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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박성현을 세계랭킹 1위로 밀어올린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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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정규 투어 첫 우승을 거둔 후 2년 6개월 여 만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박성현.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박성현(24 하나금융그룹)이 마침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15년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후 불과 2년 6개월여 만에 일군 쾌거다. 박성현은 내셔널타이틀을 차지하며 첫 우승의 문턱을 넘은 후 끊임없이 진화했고 결국 세계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박세리와 신지애-박인비의 계보를 잇는 명선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사실 박성현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박성현은 2014년 정규투어에 입성하기 전 2,3부 투어인 드림투어와 점프투어에서 우승한 경험 밖에 없었다. 장타력에 외모를 갖춘 선수였으나 승부처에서 낚아채는 힘은 부족했다. 고진영-백규정-김민선5와 KLPGA투어 신인왕을 다퉜으나 역부족이었다. 당시 박성현은 왠지 의기소침해 보였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기 직전 제주도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은 상처로 남았다. 선두를 달리던 박성현은 막판 난조로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간 뒤 이정민에게 역전우승을 허용했다. 연장전에서 그린을 지나칠 정도로 칩샷이 나빴다. 우승이 없는 선수들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였다. 박성현은 다음주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도 선두에 올라 인터뷰를 했으나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게 낯설고 두려운 '깜짝 선두'였다.

하지만 첫 우승후 달라졌다. 조용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으며 인터뷰를 즐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명랑쾌활해졌는데 이런 변화의 발판이 된 건 팬클럽이었다. 대부분 여성으로 이뤄진 그녀의 팬클럽은 외로운 박성현에게 용기를 줬고 엄청난 힘이 됐다. 이런 변화는 내재돼 있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자신감을 얻으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자 상승효과가 일어났다. 더 강하게 치자 정확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 것이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늘면서 그린 적중률도 올라갔다. 2014년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57.66야드(16위) 때 그린 적중률이 68.74%(38위)였으나 장타 1위에 오른 2015년과 2016년엔 그린 적중률도 76.98%(6위)와 79.72%(1위)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멀리 쳐서 더 짧은 아이언을 잡게 되니 볼을 핀에 붙이는 확률이 높아졌으며 우승에 필요한 버디 숫자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경제적인 안정감이 생기면서 박성현 가족의 마음에 봄바람이 불었고 이 또한 상승작용을 도왔다.

박성현의 빠른 성장세는 평균타수의 추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KLPGA투어에 첫 출전한 2013년 박성현의 평균타수는 72.83타였다. 그러나 6라운드 밖에 치르지 않아 숫자 자체가 무의미하다. 본격적으로 KLPGA투어에서 뛴 2014년부터 박성현은 미국무대로 진출하기 전인 2016년까지 놀라운 데이터를 보여준다. 2014년 73.64타였던 평균타수가 2015년 71.49타, 그리고 2016년 69.64타로 줄어든다. 프로골퍼가 1년에 평균타수 1타를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선수라면 잘 안다.

박성현은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LPGA투어에서 올시즌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세계랭킹 1위까지 거머쥐었다. 아직 2개 대회가 남아 있으나 각종 통계는 그녀의 성장세를 잘 보여준다. 박성현은 올시즌 LPGA투어에서 평균타수 69.16타(2위)를 기록중이다. 작년 KLPGA투어에서 기록한 평균타수보다 0.5타를 덜 쳤다.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70.39야드(9위), 그린 적중률은 75.8%(7위)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무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매 대회 낯선 코스에서 이런 숫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박성현은 세계적인 선수가 됐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대개의 어린 선수들이 갑작스런 성공을 경험했을 때 보이는 오만하고 미숙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폭발적인 스윙으로 허리 부상이 우려되나 타고난 유연성이 있어 롱런 여부는 철저한 관리가 좌우할 것이다. 박성현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마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보는 듯 하다. ‘남달라’ 박성현의 성공시대는 '지금부터' 인 것 같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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