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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39) ‘리틀 이대호’ 한동희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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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2018 신인 1차 지명 선수인 경남고 한동희. 롯데 내야진 세대 교체의 주역 중 하나로 기대를 받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롯데의 핫코너는 마땅한 주인을 끝끝내 찾지 못했다. 황재균(30 kt)의 미국 진출 이후 그의 빈자리를 메울 만한 대체자원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오태곤(26 kt)을 시작으로 문규현(34), 김동한(29), 신본기(28), 황진수(28), 김민수(20)까지 시즌 중 3루수로 출전한 선수만 6명이었다.

붙박이 주전이 없었던 탓일까. 롯데는 2017시즌 3루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0.38로 10개 구단 중 꼴찌(두산과 함께 공동 9위)였다. 수비력과 공격력을 겸비한 주전 3루수의 부재는 롯데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2018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성한 우타 거포 ‘3루수’ 한동희(18)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17년 #비비디바비디부

‘비비디바비디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 속 소망이 실현되는 희망의 주문처럼 한동희의 2017년도 그의 생각대로 이루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동희가 세운 목표는 3가지였다. 경남고의 전국대회 우승, 롯데 자이언츠 1차 지명, 청소년 대표팀 승선. 시즌이 끝난 지금, 그의 목표 달성률은 100%다.

올해 주말리그 전반기는 기대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타율 0.286(21타수 6안타(1홈런) 3타점)으로 다소 잠잠했다. 동계훈련 기간 동안 6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본격적으로 페이스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전반기 왕중왕전이었던 황금사자기 대회부터였다. 한동희는 4할에 가까운 타율(13타수 5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슬슬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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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가 큰 편이지만 유연성이 뛰어난 것이 한동희의 장점이다. [사진=정아름 기자]


본격 궤도에 오른 것은 주말리그 후반기 대회부터였다. 한동희는 총 6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율 0.688(16타수 11안타(3홈런) 12타점)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이러한 맹활약 이후 지난 6월 26일 롯데는 2018 신인 1차 지명선수로 한동희를 지명했다. 이어 겹경사가 터졌다. 1차 지명의 기쁨이 채 식기도 전에 청소년 대표팀 승선 소식이 전해졌다.

개인적인 목표는 모두 달성했지만 지명 이후의 부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다보니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리고 만 것이다. 특히 대표팀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남았다. 이러한 경험은 대게 약이 되기 마련이다. 한동희는 “다음에 또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원래 하던 대로 내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마지막 퍼즐이었던 ‘전국대회 우승’은 극적으로 맞춰졌다. 지난 여름 대통령배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경남고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전국체전 결승에서 마산용마고를 6-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친구들과 함께 고교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치른 대회였기에 우승의 기쁨은 더욱 컸다. 올해 주장으로 팀을 이끈 한동희는 무엇보다 스승인 경남고 전광열 감독과 고윤성, 박현승, 정수찬 코치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졸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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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 당시 한동희의 모습(왼쪽에서 첫 번째).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미국 선수들과의 실력 차를 느꼈고, 그로 인해 동기부여가 됐음을 전했다. [사진=WSBC]


올 시즌 한동희는 국내·외 경기를 통틀어 총 162타석을 소화했다. 그 가운데 미국 대표팀 에이스이자 투수 가운데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는 에단 핸킨스(17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한국판 오타니’ 강백호(18 kt)와의 승부는 한동희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핸킨스와의 승부도 인상적이었지만, 절친 강백호와의 맞대결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서울고와 만났잖아요. (강)백호와 경기 전에 서로 ‘후회 없이 잘하자’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날 백호가 선발투수로 등판해서 총 4번을 맞붙었거든요. 첫 타석만 내야 땅볼이었고, 이후는 볼넷, 안타로 감이 좋았어요. 8회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데 백호가 직구로 승부할 테니 준비하라고 하는 거예요. 근데 초구가 뭐였는지 아세요? 슬라이더였어요. 슬쩍 웃었더니 2구째 바로 직구로 승부를 걸더라고요. 그걸 노려 쳐서 안타를 때려냈죠. 프로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백호와의 승부는 자신 있습니다.”

경찰관을 꿈꾸던 소년, 야구에 빠지다

한동희의 인생은 2008년 5월 5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한때 아버지의 직업인 ‘경찰관’을 꿈으로 품었던 초등학교 3학년 한동희는 어린이날 선물로 ‘리틀야구 입단’을 요구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야구를 그만두라는 부모님의 조건부 승낙과 함께 리틀야구 주말반에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성적은 유지됐고, 야구에 대한 열정은 더 커졌다.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정규반으로 옮겼고, 5학년이 되던 해 야구부가 있는 대연초등학교로 전학 가 본격적으로 엘리트 야구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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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리틀 시절 한동희의 모습. [사진=선수 제공]


한동희는 매일 같이 왕복 1시간 30분 거리를 홀로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그의 부모는 ‘일주일 가다 포기하겠거니’ 했지만 한동희는 야구와 공부 둘 중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훈련이 끝난 뒤 나머지 공부를 하며 성적을 유지했다. 시험을 치면 오답이 많아야 1~2개일 정도로 공부도 곧잘 했고, 대연초로 전학 가기 전 전교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났기에 사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야구선수의 길을 걷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들 하지 않나. 한동희의 야구를 향한 진심과 열정은 그의 부모를 전폭적인 지지자로 변모시켰다.

가족들이 한동희를 응원해주는 것만큼이나 한동희 역시 소문난 ‘가족 바보’다. 지난해 한동희의 어머니 이미숙 씨는 갑작스런 건강 문제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한때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병세가 위중했다. 상황이 상황이지만 학교를 다니며 매일같이 부모님의 병간호를 하기는 쉽지 않은 법. 한동희는 하루 20분이라는 짧은 면회시간을 위해 저녁을 거르고 병원을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무려 46일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말이다. 어쩌면 이런 위기가 그의 가족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경남중학교 입학 당시 키가 160cm 정도로 신입생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축에 속했다. 이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한동희는 야구를 그만두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하지만 시작이 힘겨웠기에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던 한동희는 5일간의 짧은 방황을 마치고 다시 야구공을 들었다. 다행히 그 이후로 키는 더 이상 한동희를 괴롭히지 못했다. 현재 체격 조건(184cm, 97kg)을 보면 ‘그런 시절이 있긴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롯데 팬들이 기대하는 ‘제2의 이대호’

2017년 9월 26일. 롯데 자이언츠의 2018 신인 선수들은 지명 후 처음으로 사직구장을 방문해 홈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개는 이때 처음으로 시구 혹은 시타를 하기 마련이지만 한동희는 이미 경남중 시절 시타 경험이 있다. 생애 두 번째 시타였지만 그가 느낀 감회는 남달랐다. 한동희는 “소년체전 우승 후 시타를 했을 때와는 기분이 확실히 달랐다. 그 땐 중학생이니까 ‘여기서 뛰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컸다. 롯데 선수로 사직구장에 서게 되니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자리를 잡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팬분들의 뜨거운 응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본격적인 팀 합류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합류에 앞서 구단에서 그에게 요구한 사항은 단 하나. 바로 ‘건강한 몸으로 합류할 것’이다. 한동희는 이른 새벽부터 수영장과 센터를 오가며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여러 행사 참여로도 분주하다. 구단 납회식을 비롯해 최근에는 롤 모델이자 모교 선배인 이대호가 매년 진행하고 있는 연탄 봉사활동에 동참해 이대호의 껌딱지를 자청했다. 이대호 역시 모교 후배인 한동희를 유독 이뻐한다는 후문이다. 한동희는 이승엽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한 구자욱(24 삼성)처럼 그 역시 이대호 옆에 딱 붙어 그의 장점들을 스펀지처럼 모두 흡수해 좋은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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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는 지난 11월 30일 통영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 2017시즌 납회식에 참석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아기 갈매기' 한동희에게 2018년은 '설렘' 그 자체다. 아직은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1군 스프링캠프 참여 여부조차 확실치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흘린 땀이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프로 첫 시즌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란 것이다. 한동희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좌우명을 정했다. ‘무한불성(無汗不成)’. 땀 없이는 어떤 성공도 이뤄낼 수 없다는 뜻이다. 무한불성의 마음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인 한동희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내년 시즌 롯데 야구의 또 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이 자리를 빌려 부모님께 많이 감사드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저를 지도해주신 감독님들, 코치님들 덕분에 프로 무대에 진출하게 됐으니 이제 반쯤 성공한 것 같아요.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응원 많이 해주시고 지켜봐주십시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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