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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 농구계의 적폐, 팬들이 우습죠?

  • 기사입력 2018-01-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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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배성문 기자] “국민이 우습죠?”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때 청문회에서 모 국회의원의 이 말이 화제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정농단 세력은 ‘적폐’라는 큰 묶음에 포함됐고, 새 정부는 이 적폐세력들을 청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적폐(積弊)’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이는 한국 남자프로농구(KBL)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심판부의 고집을 넘어선 아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트 위에서의 독단적인 판정과 이에 항의라도 하면 여지없이 테크니컬 파울을 불고, 경기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또,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설명조차 하지 않으려는 KBL의 불통 역시 마찬가지다. 판정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고, KBL은 알려줄 생각도 없다. 오히려 심판들이 사고(?)를 쳐 놓으면 KBL에서는 유야무야 넘기려 한다. 이에 팬들은 KBL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며 이제는 점점 지쳐 프로농구 자체에 대한 흥미조차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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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파울의 까닭을 묻다가 퇴장당하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사진=KBL]

#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판정

KBL 심판들의 독선은 하늘을 찌른다. 올 시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19일 벌어진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DB의 맞대결에서 유도훈 감독은 소속 선수인 브랜든 브라운이 판정 항의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자 심판에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유도훈 감독마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이후에 유 감독은 테크니컬 파울이 나온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심판은 되려 테크니컬 파울 하나를 더 부과하며 유 감독을 퇴장시켰다. 자신이 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답이 테크니컬 파울로 돌아온 것이다. 60-62로 팽팽했던 경기 도중 감독이 퇴장당한 전자랜드는 테크니컬 파울에 의한 자유투 등으로 인해 급격히 무너졌고, 끝내 경기에서 패했다. 이후 유 감독은 KBL의 재정위원회 결과에 따라 100만 원의 제재금까지 부과 받았다.

최근에서도 이 같은 독선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일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기 종료 3분 41초를 남기고 전자랜드가 76-68로 앞서고 있는 상황, 오리온 김진유가 자신의 매치업 상대인 정영삼을 쫓아가다 강상재에게 부딪혔다. 심판은 강상재의 스크린 파울을 지적했다. 이어진 오리온의 공격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버논 맥클린의 스크린에 정영삼이 부딪힌 것. 심판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비디오 판독을 했고, 맥클린에게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U파울)이 선언됐다.

맥클린의 U파울 상황을 보지 못한 추일승 감독은 가까이에 있던 심판에게 질의했고, 이후 추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작전 지시를 했다. 그러다 추 감독은 난데없이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았다. 추 감독은 “내가 뭘 했는데 테크니컬 파울 경고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판진들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계속 말을 바꿔가며 변명만 둘러댔다. 답답함에 언성을 높이던 추 감독은 결국 경고 하나를 더 받아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다. U파울과 테크니컬 파울로 인한 자유투에 이어 공격권까지 넘겨주며 4점을 헌납한 오리온은 68-80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승부가 어느 정도 기운 상황이었던 것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테크니컬 파울로 인해 넘어간 분위기와 벌어진 점수 차는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추 감독은 억울함에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심판들에게 질의했고, 다음날 KBL에 심판 설명회까지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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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에게 자신의 테크니컬 파울 이유를 묻고 있는 오리온 추일승 감독. 끝내 경기장에서는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 [사진=KBL]


# 농구인기 하락, 떠나는 팬심

지난 8일 KBL은 오리온의 심판 설명회 요청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심판설명회를 열기도 전인 지난 9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추일승 감독에게 제재금 1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사유는 ‘지나친 항의’다. 항의 한 마디 없이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고, 그에 대한 질의에서 주야장천 딴 소리만 듣다가 받은 테크니컬 파울이 낳은 결과다. 추 감독의 억울함은 더 커졌다.

KBL은 이와 함께 당시 경기의 주심이던 이정협 심판에게도 제재금 100만 원과 7경기 배정정지의 징계가 부과했다. 이정협 심판에게 징계를 가해 잘못을 인정하는 ‘척’했지만 추 감독에게도 동시에 징계를 내리며 심판의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추 감독과 이정협 심판을 함께 징계하며 원인제공에 대한 책임에서도 회피하는 모양새이고, 오히려 추 감독의 잘못을 부각시켜 ‘우리만 잘못한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심판 논란은 이 두 사건 외에도 너무나도 많다. 홈 콜, 스폰서 콜 등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KBL은 최근 벌어진 몇몇 경기에서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하지만 팬들은 불만이 많다. 그리고 프로농구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프로농구의 본질은 ‘경기’에 있다. 지난 시즌 농구영신 매치, 부산 올스타전 등 좋은 마케팅 아이디어가 흥행대박을 터뜨렸다. 이때 유입된 팬들이 ‘재밌는 경기’를 보고 경기장을 계속해서 찾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경기의 질이 심판에 의해 저하되면 곤란하다. 심지어 심판들을 관장하는 KBL이 잘못을 하고도 인정하지 않고, 불통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가뜩이나 떨어진 농구인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행위다. 오죽하면 경기가 끝난 뒤 포털에 올라오는 상보 기사에 ‘심판 계좌 조사해라’라는 댓글은 대부분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된다. 불법도박,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던 프로농구가 심판 때문에 그 불명예스러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구 팬들은 이미 권위주의적인 심판들과 그들을 감싸고도는 KBL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폐단이 너무도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것이다.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농구에서 팬들이 떠나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지금도 그들의 불통은 끊이지 않는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오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이는 팬들도 안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것이 오심 없는 경기가 아니다. 오심이 있었으면 그에 대한 올바른 해명을 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원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서두에 언급한 “국민이 우습죠?”라는 멘트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던 증인을 향한 말이었다. 잘못을 하고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하는 KBL에 묻고 싶다. “팬들이 우습죠?”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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