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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PGA 사무국의 한국인 골프전문가, 강혜원 PD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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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제주도 골프대회장에서 각종 컨텐츠를 만들고 있는 강혜원 PD.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제주)=남화영 기자] “이번 주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수없이 쌓인 이메일부터 체크합니다. 만들어야 할 콘텐츠가 넘쳐나요. 하지만 신나고 의미 있는 일이죠.”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유일한 한국인 골프전문가인 강혜원(39) 시니어 PD(부장)가 18일에 PGA투어 페이스북에 올린 박지은과 제이슨 데이의 워크앤토크(Walk&Talk)가 인기였다. '좋아요' 버튼이 쏟아졌고 퍼나르기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제이슨 데이의 골프 스윙 비결을 올린 것이 대박을 치기도 했다. 2017 프레지던츠컵부터 한글로 된 PGA투어 콘텐츠가 SNS(사회관계망)에 등장해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 PD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투어 개최지인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선수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현역 은퇴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타 박지은이 제주도로 내려와 제이슨 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여러 선수를 만난 콘텐츠는 국내외 남녀 선수와 골프 현황에 대해 두루두루 꿰고 있는 강 PD의 작품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PGA투어 본사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강 PD는 한국 골프팬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생산을 주로 담당한다. PGA투어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은 2명이지만 골프전문가로는 그가 처음이다. 지난달 18일부터 공식 근무를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한 달이다. 그가 채용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CJ그룹이 총상금 925만 달러의 빅 이벤트인 더CJ컵@나인브릿지를 10년간 개최하기로 한 것이 무관하지 않다.

주니어 시절 김미현(40), 박세리(40), 한희원(38) 등과 함께 선수 활동을 했던 강 PD는 골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생을 살아왔다. 고교 시절은 골프를 잊고 학업에 몰두해 이화여대에서 국문학과 영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의 테미큘라골프아카데미(PGCC)에서 골프 유학을 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세미 프로 자격도 땄다.

그리고는 지에드에서 골프 대회를 운영하고 선수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일했다. 일간신문에는 골프 룰과 문화에 관해 칼럼을 쓰기도 했다. 김보경, 홍란, 박희영, 김효주 등의 매니저로도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2015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꼬박 2년을 골프와 멀리 떨어져 지냈다. 지난 5월에는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인생에서 더 뜻깊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게 만학(晩學)의 이유였다.

하지만 부메랑처럼 다시 PGA투어와 인연을 맺으면서 골프계로 돌아왔다. MBA를 하면서도 종종 선수들과 교류하며 골프에의 끈을 놓지 않던 그가 세계 최고의 골프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미 PGA투어 개최 하루 전날 바삐 뛰어다니는 그를 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왜 그렇게 바쁜지, 최근에 PGA투어의 SNS는 왜 달라졌는지 이유를 캐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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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의 박지은과 제이슨 데이가 한 홀을 걸어가면서 나누는 인터뷰 영상. [사진=PGA투어 페이스북]


PGA투어의 첫 한국인 직원으로서 하는 일은 뭔가?
- PGA투어를 한국인 골프 팬에게 홍보해서 더 많은 팬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기획에서부터 제작, 관리 등을 모두 아우른다. 현재는 페이스북처럼 SNS를 통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하고, 카카오톡으로 넓히는 것도 고려중이다.

이번 주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투어 대회를 위해 어떤 것들을 만들었나?
- 애덤 스캇이 제주도 해안에서 서핑을 했고, 해산물을 포함한 한식을 먹었다. 그걸 동영상으로도 만들었지만 스틸 컷으로도 올렸다. 친한 동생인 (박)지은이가 연습라운드 때 제주도로 내려와서 제이슨 데이와 토크하는 영상도 만들었다.

박지은이 코스에 내려와서 만든 동영상은 신선했다. 선수 시절의 인맥을 발휘한 건가?
- 단지 그것 때문은 아니다. 2004년 이 골프장에서 열린 제3회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지은이가 마지막 우승을 했다. CJ그룹은 당시에도 수많은 반대와 의구심 속에서 대회를 만들면서 한국여자 골프가 세계 무대에서 더 크게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것처럼 한국남자 골프도 성장하는 모델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 전후사정을 알기 때문에 연결고리인 지은이의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한국 골퍼들의 기호와 성향을 어떻게 파악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나?
- 나라마다 전략이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아직 골퍼들의 수준이 낮아서 교육과 계몽 위주로 편성한다. 반면 미국 소비자는 음악이 들어간 완성도 높은 피처성 스토리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수준 높은 골퍼들이 많고, 동시에 빠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러닝 시간은 짧게 가져가고 대회 전에 만들고, 또 레슨에 포커스를 둔다. 지난번 제이슨 데이의 3쿼터 스윙, 피니시를 유지하고 3초간 유지하라는 내용을 올렸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건 주니어 골프 선수였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아닌가?
- 그렇다. 실제로 골퍼 입장에서 봐도 데이의 방법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향후에도 골프룰이라던지 골프 스킬 등의 내용을 한국 골퍼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를 모두 직접 만드나?
- 급할 때는 내가 직접 찍거나 편집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30여명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대로된 영상이나 고급의 편집 퀄리티가 필요할 때 팀원들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도움을 받는다. 대신 나는 한국어를 잘 아는 직원으로서 콘텐츠의 기획부터 참여한다.

만드는 모든 콘텐츠는 PGA투어의 홍보와 골프팬의 확보에 목적이 있나?
- 내 역할은 그렇지만, 그것이 단지 PGA투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애덤 스캇이나 제이슨 데이가 한국 음식을 먹는 콘텐츠는 유명 선수의 일상을 한국 골프팬에 알리는 동시에 해외의 수많은 골퍼들에게 한식을 알리거나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통로로도 활용된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지만 다른 대회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는가?
- 비슷하다. PGA투어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릴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관리한다. 주로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과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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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캇이 제주도에서 서핑을 하고 해물 요리를 먹는 콘텐츠에는 수많은 '좋아요' 가 달렸다. [사진=PGA투어 페이스북]


강 PD는 “세계 최고의 골프 콘텐츠를 보유한 PGA투어를 한국의 골프팬들과 마음껏 공유하고싶은 게 내 역할인데, 그걸 만드는 게 무척 신나는 일”이라면서 “이게 결국은 해외에 한국 골프의 중요성과 문화를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 PGA투어 본사로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집에 식탁도 없고, 침대틀도 마련하지 못하고 매트리스에서 잔다. 입사는 한 달인데 그중에 출장이 20일째라고 했다. 하지만 “산더미같은 일에 묻혀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즐겁다”면서 웃어보였다.

한국은 미국PGA투어가 보기에 매력적인 나라다. 골퍼들의 수준도 높다. 큰 상금이 걸린 대회를 개최할 경제력도 갖췄다. 그렇기 때문에 강 PD와 같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채용했다. 강 PD는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들이 동시에 해외 골퍼들에게 한국의 골프를 소개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첨병이 된다는 것까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CJ그룹이 주변의 의아스러운 눈길에도 불구하고 총상금 100억원이 넘는 PGA투어를 개최하면서 미국 골프채널에 ‘비비고’ 광고를 넣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한식을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해외 시장에 노출시키는 방법이 골프대회 개최를 통하는 것이라면 충분해 해볼 만한 투자다. 골프 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을 통해 제주도의 멋진 자연과 풍광이 미국과 세계 골퍼들에게도 홍보된다면 그 또한 대회 개최를 통한 반사 효과일 것이다. 세상만사 일방통행은 없는 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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