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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굴곡진 피겨인생’ 이호정의 새 도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권지수 기자] 지난해 4월 이호정의 SNS 계정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스댄스 파트너인 감강인과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다는 글이었다. 사실상의 은퇴 선언이었다. 이호정-감강인 팀은 결별 직전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서 총점 131.22점으로 4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결별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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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펼치는 이호정-감강인 조. [사진=OSEN]


한 달만…, 15년이 된 약속

이호정은 유치원 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진행한 인라인스케이트 시간에 그 두각을 나타냈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1등은 이호정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호정의 어머니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호정의 재능을 아깝게 여겼던 선생님은 빙상장으로 갈 것을 권했다. 이번엔 스케이트화의 길고 날카로운 날이 문제였다. 마침 옆에서 진행 중이던 피겨 수업이 이호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호정의 어머니 역시 “어차피 한 달만 하고 그만 둘테니 이거 하자”며 피겨스케이팅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호정은 한 달이 아닌 15년을 빙판 위에서 보냈다.

당연히 이호정은 유망한 스케이터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1년이 이호정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해가 됐다. “부상으로 정말 많이 아팠던 때였어요. 그런데 성적이 가장 잘 나온 시즌이기도 했죠. 발바닥 뼈가 부러져 두 조각이 났는데 부러진 뼈 조각이 돌아다니며 인대를 건드렸어요.” 이호정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부러진 뼈 조각을 제거하고 다른 뼈와 인대를 잇는 수술을 했다.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재활을 진행했다. 진통제를 맞으면 회복이 더디다는 말에 진통제조차 맞지 않았다. 재활이 끝나고 복귀한 빙판에선 서있는 방법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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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은 '싱글스케이터'에서 '아이스댄서'로 전향했다. [사진=OSEN]


싱글에서 아이스댄스로

무리한 재활은 결국 독이 됐다. 이호정은 계속해 잔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선수생활을 포기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도 오히려 이호정은 담담했다. 피겨 선수가 아닌 다른 삶을 위해 공부에 전념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피겨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을 때 쯤 감강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께 아이스댄스에 도전해보자는 것이었다. 이호정은 서울에서 개최된 아이스댄스 세미나에 참가했다.

“세미나를 다녀오자마자 아이스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께선 많이 반대하셨어요. 제가 공부를 잘했거든요. 아이스댄스를 하겠다고 결정하자마자 혼자 캐나다로 향했어요.”

이호정은 당시 2014 주니어 월드 동메달 팀인 마델린 에드워즈-자오 카이 팡을 길러낸 메간 윙-아론 로 코치의 지도아래 훈련을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홀로 생활하며 아이스댄스에 매진했다.

이호정-감강인 조는 2014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리는 탈린 트로피에서 데뷔했다. 그 다음 시즌 15-16시즌 주니어그랑프리에서 1차 4위와 3차 7위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2017년 파트너였던 감강인과 결별하며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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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은 은퇴 이후 지도자 겸 안무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호정 제공]


은퇴, 끝이 아닌 시작

당시 이호정은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새 시즌 프로그램 음악을 고르고 있었다. 결별 이후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것을 고민했지만 상처가 너무 깊었다.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여러 팀에서 연락이 왔다. 지도자로 팀에 합류해줄 것을 요청하는 연락이었다.

이호정은 현재 여러 팀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다섯 개의 안무를 제작했다. 평창올림픽 활성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네이버와 합작해 빙상도시 강릉 홍보 영상을 촬영했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피겨 강좌가 그것이다. 이호정은 직접 영상 촬영 시놉시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참여한다. 연습링크에서 선수를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로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호정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그런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선수들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면 좋겠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경기가 더 긴장될 때가 많다. 그래도 최대한 즐겼으면 좋겠다. 또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피겨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셨으면 좋겠다”며 올림픽 이후 한국 피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덧붙여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에서 테사버츄-스캇모이어(캐나다) 팀과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즈롱(프랑스) 팀 중에서 누가 우승하느냐가 최대 이슈”라며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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