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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보수적’ 세리에A, 이승우를 성공적인 연착륙 중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세리에A 6경기 교체 출전. 출전 시간 92분. 코파 이탈리아 1경기 선발 출전. 출전 시간 90분. 대한민국의 ‘차세대 에이스’ 이승우(19, 헬라스베로나)의 이번 시즌 출전 기록이다.

올해 8월 바르셀로나를 떠나 헬라스베로나로 이적해 온 이승우는 이탈리아에서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별로 약 15~16경기를 치른(헬라스베로나는 16경기) 2017-18 세리에A에서 이승우는 단 6경기에 출전했다. 선발 출전은 한 차례도 없었고,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경기당 평균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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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헬라스베로나에서 주로 교체 출전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헬라스베로나]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기량은 인상적이었다. 이승우는 교체 투입될 때마다 가볍고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럴수록 아쉬움은 커졌다. 활약에 비해 제한적인 출전시간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기록은 이승우에게 주어진 시간이 적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세리에A는 유럽 5대 리그(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프랑스 리그앙) 중에서도 어린 선수의 기용에 있어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실제로, 17-18시즌 개막 이후 세리에A에서 출전 기회를 얻은 20세 이하 선수는 팀당 평균 2.3명에 불과했다(이하 기록 15R 종료 시점 기준). 유럽 5대 리그 중 해당 부문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리그앙(3.5명)과 분데스리가(3.4명)에 비교하면 많이 모자란 수준이다.

세리에A 20개 팀을 통틀어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린 20세 이하 선수는 총 129명이다. 그중 83명은 아직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20세 이하 선수 중 65%가 팀의 1군 명단에 이름만 올렸을 뿐, 전력 외로 분류되고 있다. 이미 6경기에 출전한 이승우의 실정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20세 이하 선수 129명 중 출전 경험이 있는 46명 중 이승우보다 더 많은 경기(7경기 이상)에 출전한 선수는 15명뿐이다. 이승우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93분 이상)을 소화한 선수 역시 28명에 불과하다. 팀의 실질 전력으로 평가되는 어린 선수 중에서도, 이승우의 입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승우보다 더 많은 경기 혹은 출전 시간을 소화한 28명 중 17명은 이탈리아 선수다. 나머지 12명은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출신이다. 어린 선수, 특히 어린 외국인 선수에게 유독 보수적인 세리에A에서 이승우는 나름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리그 분위기 속에서도, 헬라스베로나와 파비오 페치아 감독(44, 이탈리아)은 이승우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있다.

따라서 아직 공격 포인트가 없는 점 역시 큰 걱정은 아니다. 20세 이하 선수 중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는 단 12명에 그친다. 12명 중 단 두 명만이 이승우보다 적은 출전 시간 동안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삼프도리아의 다비드 코낙키(20, 폴란드)가 89분 동안 2골을, 볼로냐의 오지 오콘코(19, 나이지리아)는 91분 동안 3골을 득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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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우에겐 비난이 아닌 응원이 필요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러한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축구 팬들은 열아홉 살 이승우에게 벌써 많은 걸 바라곤 한다. 때로는 과한 기대가 부적절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경기 중 나오는 사소한 실수 하나에 그의 암울한 미래를 재단하고,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제 막 프로 무대 커리어를 시작한 어린 선수다. 세리에A가 그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또래 선수와의 비교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이승우 스스로 역시 세리에A에서의 출발에 만족하고 있다. 이승우는 “교체 출전이 대부분이지만, 19살에 세리에A에서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앞으로 점점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며 겸손한 마음가짐을 밝힌 바 있다.

‘보수적인 리그’ 세리에A에서 이승우는 외로운 경쟁을 이겨내고 있다. 점차 팀 내에서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이승우에게 2017년은 탐색전에 불과했다. 만으로 스무 살이 되는 2018년, 그의 본격적인 포효가 기대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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