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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배구 ‘춘추전국시대’ 언제까지 갈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장도영 기자]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2017-2018 도드람 V-리그는 춘추전국시대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단 한 경기로 순위가 변동되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남자배구 7개 구단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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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로 7연승을 질주 중인 삼성화재의 선수들. [사진=KOVO]


명가부활 삼성화재

‘77연승, 9년 연속 우승.’ 과거 삼성화재에게 늘 붙어 다니던 수식어였다. 하지만 2015-2016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2년 동안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배구명가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삼성화재는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았던 까닭에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2015-2016시즌)으로 가장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코트의 사령관이었던 유광우마저 보상선수(박상하 FA 영입)로 떠나면서 올시즌 V리그 출범 이후 삼성화재가 가장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개막 2연패 후 파죽지세로 7연승(이하 모든 기록은 19일 기준)을 달리며 다크호스(7승 2패 승점 20점 리그 1위)으로 급부상했다.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은 좌우쌍포인 타이스(득점 2위 228점, 공격 3위 성공률:54.64%)와 박철우(공격 1위 성공률:59.17%, 오픈공격·시간차공격·퀵오픈 1위)다. 둘은 매 경기 두 자릿수 점수를 기록하는 등 막강한 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내리 꽂고 있다. 이에 주전 세터로서 기대보단 걱정이 더 많았던 황동일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토스워크가 점점 안정되는 모습으로 팀을 연승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김규민(블로킹 2위 세트당:0.89개, 속공 1위 성공률:64.00%)과 류윤식(리시브 1위 세트당:4.91개, 수비 1위 세트당:6.51개)도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또 신인 드래프트로 이번 시즌부터 합류된 김정호가 이시우(현대캐피탈)를 능가하는 강력한 서브로, 알토란 같은 ‘원 포인트 서버’로 자리를 잡았다. 신진식 감독이 흐뭇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지금 이 기세가 계속된다면 삼성화재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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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색깔이 확실하게 달라진 KB손해보험. [사진=KOVO]


KB손해보험이 달라졌어요

만년 하위권으로 패배의식에 갇혀있던 KB손해보험이 올 시즌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손해보험은 현재 6승 3패, 승점 16점으로 리그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는 게 부지기수였지만, 올 시즌은 셧아웃 패배를 단 한 번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 점만 봐도 조직력이 얼마나 안정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KB손해보험의 반전 드라마에 일등공신을 뽑으라면 단연 권순찬 감독이다. 프로 2년 차인 황택의를 주전 세터로 낙점하고, 국제 대회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강원(아포짓 스파이커)을 활용하기 위해 용병을 윙 스파이커(알렉스)로 발탁하며 팀 색깔을 완전히 바꿨다. 또 시즌 전 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이에 선수들은 감독에게 보답하듯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택의를 필두로, 알렉스(득점 4위 209점, 서브 2위 세트당:0.55개)가 오펜스(서브, 공격, 블로킹)와 디펜스(리시브, 수비)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또 이강원(시간차공격 2위 성공률:75.00%)은 든든하게 오른쪽 공격을 책임지며 세트플레이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든다. 부상에서 돌아온 장신 윙 스파이커 손현종의 활약도 KB손해보험이 승승장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년 하위 팀에서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KB손해보험이 앞으로 어떤 레이스를 펼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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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술을 쓰든 꼭 우승하고 싶다는 현대캐피탈. [사진=KOVO]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

현대캐피탈(5승 4패, 승점 15점, 3위), 대한항공(4승 5패, 승점 13점, 4위), 우리카드(4승 6패, 승점 12점, 5위)은 승점이 1~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단 한 경기로 순위가 변동된다는 말이다.

현대캐피탈은 다방면으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최민호가 군 복무로 팀을 이탈하면서 큰 전력공백이 생겼다. 여기에 용병 바로티가 개막 전 발목 부상을 당해 5주 이상 결장하게 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대체 외국인선수 안드레아스가 개막전부터 23득점, 공격 성공률 61.76%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쳐 최태웅 감독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향후 기복이 경기력을 보완해야 한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감을 선발하지 않았기에 앞으로 기존 백업 자원인 송준호, 이시우, 차영석, 이승원이 얼마나 활약하느냐가 중요하다. 장신 미들 블로커인 김재휘가 조금만 더 성장한다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은 리베로 2명(정성민, 라광균)과 신인 선수 2명(임동혁, 엄윤식)을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과 멤버가 같다. 7개 구단 통틀어 선수 자원이 가장 풍부하지만, 조금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변화된 것이 없기에 예측 가능한 경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스파리니가 나이 때문인지 예전만큼의 클래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박기원 감독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작은 위안이 있다면, 유망주 아포짓 스파이커인 임동혁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단 경기 감각이 떨어진 대한항공이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플레이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카드는 현재 최고의 외국인선수라고 할 수 있는 파다르가 ‘미친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득점 1위 309점, 공격 2위 성공률:54.95%, 서브 1위 세트당:0.73개 등 압도적인 오펜스 능력을 보이며 자신의 역할을 100% 해내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미비하다는 점이 우리카드가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세터(유광우)와 리베로(정민수)는 빈틈이 없지만, 윙 스파이커와 미들 블로커에서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다 잡은 경기도 내주곤 했다. 순위상승을 위해서는 국내 공격수들의 활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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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펠리페(가운데)의 부활이 시급하다.[사진=KOVO]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한국전력(3승 6패, 승점 11점, 리그 6위)은 정규시즌 개막 전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객관적인 전력도 좋아 개막 전 우승후보로 많은 팬들과 배구 관계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전광인-서재덕-펠리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활약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서재덕이 현대캐피탈과의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쳤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하락세가 시작됐다.

공재학, 김인혁이 그 대체자로 코드장을 누비고 있지만, 서재덕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부족하다. 이에 전광인의 작은 부상과 펠리페의 체력저하이 겹치며 팀의 공격력이 크게 약화됐다. 김철수 감독이 당분간 김인혁-이호건(세터) 체제로 간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서재덕이 돌아오기 전까지 신예 선수들과 주공격수들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중요하다.

OK저축은행(3승 6패, 승점 9점, 리그 7위)은 용병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브람 반 덴 드라이스(벨기에, 28)를 영입하고,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던 송명근, 박원빈, 이민규가 팀의 합류하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브람은 기복 심하고, 확실한 토종 에이스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최하위로 처진 OK저축은행은 현재로서는 상대팀에 따라서 확실한 전술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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