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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니어오픈 챔피언 박부원의 비밀 병기는 사탕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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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골퍼 박부원이 한국시니어오픈에서 우승했다.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당뇨는 이제 병도 아닙니다. 저보다 더 많은 신체적인 질병과 핸디캡을 안고 투어를 뛰는 선수가 얼마나 많은 데요.”

당뇨병을 안고 투어 생활을 하는 오뚝이 박부원(52)이 골프존채리티 제22회 한국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해 KPGA챔피언스투어 통산 2승을 거뒀다. 지난 18일부터 3일간 제주도 오라컨트리클럽(파72 7137야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박부원은 9언더파 207타로 김종덕(56)을 한 타 차이로 제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박부원은 시니어투어에 데뷔한 2년 전 그랜드CC배 KPGA시니어골프대회 이후 메이저에서 승수를 추가했다. 1992년 KPGA투어 프로가 된 이래 지난해까지 25년간 코리안투어에서는 2006년 메리츠솔모롬오픈에서 거둔 1승이 유일하다.

그에게는 ‘오뚝이’뿐만 아니라 ‘인간 승리’라는 별명이 붙는다. 운동 선수로는 치명적인 당뇨병을 딛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2001년 당뇨병 판정을 받은 그는 2004년부터 허리춤에 인슐린 주입기를 차고 대회에 출전했다.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그의 몸에는 인슐린 주입기가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을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이겨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려 ‘인간 승리’ 의 주인공으로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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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원은 지난 2006년 메리츠 솔모로오픈에서 코리안투어 첫 승을 거뒀다. [사진=KPGA]


당뇨 관리에 대해 물었더니 “5년 전부터는 인슐린 펌프를 부착하지 않고 볼펜처럼 생긴 휴대용 주사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매일 1회용 바늘로 주사해 혈당을 내립니다. 그런데 대회에 임하면 자체적으로 혈당이 내려가니 주입 용량을 줄이는 게 노하우죠. 걸으면 오히려 저혈당이 올 수 있어요. 시합 때면 당을 보충하려고 사탕을 10개 정도 가지고 나갑니다. 티오프 전에 한두 개 먹고, 전반 홀이 끝나면 다시 한 개 먹고 후반에는 순간적으로 당이 떨어질 때마다 급히 사탕을 두세 개라도 먹습니다.” 그는 샷이나 버디 퍼트를 넣어 타수를 유지하는 것보다 혈당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갑자기 혈당이 떨어지면 샷은 물론 걷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항상 건강을 생각하고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하는 박부원은 좋은 성적을 내는 대신 오래 가는 선수가 됐다. 당뇨병의 특성상 항상 걷고 운동하는 몸관리가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무리하지 않으면서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하는 건 자신이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는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27위로 통과해 역대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면서 ‘도전의 아이콘’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붙었다.

박부원은 올해는 국내 시니어 대회는 4개에 출전해 우승 1번, 준우승 1번, 3위 1번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일본 시니어투어에 도전해 김종덕과 함께 투어를 뛰고 있다. 현재 김종덕은 상금 순위 4위이며, 그는 18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도 일본에서 시니어투어 대회에 5주 연속 출전한 후 바로 제주도로 왔다.

“일본에서 힘들었는데, 고국에 오니 확실히 감이 좋아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주 청주에서 열리는 그랜드CC배 KPGA시니어오픈에 출전하고 다시 일본에 가서 남은 4개 대회를 준비해야죠.” 그는 올해 일본에서의 우승을 겨누고 있다. “일본 시니어는 시즌에 18개 대회가 열리는데 그중에 14개 대회를 뛰었습니다. 남아있는 대회 중에 메이저인 후지필름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하면 시드를 3년 이상 받으니 잘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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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원이 지난 20일 골프존채리티 제22회한국시니어오픈골프선수권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나을 수 없는 병인 당뇨를 안고 사는 그는 길고 오래 가는 선수의 대명사다. 어떻게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겨울에 태국에 전지훈련을 두 달 정도 다녀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하루에 2~3시간을 꾸준히 연습합니다. 병도 내 몸을 잘 알고 미리 대비하면 충분히 고칠 수 있지요.” 그와 함께 투어를 시작한 선수들은 젊은 시절 많은 승수를 거두었으나 꾸준히 오래가지는 못했다.

당뇨병을 안고 사는 박부원은 ‘오뚝이’, ‘인간 승리’라는 희망을 주었다. 최고령으로 코리안투어에 우승하면서 ‘도전의 아이콘’이란 별명도 얻었다. 시니어투어에서 그가 도전하고 이룩하려는 것들은 이제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 것 같다. 사탕을 가지고 다니니 혹시 ‘캔디 시니어?’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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