다. 2009년 춘천의 라데나CC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유소연이 당시 라이벌이던 최혜용과 9번 홀까지 가는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8홀까지 가는 연장전은 PGA투어에서 5번 나왔다. 1965년 아잘리아오픈부터 재미교포 존허(한국명 허찬수)가 로버트 앨런비(호주)를 여덟 번의 연장 홀 끝에 물리쳤던 2012년 멕시코 마야코바에서 열린 마야코바골프클래식까지다.

7홀까지 이어진 연장전의 경우 2001년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NEC인비테이셔널에서 타이거 우즈가 스튜어트 싱크를 힘겹게 이긴 바 있다. 또한 그해 국내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위창수가 강욱순을 7번째 홀 연장전 끝에 제친 기록이 있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사이먼 예이츠 역시 연장 5홀까지 따라왔었다.

2012년 일본골프투어(JGTO) 도신골프토너먼트에서는 재미난 연장전이 열렸다. 중국의 우아슌과 일본의 이케다 유타가 벌인 18번 연장 첫 홀에서 승부가 나지 않고 일몰이 되어서 날이 어두워진 것이다. 예비일을 준비하지 못한 JGTO는 궁리 끝에 그린 주위에 라이트를 켜고 골프 카트들도 라이트를 켠 후 단축 플레이로 승부를 가렸다. 그린까지 145, 100, 45야드 거리에서 각각 샷을 해 좋은 스코어를 내는 선수가 이기도록 했다. 연장 두 번째 홀(145야드)과 세 번째 홀(100야드)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45야드 거리에서의 네 번째 연장 홀에서 우아슌이 원온에 이은 원퍼트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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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재키 버크와 폰 엘름의 US오픈. [사진=USGA]


메이저에서의 연장전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주관하는 대표적인 메이저 US오픈, US여자오픈은 마지막날 동점자가 나오면 그 다음날 다시 경기를 치르는 전통을 가졌다. 그런데 US오픈의 경우 1930년대 초반까지 1,2라운드는 18홀을 돌고 마지막날 3,4라운드를 합쳐 36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리는 3일 경기가 일반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연장전 역시 36홀을 돌아야 했다.

1931년 US오픈이 역대 최장 연장전이 열린 대회로 기록된다. 빌리 버크는 정규 대회 사흘간 4라운드 72홀을 마친 결과 조지 폰 엘름과 4오버파 292타로 동타가 됐다. 다음날인 7월5일에 2라운드 36홀을 돌았는데 5오버파 149타로 다시 동타였다. 두 선수는 다음날 다시 2라운드 36홀 연장전을 벌였고 결국 버크가 4오버파 148타를 쳐서 한 타차로 엘름을 제쳤다. 두 선수의 연장홀을 합친 총 타수는 589타와 590타였다. 5일간 144홀을 돈 셈이었다. 연장전을 치른 홀 수만 따지자면 72홀의 연장전이었던 셈이다. 이후 US오픈은 연장 라운드를 18홀 단 한 번으로 줄이고, 그래도 무승부일 경우 서든 데스 방식으로 승부를 내도록 방식을 바꿨다.

현대 골프에서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은 US오픈 연장전은 캘리포니아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2008년이다. 타이거 우즈는 부상당한 왼쪽 무릎을 절뚝거리면서 로코 미디어트와 283타로 정규 대회를 동타로 마쳤고, 다음날 18홀 연장전을 벌였으나 71타로 동타였다. 18번 홀에서 벌어진 서든 데스 19번째 홀에서 결국 파를 잡은 우즈가 보기를 범한 미디어트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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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18홀 연장전 끝에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여자골프의 최대 메이저인 US여자오픈에서도 18홀 플레이오프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전통이 있었다. 지난 1998년 박세리가 18번 홀에서 물에 발을 담근 채 샷을 하는 등 태국의 추아시리퐁과 연장 20번째 홀까지 가는 혈전 끝에 우승했다. 중계의 불편함 때문인지 US여자오픈은 지난 2007년부터 18홀 연장전 대신 3홀 연장전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에서 유소연이 최종 라운드에서 서희경과 동타를 기록한 뒤 3홀 연장전을 벌여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TV중계가 일반화한 현대 골프에 접어들어 다른 메이저 대회들도 연장전 형식을 절충했다. 디오픈은 마지막 네 개홀을 라운드 한다. 15번 홀부터 승부를 가려 거기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18번 홀에서 서든 데스로 우승자를 가린다. 지난 2009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톰 왓슨과 스튜어트 싱크가 네 홀 연장전을 치러 싱크가 우승컵 클라렛저그를 들어올렸다.

PGA챔피언십은 마지막 세 개 홀에서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거기서도 승부가 안 나면 18번 홀에서 서든 데스를 한 다음 10, 18번을 오가며 끝장 승부를 본다. 메이저 중에 가장 역사가 짧은 마스터즈는 4라운드 끝에 동타가 나오면 18번 홀과 10번 홀을 오가면서 서든 데스를 벌인다. 버바 왓슨이 2012년 연장 두 번째 홀인 10번 홀의 솔잎 우거진 곳에서 한 훅 샷은 지금까지도 환상적인 놀라운 샷으로 여겨진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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