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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33) 보인고 이재익, 클래식에 직행하는 고교 수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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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고 주장 이재익이 내년 시즌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좋은 중앙 수비수는 공격수만큼이나 귀하다. 최근 국가대표가 흔들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단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중앙 수비수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런데 메마른 환경에서 한두 명씩 괜찮은 자원이 싹을 틔운다.

보인고 주장 이재익(18)은 ‘대형 수비수’ 반열에 명함을 내민다. 균형 잡힌 신체 밸런스가 특히 인상적인데, 185cm에 이르는 건장한 체격과 함께 현대 축구에 걸맞게 빌드업 능력도 갖추고 있다. 상황에 맞는 빠른 판단력과 반응으로 흐름을 끊는 데도 능하다. 최근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인정을 받고 있다.

이재익은 내년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학 무대가 아닌 ‘프로’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 J리그 등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중 이재익은 K리그 클래식을 택했다(구체적 구단명은 아직 비공개). K리그를 향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인데, ‘1) 우선지명 2) 자유선발’이다. 둘 중 후자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게다가 학원축구 고교 선수가 프로로 직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재익은 꽤 좋은 조건으로 일찍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좋은 조건에 따른 부담도 됐을 터. 하지만 자신감 있는 대답을 내놨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만큼의 가치로 저를 인정해준 거잖아요. 저는 제가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자신 있게 도전할 겁니다. 어떻게 (시즌이) 흘러갈지 미리 생각도 하고 있어요. 경기를 뛰지 못할 때는 아마 기가 죽겠죠?(웃음) 더 노력하고, 더 많이 생각하면서 성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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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고 이재익은 지난해 왕중왕전 전반기에서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허나 프로 무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아직까진 물음표가 따른다. 185cm의 신장과 떡 벌어진 어깨의 체격이 고교 무대에선 통할진 몰라도 프로에서 갈고 닦은 수준급 공격수와 부딪혔을 때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다.

지금이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픔도 있었다. 의정부신곡초를 거쳐 포항제철중(포항스틸러스 U-15)에 입학했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이탈했다. 포항제철고(포항스틸러스 U-18) 입성 실패 후 보인고 심덕보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요. 보인고 심덕보 감독님께서 저를 보자마자 하신 말씀이 있어요. ‘3년 동안 열심히 해서 친구들보다 더 잘 갈 수 있다’고요.”

곧바로 피치에 나서진 못했다. 2학년이 돼서야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측면 공격수, 최전방 공격수, 중앙 수비수, 측면 수비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3학년 선배가 빠진 자리를 대체하며 경험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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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4번)은 지난 9월 스페인 전지훈련 때 피치에 복귀했다. [사진=선수 제공]


“지금 돌아보면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완벽주의라서 실수를 한 번이라도 하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패스 미스 하나도 용납이 안 되는 성격이거든요. 조금 그 성격을 고치긴 했지만, 아직도 완벽히 떨쳐내진 못해요(웃음).”

“중학교 때까지 적극적인 면이 떨어졌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스타일이 바꿨어요. 기술적인 면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랑 연습 경기를 뛰면서 형들을 보며 노력하면서 조금씩 결실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안익수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2살 많은 형들과 함께 19세 이하 대표팀 4개국 친선대회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대회에도 참가했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최종 명단까지 연을 잇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아쉬움은 1도 없었어요. 차라리 (최종 명단)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경기 속도, 템포를 쫓아가지 못했어요. 훈련하다 보니 버겁다고 느꼈죠. 제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가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배운 것에 만족을 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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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20번)은 프로 적응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정종훈]


올해는 보인고 심덕보 감독의 신뢰를 얻어 주장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멀티 플레이어를 뒤로하고, 김승우(19 연세대), 배수용(19 감바오사카)이 떠난 자리를 완벽히 메꾸며 중앙 수비수의 입지도 차근차근 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하며 시즌 절반 이상을 날려버렸다. 중족골 부상으로 약 4개월 동안 재활에 전념했다. 이 때문에 왕중왕전을 비롯해 대통령금배까지, 중요한 전국대회를 모조리 피치 밖에서 쳐다봤다.

“2학년 때는 거의 모든 경기를 뛰었고, 3학년 때도 모든 경기를 뛴다고 생각했는데 다쳐서 당시에는 많이 좌절했죠. 그래도 다치면서도 배우는 게 있더라고요. 그라운드 밖에서 멘탈이나 자기 관리하는 것을 배웠어요. 저한테도 큰 도움이 됐어요.”

이재익은 재활의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 후 복귀. 지난 9월 대표팀의 스페인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오랜만에 실전 무대를 치렀다. 멕시코 U-17, 코스타리카 U-17 대표팀을 상대로 2-1, 3-1 승리를 지켜냈다. 타지에서 자신감을 얻어왔다. 그 결과 오는 11월 파주에서 열리는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예선의 23인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년 후 열릴 2019 U-20 월드컵을 향한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이재익이 프로와 국제 무대, 안팎에서 빨리 성장하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 이재익 보인고 플레이 영상


영상=풋앤볼코리아 한동균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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