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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16R] 리버풀의 더비 무승부, 로브렌이 아니라 클롭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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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티뉴와 피르미누가 빠진 가운데에도 리그 13호 골을 터트리며 리버풀의 공격을 이끈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 [사진=리버풀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다시 한 번 빅매치에서 용병술 실패로 승점 3점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11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끝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에서 리버풀은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1-0으로 리드하던 경기를 내준 리버풀의 수비수 데얀 로브렌의 수비 실책이었지만, 단지 선수 개인의 실수만으로 잃은 승리가 아니었다는 게 문제다.

지난 11월 26일, 리버풀과 첼시의 맞대결에서 클롭 감독은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사디오 마네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바 다. 한국 팬들에겐 네 선수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딴 줄임말인 '쿠피마살', 영국 현지에선 리버풀 출신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별명에서 따온 'Fab 4'라 불리는 공격 4중주 중 절반을 벤치에 앉혀둔 것이다. 나머지 두 명인 모하메드 살라와 필리페 쿠티뉴가 선발 출격했지만 그들만으론 첼시를 꺾기에 역부족이었다.

당시 클롭 감독의 이해하기 힘든 용병술에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우승 도전팀인 첼시를 상대로 네 선수를 모두 기용하기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변명이 가능했다. 실제로 마네를 대신해 출격한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공격을 자제하고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탰다.

더군다나 지난 16-17시즌, 마네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과 박싱데이의 치열한 일정이 맞물려 한정된 선수층이 가혹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결국 겨울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시즌 초반 우승을 다투던 리버풀은 체력면에서 급격하게 무너지며 4위 자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 기억이 클롭 감독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클롭 감독은 이번 에버튼전에서 쿠티뉴와 피르미누를 벤치에 앉혀두며 4인방 중 두 명만을 출격시켰다.

리버풀은 이후 사흘 간격으로 웨스트 브롬위치-본머스-아스날-스완지-레스터시티-번리-에버튼을 쉼없이 만난다. 로테이션을 통한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지역 라이벌인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였고, 홈 경기였으며, 3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첼시가 웨스트햄에게 0-1로 패해 승점을 따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에버튼전을 대승으로 장식한다면 첼시와의 승점이 같아짐은 물론, 박싱데이의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을 수 있었다.

이 중요한 경기에서 감독은 지나치게 향후 일정을 신경 썼고, 지나치게 에버튼을 얕봤다. 준수한 로테이션 자원이 되어줄 수 있는 다니엘 스터리지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시점에서 'Fab 4' 중 두 명이 아니라 한 명에게만 휴식을 줬어야 했다. 도미닉 솔란케는 2017 U-20 월드컵 골든볼의 주인공이지만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다. 쿠티뉴 혹은 피르미누의 빈자리를 '적당히'라도 메꿀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리버풀은 토트넘에게 1-4로 대패한 이후부터 이번 에버튼전 전까지 9경기에서 32골을 터트리며 화력쇼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터트리며 해리 케인(토트넘)을 다시 따돌리고 득점 단독 선두(13골)로 올라선 살라를 비롯해 네 선수가 고른 활약을 펼쳐왔다. 워낙 개개인의 능력도 출중한데다 팀플레이에도 능한 선수들이기에, 하위권 팀을 상대로는 넷 중 둘만 나서도 승리를 거둘지도 모른다. 하지만 '빅 샘' 샘 앨러다이스 에버튼 감독의 장기인 견고한 두 줄 수비를 절반의 화력으로 무너뜨리려는 시도는 분명 클롭 감독의 만용이었다. 에버튼은 부진한 시즌 초를 보냈지만, 로날드 쿠만을 해고하고 앨러다이스 체제로 돌입한 이후 치뤄진 세 경기에서 9골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는 살라가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계속된 리버풀의 맹공은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화려한 드리블과 마술 같은 패스를 선보이는 쿠티뉴나, 기막힌 연계와 결정력으로 팀에 기여하는 피르미누의 부재가 극명히 드러났다. 솔란케와 체임벌린은 부지런히 뛰었지만 그뿐이었다. 에버튼이 작정하고 잠근 전반전, 리버풀이 한 골이 아닌 두 골차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면 경기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동점골이 된 웨인 루니의 패널티킥 득점을 유발한 데얀 로브렌이 무승부의 원인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애당초 로브렌에게만 책임을 돌리기엔 공격진의 발끝이 몹시 무뎠다. 리버풀은 애당초 한 골 넣고 수비를 굳히는 스타일의 팀이 아니다. 한 골을 먹혔으면 공격진이 두 골, 세 골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그 공격진의 절반을 벤치에 앉혔고, 결국 리버풀 팬들의 들떠있던 기대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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