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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6R] '왕의 귀환' 쿠티뉴 1골 1도움, 리버풀 무승고리 끊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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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을 기록한 직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필리페 쿠티뉴. [사진=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무너진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결국 실력이었다. 24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마법사' 쿠티뉴가 1골 1도움의 활약으로 리버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쿠티뉴는 올해 1월 5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오랫동안 리버풀에 헌신할 뜻을 내비쳤다. 팬들 또한 루이스 수아레즈(現 바르셀로나) 이후 끊어진 에이스의 계보를 쿠티뉴가 이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남미 선수들이 으레 그러하듯, 바르셀로나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적 요청서까지 제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등 부상을 핑계로 리버풀 경기에 불참했으나 A매치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구단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했다.

쿠티뉴의 마음이 떠나자 리버풀은 삐걱거렸다. 간신히 버텨오던 경기력은 또다른 에이스, 사디오 마네가 지난 맨체스터시티 전에서 당한 퇴장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며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그 경기에서 0-5 참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4경기에서 10골을 실점하며 2무 2패를 기록했다. 쿠티뉴 또한 챔피언스리그 세비야와의 조별 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며 내리 3경기를 소화했으나, 마음이 붕 떠있는데 경기력이 좋을리 없었다. 시즌 초반 결장한 탓에 몸도 무거웠다. 번뜩이는 창조성과 그만의 위협적인 킥력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이렇게 집안을 뒤집어 놓은 '아픈 손가락' 쿠티뉴를 향해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언제든 돌아오라'며 믿음을 보냈다. 클롭 감독은 지난 8일 영국 '미러'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쿠티뉴의 이적 요청을)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래도 쿠티뉴가 에버튼으로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잖나. 그랬다면 나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유머 섞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쿠티뉴는 복잡했던 심경을 마침내 정리했음을 이번 레스터전에서 실력으로 증명해 내는데 성공했다.

마네의 이탈 이후, 리버풀의 공격 작업에서 문제는 좌우의 균형 붕괴였다. 왼쪽에서 마네가, 오른쪽에서 모하메드 살라가 정신없이 헤집어 놓던 측면은 오로지 우측면의 살라에게 편중되었다. 살라 혼자 속공을 이끌기엔 역부족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살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우측 풀백 나다니엘 클라인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였다. 대신 출전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나 조 고메즈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쿠티뉴가 컨디션을 되찾자 문제는 해결되었다. 마네만큼 압도적인 스피드는 지니지 못했지만 쿠티뉴는 혼자서 경기의 템포를 쥐락펴락하는 선수다. 왼쪽 측면 공격수와 중앙미드필더 자리를 활발하게 오가며 패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변화무쌍한 드리블과 치명적인 패스 시도로 레스터시티 수비진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다. 결국 전반 15분만에 상대 수비수 사이의 틈을 완벽하게 노린 크로스로 살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데 성공했다.

완벽한 복귀를 알린 것은 전반 23분이었다. 레스터시티의 파울로 프리킥을 얻어냈다. 오른발로 힘껏 감아 찬 슈팅은 수많은 수비수들의 키를 살짝 넘긴 후 쿠티뉴 특유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티뉴는 포효하며 팬들의 응원을 유도했다. 원정 응원을 온 리버풀 팬들도 열렬히 환호하며 쿠티뉴의 반성문을 받아들였다.

23분 만에 스스로를 증명했으나 그 후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은 계속되었다. 쿠티뉴가 패널티 박스 밖에서 공을 잡으면 레스터 수비수들은 갈등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중거리 슈팅, 침투하는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패스, 거기에 직접 시도하는 드리블 돌파까지 위협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없었다. 결국 수비수들은 위치 선정에 있어 한 박자씩 늦고 말았다. 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한 쿠티뉴는 곧장 경기의 리듬을 지배했다. 팀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수비 불안으로 2실점을 허용했으나 쿠티뉴의 맹활약으로 리버풀은 4경기 무승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다.

마네가 복귀한다면 쿠티뉴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가, 아담 랄라나의 장기 부상과 함께 실종된 중원의 창조성을 복구할 예정이다. 그로 인해 다른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이 줄어든다면, 자연스레 수비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다. 공수의 만능열쇠를 쿠티뉴가 쥐고 있는 셈이다. 다음 이적시장의 행방은 잠시 잊고, 리버풀 팬들은 돌아온 '마법사'의 활약을 당분간 즐겨도 좋을 듯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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